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참목자와 거짓목사 구별하는 법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명예회장] 목자(牧者)는 양을 치는 사람을 말한다. 기독교에서는 ‘성직자’를 양치는 사람에 비유한다. 본래 목자란 유목민이었던 히브리 민족에게는 양을 치는 목자가 아주 친숙한 직업이었다.(창세기 4:2, 13:1-7, 26:20, 37:12). 목자는 양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충분히 제공하고 맹수나 도둑으로부터 양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목자는 때로 밤을 낮 삼아 양을 지키기도 하고 심지어 위험한 지경에서는 양들을 위해 죽음까지도 불사하는 희생을 다했다. 또한 목자는 맹수의 공격을 물리치기 위해 지팡이와 막대기, 물매 등을 필수적으로 지니고 다녔다.
양들은 목자가 없으면 꼴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생명까지도 위태할 수밖에 없다. 이런 목자와 양의 관계 때문에 목자는 비유적으로 당신의 백성을 생명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시편 23:1, 사사기 40:11), 혹은 백성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지도자’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리고 그릇된 지도자의 폭정에 시달리는 백성을 일컬어 ‘목자 없는 양’으로 표현했다.
한편, 신약성경에서 ‘목자’는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택한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시며 또 그 백성을 영생의 나라로 인도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이 친히 세우신 교회를 돌보도록 그분으로부터 섬기는 사명을 부여받은 교회 지도자들을 가리키는 호칭으로 사용되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일컬어 ‘양들의 큰 목자’라 했다.
참 목자는 거룩하고 성스러운지 존재다. 그런데 요즈음 그 거룩한 목자상이 흔들리는 것 같다. 어느 존경받는 교회 목사님의 ‘참 목자와 거짓 목자를 어떻게 구별하는가?’라는 글을 보았다. 이 땅의 종교가 바로 서기 위해서 우리 종교인들이 한 번은 살펴보아야 할 글이 아닌가 생각된다.
첫째, 모든 것이 ‘내 탓이고 네 덕’이라고 말하는 성직자여야 한다. 참 목자는 교인들과 장로들 앞에서 “제가 잘못했습니다. 모든 것이 제 탓입니다”라고 기꺼이 말할 수 있는 목사여야 한다. 그러나 이 말 한 마디 할 수 없어서 교회가 몇 년간 몸살을 앓게 되는 경우는 숱하게 많다.
이런 꼴을 보시면 예수님이 얼마나 가슴 아파하실까? 그러기에 목사를 기르는 신학교에서는 어려운 신학이론을 가르치기에 앞서 ‘제 잘못입니다’는 말을 할 줄 아는 것부터 가르치면 좋겠다.
둘째, 헌금에 관한 문제다. 은혜 받는 것과 헌금 내는 것을 결부시키면 거짓 목사라고 한다. 물질을 많이 바치면 은혜를 많이 받고, 적게 바치면 은혜도 적게 받는다는 듯이 가르치는 목사나 부흥사는 전형적인 거짓 목사다. 받은 은혜가 감사하여 드리는 것이 헌금이다. 그리고 받은 것 모두가 하나님 것이다.
셋째, 교인들이 비판을 못하게 하는 목사는 거짓 목사다.
기독교는 고등종교다. 숱한 비판을 거치며 검증되고 인정받은 진리신앙이다. 그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비판하고 반성하며 높은 교리와 도덕성을 갖추고 성장하여 온 교회다. 그런데 거짓된 목사들은 자신에 대하여, 교회가 하는 일에 대하여 비판하지 못하게 한다. 비판하면 사이비로 몰고 사탄의 앞잡이라고 매도한다. 비판은 교회에 덕을 세우지만 비난은 교회를 허물어뜨린다.
넷째, 거짓 목사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있다. “목사 반대하면 하나님이 치신다” “하나님의 종을 반대하면 저주받는다” “하나님의 종을 반대하면 심판받는다. 아무개 권사가 목사 반대하다 암 걸렸고, 아무개 집사는 목사 반대하다 교통사고 당했다” 이런 발언을 하는 목사는 거짓 목사다. 참 목사는 교인들 중에 자신을 반대하는 분이 있어도, 그와 그 가정을 위하여 축복하여 달라고 기도한다.
다섯째, 거짓 목사는 월급 올려달라는 말을 자주 한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회계 장로를 불러 “내년에는 30% 정도는 올려 주어야지···”하고 유도한다. 그러면 회계장로는 조심스럽게 “목사님 물가도 5% 올랐는데 사례비도 그 수준으로 하는 것이 모양이 좋지 않을까요?”하고 답한다. 그러면 목사는 엄숙한 목소리로 “목사를 잘 섬겨야 교인들이 복을 받지요, 할렐루야!”하고 말한다.
이런 목사를 삯꾼 목사라 하고 나쁜 목사들의 전형적인 타입이라고 한다. 교회를 세습하고, 억대의 연봉을 받는 거짓 목사가 판을 치는 일부 교회가 과연 올바른 종교라 할 수 있을까? 요즘과 같은 세상에 종교를 떠나서 많은 이들에게 예나 지금이나 존경받는 목자가 몇이나 있을까? 종교인의 사랑을 받고 한 나라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성직자 말이다.
그런 분 중 한분이 고 김수환 추기경이다. 그 분에 대한 어떤 설명을 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분은 군부독재시절부터 드러내놓고 가슴으로 바람을 막았다. 70년대, 80년대 사회격동기의 한 가운데 있을 때, 그로 인해 교회 안에서조차 압력과 비난이 쏟아질 때는 한 사제(司祭)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감수해야 하는 고통이 어떠했는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대통령 등으로 이어지는 살얼음과 같은 혼란기에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바람막이 역할까지 하느라 많이 힘들고 외로웠을 그 분인데도 우리가 보는 추기경의 모습은 내 할아버지처럼 온화하고 따사로워 보인다.
“높은 자리라는 게 간혹 창살 없는 감옥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털어놓던 김수환 추기경 모습에서 우리는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다. 지금 우리 주위에 이처럼 신선한 사람냄새를 맡으며 기뻐하고, 살아계심에 감사할 수 있는 성직자가 얼마나 될까? 거짓 목자들이 횡행하는 종교는 사라져야 한다. 교인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롭고 신선한 종교가 나와야 세상이 맑고 밝고 훈훈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