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길의 편집력시대 ⑮] 수능 앞둔 수험생들에게

공부의 달인들은 지식을 묶고 분류하고 압축하는 편집능력이 남다르다. 공부도 편집력이 좌우한다.세 가지로 분류한 다음 단일 항목 밑에 다시 세 가지로 나눈다. 한 서랍 안에 세 가지만 보관하는 식이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장점 단점도 셋 씩 묶어 암기하고 제도적 대안제시도 세 가지 정도 파악한다.?<사진=김용길>

고3들에게, 무작정 암기하지 말고, 지식을 분류 편집하라

교실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지식 전수 공간이며 사제지간 유형 무형의 지혜가 교차하는 곳이다. 학창시절은 책과 교과서를 통해 세상 지식을 과목 분야별로 익힌다. 월말고사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의고사를 통해 학습능력을 평가받는다. 누구나 시험공부는 피할 수 없다.

시험은 과도한 경쟁 유발이라는 단점도 있지만 학습의 계기이자 성취 측정도구로 큰 역할을 한다. 시험은 공부 못하는 학생을 영원히 낙오시키는 제도가 아니라 현재의 실력을 측정하여 더욱 분발하도록 격려하는 제도로써 더 큰 의미를 갖는다. 학습능력을 판별하는 시험을 잘 보려면 어떤 능력이 좋아야 할까. 단순한 암기력만으론 융합적 지식을 요구하는 대입 수능평가와 대학별 전형시험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공부의 달인들은 지식을 묶고 분류하고 압축하는 편집능력이 남다르다. 공부도 편집력이 좌우한다. 무작정 책 펼쳐들고 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것이 공부의 정도가 아니다. 나는 왜 공부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지고 강한 학습동기를 체득하는 자기다짐이 첫 단추다. 그다음 나는 어떤 공부가 부족하니 그 학습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누구에게 도움을 받고 어떤 교재를 선택할지를 판단한다. 동시에 공부량 공부습관을 고려한 시간 계획표 작성에 돌입한다.

첫째,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먼저 보라.

학습력이 뒤쳐지는 학생은 지문의 세세한 이해에 집중한다. 소소한 단어 하나를 모르면 크게 당황한다. 지문 이해에서 막히면 다른 지문으로 건너뛰지도 못하고 시험 시간을 까먹는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몇몇 단어가 낯설어도 전체 스토리와 핵심 파악에 치중한다. 긴 지문의 맥락을 잡아채면 문제 출제의도가 보인다. 미미한 이해부족은 무시하라. 영어든 국어든 사회탐구든 서너 개의 지문을 자료 스캔하듯 막힘없이 죽 읽어 내려가야 한다.

평소 수많은 텍스트를 빨리 읽고 빨리 파악하는 훈련이 이래서 중요하다. 결국 많이 읽은 학생의 내공이 시험을 장악한다. 문제의 전체 시스템을 먼저 알아채고 세부사항으로 들어가라. 문제 의도를 간파 한 후 본문 도표 예시를 분석해야 한다. 수학도 숫자부터 얽매이지 말고 문제의 스토리라인을 파악한 후 최적 계산법을 찾아야 한다.

둘째, 유사한 것은 묶어 세 가지로 분류하라.

분류는 지식의 첫 출발이자 마지막이다. 분류만 잘해도 학습의 절반에 진입한 것이다. 복잡한 것은 분류라는 가닥으로 나눠줘야 단순해진다. 수십 가지 복잡다단한 가짓수도 유사한 것과 반복되는 것은 한 군데로 모은다. 종류와 질이 다르면 따로 떼어낸다. 분류 자체도 단순명쾌해야 한다. 분류는 압축과 요약으로 거듭나야 효율적이다. 평범한 사람은 서너 가지 넘게 분류항목이 많아지면 기억하지 못한다.

세 가지로 분류한 다음 단일 항목 밑에 다시 세 가지로 나눈다. 한 서랍 안에 세 가지만 보관하는 식이다. 조선 600년을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누고 전기도 통치한 왕들을 중심으로 셋으로 나누는 식이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의 장점 단점도 셋 씩 묶어 암기하고 제도적 대안제시도 세 가지 정도 파악한다. 한국 의회민주주의 한계점을 정리할 때 세 가지로 압축요약하고 극복방안도 셋 정도 제시할 수 있다면 시사논술 문제로 다가와도 든든해진다.

셋째, 글로만 써진 문자 정보를 시각화하라.

글은 독해를 전제로 일일이 읽어야 이해가 된다. 읽는 행위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사고력 훈련이 되어 있어야 글은 줄줄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림이나 사진은 한방에 인식된다. 그래서 이미지에 담긴 정보는 직관적이고 감각적이고 강력하다. 관련 이미지를 갖춘 글은 기억에 훨씬 오래 남는다. 백석 시인의 시를 공부할 땐 시인의 얼굴을 보며 익혀라. 그래야 그의 생애가 떠오르면서 그의 시세계가 이미지로 다가온다. 마치 백석 시인에 감정이입 되어 지문을 풀어가는 식이다. 세계사 국사 과목의 핵심 요점을 암기할 때 세계지도와 동북아 지도를 펼쳐놓고 공간적 지명과 함께 외우면 훨씬 기억을 강화할 수 있다..

이방원 광해군 대원군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등 역사 인물의 경우, 관련 유물 일러스트 이미지를 곁들여 암기를 병행하라. 임시정부 수립, 4.19혁명, 10월유신을 관련 사진과 함께 정리하라. 고려왕씨 조선이씨 왕의 계열도를 직접 작성하면서 제왕의 치적을 요약하라. 국가권력의 3권 분립 논리도 입체적 세력견제도를 그려보면서 이해하라. 사람의 두뇌는 추상적 개념을 쉽게 잊는다. 여기에 구체적 시각정보와 역사적 주인공 인물을 곁들이면 입체영화처럼 생생해진다. 뇌는 비주얼 이미지에 굶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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