이순신 장군이 일러준 ‘개천에서 용나는’ 11가지 방법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음서제도(蔭敍制度)라는 것이 있다. 음서 또는 음서제는 고려와 조선 시대에 중신과 양반의 신분을 우대하여 관리로 등용하는 제도다. 친족과 처족을 과거도 보지 않고 출신을 고려하여 음서로 선발된 관료들은 음관(蔭官)으로 불리웠다.
규정에는 음서제로 관직에 오른 자는 당상관 이상의 직책과 청요직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문벌의 영향력에 따라 간혹 청요직과 3정승, 2찬성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었다.
필자가 왜 서두에 음서제도를 들고 나왔을까? 그건 지금 우리 사회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다는 패배의식이 만연해 있는 것 같아서다. 정말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것일까? 그것이 다 과거의 음서제도와 같이 있는 자, 가진 자, 힘 있는 사람들의 대물림 때문일까?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가진 것 없이 맨손으로 성공한 사람을 빗대어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선 이젠 이 속담이 옛말이라고 한다. 가진 자의 학력과 재력의 대물림은 버젓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혈연, 학연, 지연이라는 거대한 먹이사슬 구조에서 이미 출발선부터 지각인 것이 서민들의 처지다.
서민들은 차근차근 올라가봤자 가진 자들만의 리그에서 아무런 저항 없이 사다리가 걷어치워지기 일쑤라고 한다. 부모의 자산과 소득이 어느 대학교를 가느냐를 결정하고 그것이 다시 직업 등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결정한다. 결국 부모의 재력이 자녀학벌을 대물림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을 통한 유일한 신분상승의 통로가 꽉 막혔다는 것다.
솔직히 말하자면 성공의 사다리는 끊긴 것과 다름 없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한 사회, 이런 불공정한 사회에서 우리 미꾸라지들은 무엇을 움켜쥐고 어떻게 출발해야할지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개천에서 때때로 잉어도 나오고 용도 나와야 제대로 살맛나는 세상이 아닐까?
사다리가 치워지면 지푸라기를 잡고서라도 아등바등 끝까지 올라가야 한다. 진짜 독하게 마음먹고 어금니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의 눈빛에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있다. 오로지 독한 노력으로 진검승부를 걸어야 한다. 변칙과 반칙은 물론 요행과 요령에 기대치 말고 독하게 일어서야 하는 것이다.
독하지만 정직해야 한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뛰어야 한다. 그렇다면 위태로운 사다리 없이도 정상에서 당당하고 힘차게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다. 꿈이 있다면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수 있다. 그것이 헛된 희망이 아니라는 것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그리하여 오염된 채 개천에서 사는 수많은 미꾸라지들의 심장이 아직도 엄청나게 불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이 진짜 살맛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이 와야 젊은이들도 자기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필자도 개천에서 용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난한 쌀장수 가정에서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거친 끝에 오늘날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영광을 쟁취했으니 말이다.
역경을 이겨내고 개천의 미꾸라지들이 승천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11가지 생활신조다.
①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몰락한 역적의 가문에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외갓집에서 자라났다.
②머리가 나쁘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첫 시험에서 낙방하고 서른둘 늦은 나이에 겨우 합격했다.
③좋은 직위가 아니라고 불평하지 마라.
나는 14년 동안 변방 오지의 말단 수비 장교로 돌았다.
④윗사람의 지시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불의한 직속상관들과의 불화로 몇 차례나 파면과 불이익을 받았다.
⑤몸이 약하다고 고민하지 마라.
나는 평생 고질적인 위장병과 전염병으로 고통 받았다.
⑥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마라.
나는 적군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진 후에야 마흔일곱에 제독이 되었다.
⑦조직의 지원이 없다고 실망하지 마라.
나는 스스로 논밭을 갈아 군자금을 만들었고 스물세 번 싸워 스물세 번 이겼다.
⑧윗사람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갖지 마라.
나는 끊임없는 임금의 오해와 의심으로 모든 공을 뺏긴 채 옥살이를 해야 했다.
⑨자본이 없다고 절망하지 마라.
나는 빈손으로 돌아온 전쟁터에서 열두 척의 낡은 배로 133척의 적을 막았다.
⑩옳지 못한 방법으로 가족을 사랑한다 말하지 마라.
나는 스무 살의 아들을 적의 칼날에 잃었고, 또 다른 아들들과 전쟁터로 나섰다.
⑪죽음이 두렵다고 말하지 마라.
나는 적들이 물러가는 마지막 전투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이순신 장군이 왜 성웅인지 느껴진다. 이 11가지의 생활신조를 우리도 가슴에 품고 죽기 살기로 치열하게 살아가보자. 개천의 미꾸라지들도 용으로 승천할 수 있다. 마음에 용이 되어 승천하겠다는 발원(發願)이 없고, 반드시 용이 되어 승천하겠다는 처절함이 없으면 그 미꾸라지는 살았으되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개천에서도 용은 나온다.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