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이나 문자로 안부 보내주는 건 당신을 맘 속으로 늘 아끼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명예회장] 인연은 원인을 의미하는 불교용어다. 인(因. 산스크리트어 hetu)은 결과를 낳기 위한 내적인 직접적 원인을, 연(緣. 산스크리트어 pratyaya)은 이를 돕는 외적인 간접적 원인을 의미한다.
직접적인 원인으로서의 인과 간접적인 원인으로서의 연을 구별할 경우, 예를 들어 씨앗은 나무의 직접적 원인인 인이고, 햇빛 · 공기 · 수분 · 온도 등은 간접적 원인인 연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씨앗에서 나무가 나타나게 하는 원인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런데 이 인연에는 상생(相生)의 인연도 있고 상극(相剋)의 인연도 있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상생의 선연(善緣)을 만나면 모든 것이 편안하고, 상극의 악(惡緣)을 만나면 모든 것이 괴롭다. 선연과 악연도 인연이다. 악연마저도 선연으로 돌리면 우리 인생은 오직 행복뿐이 아닐까?
잔인하게도 인간은 백번 잘해도 한번의 실수를 기억한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수많은 좋았던 기억보다 단 한 번의 서운함에 오해하고 실망하며 틀어지는 경우가 참 많다.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면 사람관계는 나빠지려야 나빠질 수 없다. 사람 관계에서는 이기고 지는 것이 없다. 먼저 고맙다고,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서운했던 감정이 봄눈 녹듯이 사라진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식사 후 적극적으로 밥값을 계산 하는 이는 돈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돈보다 관계를 더 중히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할 때 주도적으로 하는 이는 바보스러워서 그런 게 아니다. ‘책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툰 후 먼저 사과하는 이는 잘못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당신을 아끼기 때문’이다.
또한 늘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은 내게 빚진 게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늘 카톡이나 문자로 안부를 보내주는 이는 한가하고 할 일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마음 속에 늘 당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상의 인연도 아주 소중한 인연이다. 서로 마주앉아 편안하게 차를 마시며 마음을 통하는 사이라면 아마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서운한 일은 없을 것이다. 사이버공간은 마음과 마음이 연하여 정들어 가는 곳이다. 닉네임 하나가 이름이 되고, 글 하나, 댓글 하나에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어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눈에 보이는 모습이 꾸미고 만들어졌다면 보이지 않는 사이버에서는 진실하고 아름다운 본성을 마음껏 뽐낼 수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준다면 반드시 자신은 한 곳에 머물 수 없는 초라한 나그네가 된다.
소중한 인연을 맺어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깊은 인연을 만드는 것이다. 혼과 혼, 마음과 마음, 생명과 생명, 인격과 인격이 서로 포용하는 깊은 만남이 중요하다. 일시적이고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만남 대신 깊은 만남은 나와 진리와의 만남이요, 도반과 스승과의 만남이다.
둘째,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인연을 만드는 것이다. 서로 만남으로써 나와 상대방이 함께 진실해져 빛과 힘을 얻는 경우다. 이러한 만남 속에는 진솔한 감격이 있고, 정신적인 의지처가 있으며, 삶의 보람이 있다. 그런 인연을 만드는 방법은 내가 조금 밑지고, 무조건 베풀며, 상대방을 위하여 맨발로 헌신하는 것이다.
셋째, 행복한 인연을 만드는 것이다. 너와 나와의 성실한 만남 속에서 인생의 행복함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성실한 내가 되고, 너 역시 성실한 네가 되어 성실한 너와 내가 성실한 자리에서 성실한 만남을 가질 때 우리의 만남은 정말 깊고 행복하고 창조적인 만남이 될 수 있다.
만남에 우연은 없다. 다만 우연 같은 필연이 있을 뿐이다. 사소한 욕심과 과도한 탐욕으로 인해서 좋은 인연을 잃고 지나가 버린 다음에 그 인연의 소중함을 한탄하는 무지함은 없어야 한다. 좋은 인연도 준비된 사람의 몫이다.
우리들의 삶에서 어떤 인연은 악연이라 하여 미움 속에서 살아가고, 어떤 인연은 좋은 인연이 되어 서로 사랑으로 살아간다. 삶에 있어 어떤 인연이 우리에게 소중한 인연일까? 상생 상극 두 인연 다 소중하다.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행복만 취하고 불행을 면하려 한다면 그건 인간의 탐욕이다. 어둠이 가면 밝음이 오고, 불행이 가면 행복이 온다. 악연도 선연으로 바꿔가는 것이 소중한 인연으로 만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