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박수칠 때 떠나라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공성신퇴(功成身退)라는 말이 있다. 공을 이루고 나면 물러난다는 뜻이다.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데 “공을 이루고도 이에 머무르지 않고, 대체로 보아 머무르지 않기에 공도 떠나지 않는다”(功成而弗居, 夫唯弗居, 是以不去)”는 말이다.
자연은 결실(功)을 이룩하더라도 그 공(功)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렇듯 자연의 무위적인 흐름처럼(夫) 노자는 “성인은 어디에든 머물지 않기 때문에(唯不居) 무엇인가를 거두어들일 것도 없다(不去). 자연은 온갖 만물을 낳으면서도 그것을 소유하지 않고, 자연은 온갖 만물을 보살펴 주면서도 그 베푼 결과에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어려울 때 힘을 보태는 것보다 공을 이루고 난 뒤 물러서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니까 서운함과 아쉬움이 마음 한곳에 바람처럼 스며들 때 물러날 때를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대의를 위해 마음 편하게 전진할 수 있도록 힘을 쓰고 미련 없이 물러나는 마음이야말로 대인의 심법이다. 만약 대의라면 답은 더욱 간단하다. 물러난 후 대의를 위해 나의 힘이 필요하다면 분명 차후라도 가치 있게 쓰여질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거기까지인 것에 반성을 해야 그 다음의 미래가 있다. 서운하고 아깝지만 손에서 내려놓을 때를 알아야 현명한 사람이다.
필자는 최근 운영하던 ‘덕화만발’의 카페지기를 내려놓는다고 공지했다. 오랜 동안 고민한 일을 이제야 질척거리다가 결단을 앞당긴 것이다. 우리들의 카페 ‘덕화만발’은 사회적 공기(公器)다. 이 공기는 우리 덕화만발 가족 모두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카페지기인 필자가 점점 노쇠하고 건강이 여의치 않다.
그래서 오랜 고심 끝에 그동안 카페를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덕이 큰 ‘덕인회’ 회장 정용상 교수에게 카페지기를 양도하기로 했다. 정용상 교수는 동국대 법대학장을 역임한 저명한 법학박사다. 이 분의 헌신과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리고 아직 젊다. 다만 현직에 있어 매우 바쁘다. 건강도 여의치 않다고 완강하게 사양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정용상 학장님 같은 인품을 지닌 분이 쉽지 않다. 삼고초려 끝에 어렵게 승낙을 받아 카페지기로 추대한 것이다. 필자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카페 운영자의 한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필자가 이 정도의 건강이 유지될 때 카페지기를 내려놓는 것이 바로 ‘덕화만발’의 미래를 위한 충정이라 생각했다.
그 직후 필자의 메일이 불이 났다. 많은 분들이 놀라움과 걱정스러움을 쏟아내셨다. 그 내용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고 그 중 몇 분의 메일을 소개한다.
“덕산님께!
그동안 주옥같은 글을 보내주신 것에 깊이 감사를 드리며,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으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덕산님께서 보내주신 글은 제가 세상을 살아가는 길잡이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덕산님의 글을 접할 수 없게 된다니 아쉽기 한량없습니다. 멀리서나마 덕산님의 쾌유를 빌고 또 빌겠습니다.
2015년 7월1일 노 성기 올림”
“덕산 선생님!
카페지기의 양도가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군요. 덕화만발 메일을 받아볼 수 없다는 말씀인가요? 저는 미국에 나와서도 덕산님의 장문으로 공들여 작성한 좋은 말씀을 받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는데요.
2015년 6월 30일 뉴욕에서 우양 김명희 드림”
“덕산님!
반갑습니다. 항상 꾸준하신 정성과 열정으로 덕화만발을 주재해 오신 덕산님의 노고에 깊은 감사와 함께 건강을 기원합니다. 매일 매일을 하루같이 많은 예화와 함께 글을 올리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정성스러운 일인가 생각할 때 덕산님의 공덕은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그런데 벌써 카페지기를 내려놓으시다니요? 물론 앞으로도 좋은 글을 올리시겠지만 관심으로 지켜주시리라 믿습니다. 건강하시고 정진하시어 세세생생 큰 성인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원기 100년 7월 1일 수산 김원도 합장”
고맙게도 모든 분들이 한결같이 안타까워 해주셨다. 그리고 많은 분들을 놀라게 해드려 죄송하다. 필자가 건강상 이유로 카페지기를 내려놓는 것이다. 이젠 오랜 당뇨병으로 인해 잘 걸을 수도 없고, 눈의 망막이 점점 악화돼 글쓰기도 너무 힘이 든다. 거기에다가 요즘은 발도 퉁퉁 붓는다.
사람 일이란 알 수가 없다. 만약 필자가 갑작스럽게 유고(有故)가 되면 카페가 문을 닫아야 한다. 그걸 방지하자는 뜻에서 필자가 아직 움직일 만할 때 포석을 미리 놓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가 ‘덕화만발’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건강이 지켜지는 그날까지 카페운영자로 남아 ‘덕화만발’의 글은 계속 이어져 갈 것이다.
박수칠 때 내려가는 것이다. 필자는 너무나 행복하다. 아무런 욕심도 없다. 그리고 필자가 계획했던 일은 거의 다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언제 떠나도 여한이 없다. 아직 필자가 이루지 못한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을 이루어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