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아름답게 늙고 싶은 그대에게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불교용어 중 상(相)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 ‘상’이란 모습이다. 중생이 실제 집착하는 것이 바로 이 모습이다. 그 대표적인 네 가지가 바로 사상(四相)이다. 아상(我相), 인상(人相), 중생상(衆生相), 수자상(壽者相)등 네 가지다.
그럼 이 4상은 무엇일까? 우리가 보리심(菩提心)을 유지하고 보살의 삶을 살아감에 있어 가장 큰 장애로 꼽히는 것이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다. 이 4상을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맞추어 풀이해 보자.
첫째, 아상은 ‘나’와 ‘내것’을 내세우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 나의 환경을 믿고 남을 업수이 여기는 것이 아상이다. “나는 어느 학교를 졸업했다. 남편이 어떤 직책에 있고, 아내가 어떤 사람이다. 아들딸은 어떻게 되었으며 우리 집의 규모나 재산은 얼마다. 친가, 외가, 친정, 시댁의 배경은 어떻다.” 이러한 것들을 내세우고 자랑하면서 은근히 남을 업수이 여기는 생활을 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 인상은 자기의 실천을 자랑하면서 남을 경시하는 것이다. 기도하고 참선하고 경전을 공부하는 불자들 중에는 스스로의 정진을 자랑하면서 남을 비웃는 이들이 있다. 인상에 사로잡혀서 그렇다. 또 다른 사람이 쉽게 행하지 못할 뿐 아니라 남으로부터 능히 존경받을 만한 효행. 봉사. 희생을 하였을지라도 그 행위에 대한 보상심리나 우쭐되는 마음이 일어나면 인상에 걸리게 된다.
셋째, 중생상은 잘한 것은 내 탓이요 잘못한 것은 남의 탓이라고 하는 것이다. 집안일에서도 잘된 것은 내가 했기 때문이요 잘못된 것은 남편이나 아내, 아들딸 때문이라고 한다면 중생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증거다.
넷째, 수자상은 자기의 이기심에 맞추어 취사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내가 참여하고 꽃다발 하나라도 보내어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얻을 것이 있는 자리에는 주저함이 없고, 이익됨이 없거나 입장이 곤란할 때는 수십 년 사귄 친구도 언제 봤냐는 듯이 발길을 돌린다면, 그는 매우 심각한 수자상에 빠져 있는 사람이다. 나이 먹은 것이나 연조를 내세우며 대우해 주지 않는다고 불평불만을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매 시간마다 이상과 같은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에 빠져 살고 있다.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러한 상에 얽히고 설켜있는 것이다. 그 중 노년에 들면 이 수자상에 걸려 인간관계를 망치는 경우가 참 많다. 수자상에 걸리지 않으려면 ‘하지 말아야 할 일 10가지’가 있다.
1.잔소리 하지 않는 것이다. 아는 것도 모르는 척, 보았어도 못 본 척 넘어 가는 것이다.
2. 큰소리치지 않는 것이다. 내 주장 내세우며 다 가르치려 해봐야 세상이 따르지 않는다.
3. 남을 원망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일은 절망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할 뿐이다.
4.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너무 오래 살았느니, 이제 이 나이에 무엇을 하겠느냐는 둥 헛소리하지 않는 것이다.
5. 나이 들었다고 젊은이를 책하지 않는 것이다. 젊은이의 생활양식이나 젊은이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6. 자주 삐치지 않는 것이다. 가족이나 타인에게 서운한 마음의 표현이겠지만 책임은 나의 몫이다.
7. 모든 것을 다 아는 척하지 않는 것이다. 알아도 모른 척, 가져도 없는 척, 잘나도 못난 척 바보로 사는 것이 최고의 삶이다.
8. 응석 부리지 않는 것이다. 자식이나 주위사람에게 관심이나 동정을 받기는커녕 주책으로 보인다.
9. 인색하지 않는 것이다. 노인의 절약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있는 돈을 즐거운 마음으로 쓸 줄 알아야 한다.
10. 자식 며느리 흉보지 않는 것이다. 흉은 곧 되돌아와 대우와 시봉(侍奉)에 영향을 미친다.
4상을 여의면 곧 부처라 했다. 이 가운데 수자상만이라도 여의면 거의 부처님 발끝에는 도달한 것이다. 중생은 이 4상에 가려 제 허물을 보지 못하고 남의 시비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