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하통일⑤] 백리해, 40년만에 이산가족 상봉

2015년 북한 금강산 외금강호텔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 <사진=뉴시스>

[아시아엔=강철근 강철근 국제교류협회 회장, 한류아카데미 원장, <이상설 이야기> 저자] 오늘 이야기는 아름답고도 슬프며 감동적인 이야기다. 부부간의 의리와 정은 이러한 것이리라. 백리해의 처 두(杜)씨는 그가 길을 떠난 후 매일 천을 짜서 먹고 살다가 몇년 후에 우나라에 큰 기근이 들어 먹고 살길이 없게 되었다. 할 수 없이 아들을 데리고 우나라를 떠나 수십 년 동안 여러 나라를 전전하다 몇 년 전에 섬진으로 들어와 남의 옷을 빨아 받은 삵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름이 ‘맹명’이라고 하는 그의 아들은 매일 야인들과 사냥을 나가서 무예를 다투고 들판에서 숙식하는 생활을 예사로 했으며, 그들의 대장으로 야인의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두씨가 여러 번 그러지 말라고 했으나 듣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얼마 전에 진나라 재상이 된 백리해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두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레를 타고 지나가는 백리해를 보려고 했으나 감히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할 수 없었다.

그때 대궐에서 옷을 빠는 아녀자를 구하기에 두씨가 자원하여 궁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루는 먼발치에서 백리해가 당상에 앉아서 행랑에서 연주하는 악공의 음악소리를 감상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두씨가 부중의 관리에게 부탁했다.

“제가 거문고를 탈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래도 능히 부를 수 있습니다.”

두씨는 악공이 건네주는 거문고를 받아 연주하며 북을 두드리고 노래를 부르는데 수십 년 동안 홀로 자신의 한을 서럽게 노래하던 그 소리가 매우 처연하며 아름다웠다. 악공이 귀를 기우려 듣더니 두씨의 노래를 칭찬했다. 그때 두씨가 말했다.

“원컨대 당에 올라가 노래를 한번 부르게 해주십시오.”

백리해가 전해 듣고 허락하니, 과연 두씨의 노래 소리는 슬프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백리해, 그대여!

40년 전 눈물로 이별할 때를 기억하나요? 암탉을 잡고 서숙(좁쌀)을 절구에 찧고, 빗장을 떼어 내어 불을 지폈지요. 금일 부귀하게 되어 정녕 그때를 잊었나요? 백리해, 그대여! 옛날 당신이 길을 떠날 때 나는 흐느껴 울었었죠. 오늘 그대는 앉아 있고, 나는 다시 먼 길을 떠나려 합니다. 오호라! 부귀가 우리 부부를 잊게 만들었나요?

느긋하게 누워서 슬프고 아름다운 노래를 감상하던 백리해가 깜짝 놀라 확인하니 바로 그의 아내였다. 얼마나 찾아 헤매던 아내였던가!

두 사람은 서로 포옹하고 한참동안 울었다. 이런 인생도 있었다. 백리해 가족은 헤어진 지 40여년 만에 부부와 아들이 다시 만나서 모여 살게 되었다. 백리해가 40여년 전에 헤어진 처자와 상봉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 목공이 곡식 천 가마와 비단 한 수레를 보내 축하했다.

백리해가 그 아들 맹명시를 데리고 목공을 뵙고 고마움을 표하니, 목공이 맹명시를 대부에 봉했다. 목공은 서걸술, 백을병과 함께 맹명시를 장군으로 삼아 삼수(三帥)라 부르고 그들로 하여금 병사의 일을 주관하게 했다.

이때 강융의 군주 오리가 군사를 이끌고 섬진의 변경을 침략해 왔다. 삼수가 군사를 이끌고 나가 싸워 오리를 패주시켰다. 싸움에서 패한 오리는 당진으로 도망갔다. 이로써 강융의 땅이었던 과주(瓜州, 돈황석굴 동쪽 약 100km 되는 곳)는 모두 섬진의 소유가 되었다.

뒤이어 서융의 군주 적반이 그의 신하인 요여를 보내 목공의 위인 됨과 나라의 허실을 알아오게 했다. 목공은 섬진에 당도한 요여를 데리고 궁전에 올라 궁궐의 화려함과 동물원이 딸린 후원의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요여가 보고 눈을 가늘게 뜨며 목공에게 물었다.

“이 거대한 궁궐은 귀신을 불러 지으셨습니까? 아니면 백성들을 억압하여 만드셨습니까? 귀신을 부리셨다면 귀신들에게 수고를 끼치셨고 백성들에게 시키셨다면 백성들이 매우 괴로웠겠습니다.”

오랑캐의 나라에서 온 요여가 당돌한 말을 하니, 목공이 속으로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대답 여하에 따라 그는 황천길로 곧장 갈 수도 있는 질문이었다.

목공이 백리해의 무언의 요청대로 억지로 참으며 말한다.

“그대의 나라 융이(戎夷)는 예악과 법도가 없는데 무엇으로 나라를 다스리는가?”

요여가 태연자약하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말씀하시는 예악과 법도는 중원의 나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옛날의 성군들도 법을 글로 만들어 백성들과 약속을 하여 근근이 다스릴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 날이 지나감에 따라 군주들이 교만해지고 황음에 빠지게 되면서 예악의 이름을 빌려 그 몸에 장식을 두르고 거짓된 법도의 위엄을 이용하여 밑의 사람들을 닦달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백성들의 원성을 사게 되고 동시에 군주의 자리를 남에게 찬탈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요컨대, 니들 문명국이란 것들이 백성들에게 사기나 치고, 법도라는 것도 백성들 괴롭히는 것 아니냐! 예악도 결국 니들 허세 아니냐! 그러다가 결국 나라도 뺏기고 그러지 않느냐! 하며 아픈 데만 콕콕 찔러댄다.

진 목공은 점점 살의를 느낀다. 절대로 이 자를 귀국시킬 수 없다고 결심했다. 면담을 마치고 목공은 재상 백리해와 상의하여 요여를 한 칼에 죽일 명분을 찾는다.

아, 인재의 바다 중국에서 요여는 하필 서융이라는 오랑캐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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