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의 사마천 한국견문록⑦] 마오쩌둥이 지식인·정치인 폄훼한 까닭은

나라를 알려면 그 나라의 지식인을 보라

-역생과 장석지 그리고 마오쩌둥의 지식인, 정치인 폄훼론

[아시아엔=이석연 전 법제처장, 변호사] 마오쩌둥毛澤東은 지식은 존중했지만 지식인은 무시했다. 이유는, 지식인들이 “①거지 근성이 강하고, ②고마워할 줄 모르고, ③남 핑계대기 좋아하고, ④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온갖 잘난 척은 다하고, ⑤무책임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지식인에는 정치인도 당연히 포함되고 있다.

마오쩌둥이 지식인을 폄훼하는 다섯 가지 이유를 보면 나 자신도 폄훼의 대상이 아니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검사와 정치인과 기자가 만나 술을 마시면 누가 술값을 낼까, 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이야기의 결론은 술집주인이 돈을 낸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가 그저 농담만은 아니라고 본다. 약자들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사회의 지식인들이 오히려 약자들 위에 군림하는 사례는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부지기수다. 권력에 빌붙어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지식인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지식인의 두 모습_역생?生과 린바오林彪

『사기』의 「역생?육가열전」을 보면 한 고조 유방도 마오쩌둥이 지적한 것처럼 입만 살아있는 선비들을 무척 싫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방은 만나는 사람마다 목청을 높여 선비들에 대한 욕을 늘어놓는 것은 물론 자신을 찾아온 선비의 관冠을 빼앗아 그 안에 오줌을 누기까지 했다. 유방의 무례한 태도는 그의 오만한 성품 탓도 있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천이 없이 말만 늘어놓는 선비들의 고약한 습성 때문에 유발된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모든 선비들이 그렇지는 않았다. 역생?生 이기食其는 패기와 지조가 있는 인물이었지만 당대 사람들로부터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다. 그가 광인狂人으로 내몰리게 된 것은 현실논리와 야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생은 진류현陳留縣 사람인데 그 고을 현인이나 호걸들이 그를 부리려하지 않았다. 이는 그가 현실의 속악한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 아웃사이더적인 인물이기에 그러했다.

예나 지금이나 뒤가 구린 사람들은 청렴하거나 기백이 있는 인물에 대해 늘 배타적인 입장을 취하기 마련이다. 당시의 지식인이나 관리들이 역생을 기피한 현상도 그와 맥락이 닿아 있다. 하여간, 역생은 스스로 큰 뜻을 품고 있었고, 그런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자신의 야망을 품을 만한 인물이 한 고조 유방이라 생각한 역생은 유방의 휘하에 있는 자신의 친구에게 어렵게 청을 넣어 드디어는 만남의 기회를 갖게 됐다. 그의 친구는 선비의 신분으로 유방을 만났다가는 참담한 봉변을 당할 것이라 누차 강조했지만 역생은 괘념치 않고 오히려 ‘사람들은 모두 그(역생)를 미치광이라고 하지만, 그 자신은 미치광이가 아니라고 합니다’라는 말을 유방에게 꼭 전해주라 당부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투철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기개였다. 아마 유방도 일개 지방의 하급 관리가 뭐 저리 당당한가라는 골똘한 의문이 있어 그가 싫어하는 선비임에도 불구하고 만남의 자리를 허락한 것 같다.

역생이 찾아왔을 때 유방은 흐트러진 자세로 침상에 걸터앉아 있었고, 양 옆에서는 어여쁜 여자들이 그의 발을 씻기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역생은 절도 하지 않은 채 큰소리로 당신은 지금 진나라를 도와 제후를 치려는 것이냐, 아니면 제후들을 이끌고 진나라를 치려하느냐고 일갈했다.

천하 사람 모두가 진나라의 폭정에 맞서 싸우고 있는 판에 자신에게 진나라를 도와 제후를 치려는 것이냐고 묻는 역생에 대해 유방은 건방지다며 호되게 꾸짖었다. 역생은 주눅 들지 않고 이에 맞서 “진실로 사람들을 모으고 의병들을 합쳐서 무도한 진나라를 쳐 없애고자 하신다면 걸터앉은 자세로 나이든 사람을 만나서는 안 됩니다”라고 강하게 받아쳤다.

이에 놀란 유방은 씻던 발을 멈추고 의관을 바로 하여 사과의 말을 전하며 진나라를 칠 계책을 정중히 묻는다. 권력자의 위세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당당히 피력하는 역생의 자세는 지식인이 가져야할 기본자세다. 과연 우리의 현실에는 역생과 같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여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려고 안달하는 소인배들이 정치는 물론 사회 전반에 득실거리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 생각하니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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