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만해대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청년이 상 받는 날 고대
넬슨 만델라 같은 위인들이 수상했던 만해대상을 받게 돼 큰 영광이다. 덕분에 지난 여정이 더욱 보람되지만 그만큼 책임도 느껴진다. 상은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든 사람의 노고를 잊지 않기 위해 그에게 비추는 빛이며, 상을 받는 사람은 자신에게 비춰지는 빛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만해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란에 있던 70만 아프가니스탄 난민 어린이들이 학교로 돌아가길 바라며 흘렸던 눈물이 떠올랐다.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영화 <아프간 알파벳>을 제작했고, 이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아프간 알파벳>으로 난민 어린이들이 처한 고통스런 현실을 고발하고, 그들이 꾸는 꿈을 그리고자 했다. 영화가 개봉된 후, 이란 학교들은 50만명이 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아이들을 학생으로 받아주었고, 아이들의 얼굴에서 묻어나던 슬픔과 눈물은 기쁨과 환희로 바뀌었다. 만해대상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 모든 아프가니스탄 난민 어린이들도 함께 비춰주는 빛이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의 종교적, 민족적 소수자들이 외치던 절규도 떠오른다. 그들은 오랜 세월 종교나 민족이 다른 사람들, 그리고 정부에 의해 핍박 받아왔다. 그래서 영화 <정원사>를 제작해 이들이 겪는 고난을 알렸다. 승려이자 독립운동가, 그리고 시인인 만해 한용운의 이름을 딴 영예로운 만해대상이 만델라에게 수여됨으로써 빛은 더욱 환해지고, 이를 둘러싼 아름다움은 무한대로 펼쳐진다.
경제, 정치, 문화 불평등으로 점철된 어두운 세상. 60년간 지속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해결되지 못한 오늘날 우리에겐 밝은 빛이 절실하다. 서로를 죽이는 대신 포용함으로써 진정한 평화를 이루어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청년이 만해대상을 수상하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 우리는 승객들이 공항에서 수차례 조사받고, 통화를 도청당하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명목 하에 무인비행기가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이는 일을 일상에서 목격한다. 이는 세상의 평화에 역행한다. 나는 무인비행기가 사람을 죽이는 대신 철새들에게 음식과 물을 공급하며 무인비행기 개발자가 만해대상을 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영예로운 만해대상을 수상하게 돼 크나큰 영광이며, 세상의 어둠에 맞서 싸우는 모든 사람들과 이 영광을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