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馬相生 韓中共榮③] ‘핀테크시대’ 이재용의 히든카드, 마윈의 ‘오래된 욕망’
[아시아엔=안동일 동북아연구가, 이상기 기자] 핀테크 시대를 맞아 삼성과 이재용의 숨겨진 카드가 있다. 바로 ‘에프엔가이드’라는 회사다. 생소한 이름인데 놀랍게도 다 분해된 e삼성의 마지막 자회사다. 초기 e삼성의 14개 계열사 대부분이 청산됐지만 이 회사만 지금까지 남아 있다. 금융사가 보유한 각종 데이터베이스를 IT기술을 활용해 가공ㆍ분석하는 회사다.
이 부회장은 주위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지난 15년간 계속 이 회사를 지원했다. 정확한 매출이며 수익구조 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3년에 제3증시인 코넥스에 상장까지 했고 또 자회사 ‘에프앤자산평가’를 만들어 국내 금융사의 핀테크 인프라 구축을 돕고 있는 것을 보면 영 바닥은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 e삼성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당시 이 부회장이 e삼성의 모토로 삼았던 ‘금융과 정보통신(IT)의 결합’이 15년이 지난 지금 핀테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숨겨진 카드 ‘에프엔가이드’가 그동안 천덕꾸러기 노릇을 하며 갈고 닦은 내공이 있다면 덩치가 풍선처럼 커진 위어바오의 문제점을 꼭 집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마윈이 정색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고개를 끄덕일 그런 노하우 말이다. 그래서 종국에는 위어바오 운용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게 될 날이 올 수도 있다.
마윈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접점이 하나 더 있다. 인터넷 상거래에서의 모바일 환경구축과 마윈이 부쩍 열을 올리고 있는 문화와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알리바바그룹은 지난해 ‘중국의 유튜브’라는 ‘유쿠투더우’의 지분 18.5%를 인수했다. 그런데 유쿠더우는 드라마와 온라인쇼핑을 연결한 기발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유쿠투더우에서 드라마를 보던 소비자가 영상에 나온 제품을 클릭하면 곧바로 타오바오 인터넷 매장으로 연결하는 서비스다. TV 시청 중에 프로그램 관련 콘텐츠 및 부가 정보를 제공하는 상세 EPG 정보서비스의 일종이다. 스마트 TV의 선두주자 삼성은 벌써 EPG를 상용화하고 있다. 단순한 인터넷 연결이 아닌, 자신들의 앱 생태계를 구축해 관련 부가 서비스를 강화하고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은 제조사로서 당연한 구상 아닌가. 마윈으로서는 부럽기도 하면서 군침이 도는 사안일 것이다.
사막 한 가운데 신기루 같은 웹사이트로 일궈낸 자신의 부에 분명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마윈은 ‘이재용 삼성’의 우람한 굴뚝에서 엄연히 뿜어져 올라오는 뭉클뭉클한 연기를 못내 부러워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뿐이 아니다. 마윈의 알리바바와 타오바오는 PC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상거래 기업이다. 당연히 모바일 환경에서는 이런저런 불편과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의 환경은 모바일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3억명의 회원을 6억, 10억으로 늘리겠다는 알리바바의 입장에서 중국 오지의 PC 보급률은 발목을 잡는 일이다. 이들 가난한 농부들에게 PC와 모바일 스마트폰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열의 아홉은 당근 스마트폰이다.
삼성이 어떤 회사인가. 바로 세계 제1의 스마트폰 업체 아닌가. 당연히 스마트폰에 특화된 인터넷 상거래며 결제 시스템의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연구와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을 터다. 이것이 삼성과 알리바바의 또 하나의 접점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