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선 에르도안 패배···과반의석 실패, ‘대통령제 전환’ 무산될 듯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7일(현지시간) 치러진 터키 총선에서 국민들은 집권 정의개발당(AKP)에 과반의석을 안겨주지 않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0년 정의개발당 창당 이후 첫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이번 총선은 새 정부를 선출하는 본래의 의미보다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권력구조를 전환하기 위해 국민들의 뜻을 묻는 국민투표 성격이 강했다.

터키는 2007년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채택했지만 총리가 정부 수반인 의원내각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사상 첫 직선제 대선에서 승리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통령제 전환이 ‘새로운 터키’에 적합한 체제라며 줄곧 헌법 개정을 역설해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탈당했지만 선거 운동기간 내내 기념식 축사 등을 빌미로 대통령제 개헌을 강조하고 야당을 비난했다.

그는 “(개헌에 필요한) 의원 400명을 달라”며 노골적으로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해 야당 등의 거센 비난을 받았으나 선거 전날까지 사실상 AKP 유세에 앞장섰다.

터키 헌법상 의회가 개헌 국민투표를 발의하려면 전체 의원 550명의 5분의 3(330명)이 찬성해야 하며, 3분의 2(367명) 이상 찬성하면 국민투표를 하지 않고도 헌법을 개정할 수 있다.

AKP 대표인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도 대통령제 개헌을 대표적 총선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그늘에 가렸다.

그러나 개표 결과 개헌에 필요한 의석수는커녕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과반의석 확보에도 실패해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총리를 지낸 에르도안 대통령의 염원인 대통령제 전환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AKP는 2002년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66%인 363석을 얻은 이후 2차례 총선에서도 과반의석을 얻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13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특히 AKP의 이번 총선 득표율 41.2%는 직전 총선인 2011년의 49.8%와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세다.

터키 언론들은 AKP 지지율 하락은 △2013년의 전국적 반정부 시위 △사상 최대 부패사건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적 통치 △시리아 등 외교정책 실패 △경제성장률 둔화 △실업률 증가 등이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야당과 독립 언론들도 독재적 통치로 비난받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실권을 얻게 되면 권력 분립 약화가 심해지고 1인 통치 체제로 바뀌어 민주주의가 후퇴할 것이라고 비판해 내각책임제 유지를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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