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헌의 직필] ‘집권 3년차’ 박 대통령 성공하려면 ‘책임장관제’를

책임장관

장관은 국정의 한 부분을 담당하며, 그 분야에 관한 한 대통령의 대리다. 미국의 부처는 냉전시대 12개이었는데 그 후 에너지부, 9.11테러 후에 국토안전부가 생긴 정도 외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 우리도 이승만 정부에서는 12개 부처였다. 박정희 시대에 경제기획원 등 약간의 변화가 있었으나 5공, 6공에서는 별 변화가 없었다. 문민정부 이래 생겨난 부처는 요령부득인 것도 상당히 있다. 굳이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거기에 들어가는 행정소요와 자금(국민의 세금)이 과연 값지게 쓰였는지? 캠프에 가담한 백면서생 교수들이 괜히 뒤죽박죽을 만들었다는 인상이 짙다.

장관은 참모장으로서 차관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국방부의 경우 장관은 각 군을 보살피고 국무위원으로서 책무도 있기 때문에 국방부 본부의 업무는 가급적 차관을 잘 활용해야 한다. 또 장관이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국장들을 잘 골라야 한다. 차관보는 국장들이 자칫 놓치는 부분을 지원해주도록 하고 실질적 업무는 국장 중심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장관이 업무를 수행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등청하여 차관과 커피 한잔을 들며 중요 업무를 파악하고 지침을 주며, 집행은 차관에 위임하는 방법이다. 이에는 장관과 차관의 상호신뢰가 결정적이다. 두번째는 조찬회의를 통해 장관이 만기친람으로 각 국장을 직접 장악하고 업무에 명확한 지침을 주는 방법이다. 두 방법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선택하기 나름이다.

오늘날에는 의원입법보다도 정부입법이 많다. 국회로 넘어간 법안은 일단 상임위원회를 거치는데 여기에서 입법조사관 등의 전문적 보좌를 받는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법사위원회에서 다시 걸러진다. 본회의에서는 연말이 다가오면 100건이 넘는 법률안이 한꺼번에 통과되는 진풍경이 벌어지는데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여실히 반영하는 통탄할 모습이다. 하지만 이것이 나아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영국에서는 본회의 중심으로 철저한 검토가 이루어진다. 우리 국회에서 영국을 따라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백년하청일 터이니 정부에서 더욱 빈틈없이 법안을 성안하는 것이 긴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 부처의 전문성이 총동원되어야 하며, 이를 총괄하는 것은 장관이므로 장관은 매사에 철저하고 명확해야 된다.

오늘날 대통령이 만기친람하기는 어렵다. 청조의 옹정제, 박정희는 만기친람할 수 있었다. 오늘날 그런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세상은 그보다는 몇 배나 크고 복잡해졌다. 따라서 대통령이 만기친람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나 한 부처를 책임진 장관은 만기친람을 할 수도 있다. 장관들이 철저하고 확실하게 해주어 그 분야에서 대통령의 대리를 확실히 해낼 때 대통령은 이를 믿고 보다 멀리, 높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확실한 장관을 고르고, 장관에 힘을 실어주며, 일류의 장관들로 이루어진 내각이라면 명실상부한 정부의 두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비서관들은 국무회의에 배석하여 대통령과 장관들의 의도를 파악하여 필요한 확인, 조정이나 잘하면 된다. 박정희 시대의 김정렴이 가장 바람직한 비서실장이다. 장관은 대통령 성공의 관건이며 모든 정부 운영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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