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완전한 부부’의 조건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완전한 부부는 어떤 것일까? 필자는 요즘 눈도 잘 안보이고 다리도 불편하고 발도 퉁퉁 부어 혼자 잘 걷지를 못한다. 그래서 병원을 가거나 조금 멀리 갈 때는 아내가 동행을 하지 않으면 나설 수가 없다. 한 손엔 지팡이를 짚고 한 손은 아내와 팔짱을 끼고 걷는다. 그야말로 둘이하나 된 완전한 부부를 이룬 셈이다.

‘완전한 부부’라는 시가 있다. 1940년 임보라는 시인의 작품이다.

‘완전한 부부’

“남편은 장님이고/ 아내는 앉은뱅이/ 그들은 따로 따로 살 수 없지만/ 부부가 되어 잘 살아간다/ 남편은 아내의 발이고/ 아내는 남편의 눈이다/ 남편의 등에 업힌 아내가 앞을 보고/ 아내를 업은 남편이 길을 간다/ 아내를 밭에 갖다 놓으면 김을 매고/ 아내를 시장에 데려가면 장을 본다/ 두 불구가 만나 하나로 완성된/ 동심일체 완전 부부/ 온전한 사람들은/ 다 결손 부부들이다”

그래서인가? 1995년부터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는 “건강한 부부와 행복한 가정은 밝고 희망찬 사회를 만드는 디딤돌”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에서 매년 5월21일 ‘부부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후 2001년 4월 ‘부부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에 관한 청원’을 국회에 제출해 2007년 5월2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부부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부부생활의 행복은 결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행복을 가꾸고 키워 나가는 데는 많은 지혜가 필요하다.

1플러스 1은 2가 아니고 1이 되는 지혜가 바로 부부생활의 지혜다. 전광원이라는 분이 ‘보이지 않는 사랑’이라는 글을 보내왔다. 꼭 우리 부부의 처지와 비슷한 것 같아 더욱 큰 감동이 밀려 왔다.

[10월 말, 가을이 끝자락을 향하던 어느 날, 부산에 살고 있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 묵었습니다. 다음날 서울에 볼일이 있어 아침 일찍 기차를 타야 했습니다. 부산에서 서울, 장거리 여행에 피곤함이 밀려와 자리에 앉자마자 잠을 청했습니다.

얼마나 흘렀을까요? 어찌나 피곤했는지 청도역까지 잠을 자며 왔는데도, 피곤함이 풀리기는커녕 더 쌓이는 듯 했습니다. 그때, 청도역에 잠시 정차해 있던 기차가 움직이며, 비어 있던 제 뒷자리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와! 벌써 겨울인가 봐? 낙엽이 다 떨어졌네, 근데 낙엽 덮인 길이 정말 예쁘다. 알록달록 마치 비단을 깔아 놓은 것 같아! 푹신하겠지? 밟아 봤으면 좋겠다!” “저거 봐! 은행나무 정말 크다! 몇 십년, 아니 몇 백년은 족히 된 것 같은데? 은행잎 떨어지는 게 무슨 노란 비가 내리는 것 같아.”

“이 길은 포도나무가 참 많네, 포도밭 정말 크다! 저 포도들 따려면 고생 좀 하겠는 걸?” “저기 저 강물은 정말 파래, 꼭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강가 바위에서 낚시하는 아저씨 빨간 모자가 참 예쁘네!” “어? 저기 엄청 작은 흰 자동차가 있어. 너무 작아서 내 힘으로도 밀겠어. 운전하는 사람은 20대 초반 같은데, 뿔테 안경이 정말 잘 어울려! 에이. 벌써 지나쳤어!”

겨우 잠들기 시작한 저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뭔 말이 저렇게 많아? 그것도 자기 혼자 떠들고 있잖아, 뭔 설명을 저렇게 해? 눈이 없어? 뭐가 없어?’ 잠 자긴 틀렸다고 생각한 저는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볼일을 보고 자리로 돌아오며 흘끔 대체 어떤 사람들이 그렇게 떠드나 쳐다봤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쳐다본 순간 미안함과 놀라움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았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40대 중반 아주머니와 남편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서로 손을 꼭 잡고 있는 거였습니다. 자상한 아저씨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하시고 계셨습니다. 마치, 같이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입가엔 엷은 미소까지 지으며…]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넘치는 것은 나눠 갖고, 힘들면 서로 기대고, 기쁘면 같이 웃어주고, 그렇게 부부는 살아간다. 그래서 불편한 점 몇 가지쯤은 부부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서로의 반쪽이 돼주면서 평생을 함께 걸어가는 것이 부부가 아닌가?

행복한 혼인은 완벽한 부부가 만났을 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불완전한 부부가 서로의 차이점을 즐거이 받아들이는 법을 배울 때 이뤄지는 것이다. 남편의 필요를 채워 줄 사람은 아내밖에 없다. 또 아내의 필요를 채워줄 사람도 남편밖에 없다. 상대방에게 개성이라는 것이 있다. 서로 그것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상대의 취미나 취향 그리고 개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는 상대의 자존심과 연관되는 문제다. 자존심이 무시되면 살맛이 안 난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른 점을 북돋우어 주면서, 만족함을 누리도록 애써야 한다. 이것이 행복한 혼인생활의 조건이다.

부부에게도 도(道)가 있다. 첫째는 신위만선지본(信爲萬善之本), 믿음은 모든 선의 근본이요, 둘째, 화위만복지원(和爲萬福之源), 화합은 모든 복의 근원이며, 셋째, 성위만덕지종(誠爲萬德之宗), 정성은 모든 덕의 으뜸이다. 가정의 비롯은 부부다. 그래서 부부 사이에 먼저 도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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