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의 사마천 한국견문록④]역대 한국 대통령 실패원인···직언을 멀리했다
직언하는 신하 없이 성공한 군주는 없다
악의의 직언과 조선 선비들의 도끼상소?
[아시아엔=이석연 전 법제처장, 변호사] 공자의 언행을 모아 수록한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양약고구 충언역이良藥苦口 忠言逆而’이라는 말이 나온다. 좋은 약은 입에 쓰고 바른 말은 귀에 거슬린다는 뜻이란 건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 말은 『사기』의 「유후세가」에도 나온다. 유방이 진나라를 크게 쳐부수고 궁에 들어가 보물과 여자와 말과 휘장 등이 많은 것을 보고 마음이 흔들려 그곳에서 살려고 했다. 이에 번쾌가 궁 밖으로 나갈 것을 간언했지만 유방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자 장량이 공께서 지금 편안함에 마음을 빼앗긴다면 천하 대업을 망치는 일이라며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동하는 데는 이롭고, 독한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 이롭다고 하였습니다.忠言逆耳利於行 毒藥苦口利於病”라는 간언과 함께 번쾌의 말을 따를 것을 권했다.
만약 유방이 진나라에 머물며 일신의 안락을 취했다면 천하를 평정하고 한나라를 건설하는 일은 이루지 못했을 거다. 번쾌와 장량의 직언이 있었기에 유방은 성공할 수 있었다. 국가나 조직의 지도자들도 사람이기에 판단이 흐려질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자들에게는 늘 직언하는 신하가 필요하다.
천 마리의 양가죽은 여우 한 마리의 겨드랑이 가죽만 못하다
상앙商?이 진秦나라의 재상이 되어 엄격한 법령으로 나라의 풍속을 바로잡으려 하자 군주의 종실이나 외척들 중에 그를 원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에 시골에 은거하고 있던 선비 조량趙良이 상앙을 찾아와 직언을 했다.
조량은 마음속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총聰이고, 마음속으로 성찰할 수 있는 것을 명明이라 하고, 자신을 이기는 것을 강强이라고 한다며, 지금 당신은 “스스로 자신을 낮추면 더욱 높아진다”고 말한 순임금의 도를 따라야만 한다고 했다. 이에 상앙은 자신이 진秦나라에서 이룬 업적과 진秦나라의 현인 백리해白里奚의 치세와 비교해볼 때 누가 더 현명하냐고 묻는다.
조량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천 마리의 양가죽은 여우 한 마리의 겨드랑이 가죽만 못합니다. 천 사람의 아부는 한 사람의 올바른 직언만 못합니다. 주나라 무왕은 신하의 올바른 직언으로 일어났고, 은나라 주왕은 신하들이 입을 다물었기 때문에 망하였습니다. 당신이 만일 무왕을 잘못됐다고 나무라지 않는다면, 제가 온종일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죽이지 않으시겠지요? 그렇게 하겠습니까?_「상군열전」
조량은 천 사람의 아부보다 한 사람의 직언이 더 소중하다고 말하며, 당신이 정말로 총명하고 강하다면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논지의 말을 한 것이다. 또한 내 말을 듣고 화를 내거나 죽이지 말 것을 당부하는 것이기도 하다.
간언은 달콤하지만 직언은 쓰다. 권력자에게 쓴 소리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목숨을 내놓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조량은, 지금 당신은 백리해와 비교할 정도로 자신의 업적에 도취해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으며, 당신이 세운 도리는 땅에 떨어졌고 또한 새롭게 세웠다고 말한 국법도 이치에 어긋나 있으니 당장 물러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상앙은 조량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고, 끝내는 다섯 필의 말에 사지와 머리를 묶어 찢어 죽이는 거열형車裂刑에 처해졌다.
충신은 자기의 결백을 밝히려고 군주에게 허물을 돌리지 않는다!
전국시대 연나라는 나라가 작고 구석진 곳에 있었기에 제나라를 꺾을 만한 힘이 없었다. 이러한 지리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소왕昭王은 인재를 많이 등용했는데, 특히 전국시대 저명한 군사가인 악의樂毅를 등용해서 제나라를 곤경에 빠뜨렸다. 악의의 공격을 받은 제나라는 성이 두 개 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위태로웠다. 이때 연나라 소왕이 죽고 그의 아들 혜왕惠王이 즉위했는데, 혜왕은 예전부터 악의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이를 안 제나라는 첩자를 보내 악의와 혜왕 사이를 이간질 시킨다. 혜왕은 악의를 불러들이고 기겁騎劫을 전장에 보냈다. 악의는 혜왕이 자신을 해칠까봐 조나라로 투항했고, 악의가 없는 연나라 군대는 대패한다. 화급의 사태에 직면한 혜왕은 악의에게 편지를 보내 좌우의 신하들이 나를 그르쳤다는 사과와 함께 말미에 장군이 조나라로 간 것은 자신을 위한 처신으로는 좋은 일이지만 선왕의 극진한 대우는 어찌할 것이냐는 질책도 적어 보냈다. 편지를 받은 악의는 ‘보연왕서報燕王書’라는 유명한 답장을 보낸다. 악의의 ‘보연왕서’는 제갈량의 ‘출사표出師表’의 기초가 되었다고도 한다.
악의는 답장에서 올바른 군주란 어떤 인물인지, 그리고 군주와 신하가 결별을 하더라도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 지에 대한 의견을 소신껏 피력했다.
어질고 성스러운 군주가 공을 세우면 그것이 무너지지 않기 때문에 역사에 이름이 남고, 앞을 내다보는 밝은 눈을 가진 선비가 공명을 이루면 그것을 손상시키지 않기 때문에 후세까지 칭송된다고 합니다.…제가 듣건대 “옛날의 군자는 교제를 끊더라도 그 사람의 단점을 말하지 않고, 충신은 그 나라를 떠나더라도 자기의 결백을 밝히려고 군주에게 허물을 돌리지 않는다.”고 합니다._「악의열전」
악의의 답장은 정중하면서도 당당하고, 유려하면서도 강직한 문체로 군주와 신하의 도리에 대해 밝히고 있다. 직언과 비방의 차이는 바로 직언하는 자의 자세에서 드러난다.
교제를 끊더라도 상대의 단점을 비방하지 않고, 자신의 떳떳함을 알리기 위해 상대의 허물을 들추지 않는다는 악의의 말은 우리시대 지식인들이 귀감으로 삼아야할 바다. 무책임한 비판의 남발로 자신의 과업을 드러내려는 일부 지식인들의 얄팍한 태도는 국가의 존속에 해가 된다. 당적을 바꾼 정치인이 예전에 있던 당의 허물을 들추거나, 자신이 권력에 의해 탄압받았다며 무분별한 폭로를 감행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 일이다. 바르게 말하려는 사람은 상대의 단점과 허물을 들춰내기보다는 미래의 대의를 위해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