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영화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 영월 한반도면 ‘서강의 별’ 빛내다

1일 기자체험을 하는 아시라프 달리 편집장(왼쪽)과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서로 몸을 교차해 타자기를 두드리고 있다.

2014년 만해대상 수상자인 이란 영화계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와 아랍권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 중인 작가 겸 기자 아시라프 달리가 지난 12일 저녁,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미디어기자박물관을 찾았다. 이들은 박선규 영월군수와 영월군민, 고명진 미디어기자박물관 관장, 몽골, 알제리, 폴란드, 러시아 유학생 등 40여명과 함께 ‘서강의 별밤’을 함께 보냈다.

서강의 밤은 영월군민들이 직접 준비한 국수와 오이무침 등 전통 한식으로 식사를 했다. 특히 ‘한반도면 색소폰동호회’는 이국에서 온 손님들을 축하하기 위해 조용필의 ‘허공’ 등 20여곡을 연주해 흥을 돋웠다.

해가 지자 참석자들은 저마다 풍등에 가족의 건강과 꿈, 평화를 바라는 소원을 적기 시작했다. 이란 영화감독 마흐말바프는 풍등에 ‘LOVE’란 단어를 적은 후 “영월 군민과 인류 모두 행복과 사랑을 나누며 살기 바란다”고 했다. 조금만 힘주면 찢어질듯 빨간 등 안에, 바람이 꽉 차자 붙잡을 새도 없이 풍등은 하늘 높이 날아갔다. 자신의 풍등이 떨어지거나 나무에 걸리자 소원이 이뤄지지 않을까 맘 졸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풍등은 모두 하늘로 두둥실 날아갔다. 건강과 평화를 기원하는 풍등들이 서강의 밤하늘로 날아가 ‘영원’을 상징하는 작은 ‘별’이 되는 순간이었다.

밤은 깊어가고 캠프파이어가 시작됐다. 장작에 불을 지피자 밤공기는 따뜻한 온기로 다가왔다. 모흐센 감독과 아시라프를 필두로 자기소개를 했다. 알음알음 알던 사이를 익어가는 밤만큼 더 진하게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튿날(13일) 서강의 아침을 맞은 모흐센 마흐말바프와 아시라프 달리는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을 관람하며 한국의 격동기를 담은 사진들을 감상했다. 이들은 실제로 취재현장에서 사용되던 출입증 등을 차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 한국기자들이 실제로 썼던 타자기를 서로 교차해서 두드리는 포즈를 재현하기도 했다. 한국일보 사진부장과 사진기자협회 회장을 지내며 30년 이상 치열한 현장을 누빈 미디어기자박물관 고명진 관장이 1987년 6월항쟁 기간 중 태극기를 들고 달리는 청년의 모습을 찍은 사진 앞에서 일행은 단체사진을 찍었다. 모흐센 감독이 갑자기 똑같은 포즈를 취하며 달리는 시늉을 하자 고 관장은 연신 “굿, 베리 굿!”을 외쳤다. 모흐센과 아시라프는 일행과 말 대신 몸으로, 정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서강의 별을 빛낸 만해대상 수상자들

만 하루 동안 지켜본 모흐센 마흐말바프과 아시라프 달리는 경계가 없는 듯했다.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함께 사진을 찍자는 제안에도 구김살 없이 응해줬고, 남다른 포즈를 제시하기도 했다. 아시라프는 친절했다. 한국인들에게 먼저 웃으며 다가와 밤은 잘 보냈냐고 물어오고 헤어질 때는 준비해 온 선물도 줬다. 두 수상자는 영월 시골사람들을 만났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젊은 외국인 학생들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이란 영화계의 거장과 이집트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작가 겸 기자가 한국의 시골에서 이런 밤을 보낼 줄을 상상이나 했을까? 상상 없이도 현실은 이뤄지는 것을 확인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참석자 모두에게 기회는 인연이 되었다. 만해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은 그들은 영월 시골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만큼 위대한 일이 더 있을까? 한 사람이 살아온 역사와 다른 한 사람이 살아온 역사가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모흐센 마흐말바프와 아시라프 달리는 한국의 작은 시골, 영월군 한반도면에서 이날 마주한 사람들을 기억하며 잊지 않을 것이다. 영월 사람들 역시 이들을 뚜렷하게 언제고 가슴에 담고 있을 것이다. 영월 서강의 밤, 너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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