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선, 알시시 우세 속 나세르주의자 연대에 관심

수 년 전, 아니 반 세기 전만 해도 이집트인들에게는 투표장으로 가는 것이 매우 생소한 행사였다. 나세르, 사다트, 무바라크 등 전직대통령들이 오랜 기간 집권하다 보니 이집트 국민의 뇌리에는 다양한 후보의 개념이 들어있지 않다. 심지어 이집트인들은 권위적인 대통령에 대항하는 정치인을 선출하더라도 취임하면 마찬가지로 권위적 인물로 변해 버리는 바람에 대선에 대한 기대는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2011년 1월25일을 계기로 선거를 대하는 이집트인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바뀌었다. 이제 이집트인들은 자신들의 투표가 국가의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집트 육군대장 겸 국방장관을 역임한 압델 파타 알시시(60) 육군원수가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 위해 현직에서 사퇴했고, 여기에 저명 언론인이자 시인 함딘 사바히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무슬림 형제들’의 폭력에 시달렸던 이집트인들은 알시시가 대통령이 되어 이들의 준동을 막아주기를 요청했다. 무슬림 형제들의 폭력이 어느 정도 진압된 가운데 누가 나세르 전 대통령의 정통을 잇는 진정한 ‘나세르주의자’인지를 놓고 벌이는 이집트 대선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알시시는 대통령에 입후보하면서 국영 TV를 통해 “나는 과거 45년 동안 입었던 자랑스러운 군복을 마지막으로 입은 채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나는 항상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군인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고 있으며, 국민이 원하는 어떤 위치에서라도 일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집트의 기독교도들은 무슬림 형제들을 축출하는데 앞장선 알시시를 구호 천사로 환영하고 있다. 이집트 교회 지도자인 타와드로스 2세는 알시시의 입후보는 ‘국민적 의무’라면서 알시시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또 다른 후보인 사바히는 지역 주간지과 인터뷰에서 “나세르주의자 후보의 선거운동은 모금을 위한 문을 열었다”면서 이번 대선과 나세르주의와의 연계를 강조했다. 사바히는 사다트 및 무바라크 집권 시절 야당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17차례나 투옥된 바 있다.

이번 대선은 작년 7월 군부에 의해 축출당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후임을 뽑으려는 것이다.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 선거 일시를 오는 5월26, 27일로 결정했다. 대선 투표에선 50% 이상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가 나오지 않을 땐 6월16, 17일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지만, 엘시시의 대중적인 인기를 생각하면 그런 경우는 생기지 않을 전망이다. 72% 지지율을 기록하며 당선이 유력시된 알사시는 5월5일 이집트 언론 CBC, ONTV 공동인터뷰에서 “이집트인들은 무슬림형제단과의 화해를 거부한다”며 무슬림형제단을 향해 강경적인 태도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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