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의 東北亞] 韓流의 문화기원①
한민족 일상생활서 ‘바람’ 많이 사용
한반도는 일본과 함께 한자와 유교를 공통분모로 하는 중화문명권에 속한다. 하지만 일본은 신도라는 자체종교가 있고 따라서 일본인의 인간 유형과 민족특징은 신도적이며 신도가 일본인의 영혼과 정신세계를 지배해 왔다. 이에 비해 한반도는 자체종교가 없는데 무엇이 한반도 사람들의 유형과 민족적 특징을 형성했을까? 한반도 인간의 삶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친 기본 요소는 무엇일까??
100년 전 세계적인 석학인 중국인 고홍명은 그의 저서 <중국인의 정신>을 통해 “한 문명이 그 문명을 안고 살아가는 공동체의 인간유형을 형성케 하고 정신세계를 지배한다”는 주장을 내놓아 세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00년 후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필자는 고홍명의 문명과 인간유형관계 이론에?흥미를 갖고 한반도 공동체 인간유형의 형성기원 및 민족특징에 관해 연구해 왔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중국에서 문화혁명 때 불륜을 저지른 남녀에게 새끼줄 양끝에 헌 신발을 달아 그것을 목에 걸게 하고 대중비판을 하였다. 비판대회에서 한족들은 이들에게 “따따오까아오퍼쎄!(打倒?破靴: 헌 신발을 건드린 자를 타도하자!)”라고 외쳤고, 조선족은 “비람피우는 자들을 처단하라!”고 외쳤다.?똑같은 현상에 대해 한족은 ‘헌 신발’로 표현하는데 비해 조선족은 ‘바람’으로 말한다는 것이다. 이 언어상의 차이가 곧 두 민족 간 문화차이를 말해준다.
그 후 필자는 우리 민족이 일상생활에서 한족에 비해 ‘바람’이란 말을 굉장히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심지어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말(네가 오는 바람에 내가 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럴 경우 타민족은 바람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에도 ‘바람’이요, 무엇을 희망하는 뜻도 ‘바람’으로 표현한다.
“중국인, 문화적으로 유교 숭상 본질적으로는 도교”
1980년대 북한 사람들과 접촉해 보았는데 그들도 ‘바람’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1990년부터 한국인을 접촉해보니 역시 마찬가지였으며 특히 한국가요에는 ‘바람’이라는 말이 굉장히 많았다. 이탈리아 철학자 크로체의 말대로 “모든 역사는 현대사이다”라는 논리에 따르면 한민족의 일상생활과 가요에 ‘바람’이란 낱말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필시 역사적인 문화와 연관성이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언어표현은 과거역사문화의 관성에서 온 것이라고 보아야 마땅할 것이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이 문제와 관련해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 신라계통의 경상도 사람들이 집권하고 경상도 천하를 이루게 되자 유행가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어휘가 ‘바람’이라는, 이 한마디라는 사실은 결코 단지 우연한 잠시적 유행현상으로만 간주할 수가 없다. 국제적으로 유행가요를 분석해 보아도 바람이라는 단어는 특히 우리나라 가요에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수천 년을 무의식적으로 내려온 우리나라 고유 토속신앙의 메모리체계 작동으로 봐야 하며 ‘바람’이야말로 잃어버린 우리자신의 ‘야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현상을 역사적으로 파악하는 눈이 필요하다.
즉 한 1500년 정도의 시간단위는 좀 거시적 혜안을 갖게 되면 몇 십 년 정도의 압축된 연속성의 체계로 간주할 수도 있고 해야 하는 것이다. 김범룡의 ‘바람 바람 바람’이나, 최치원의 <난랑비서>의 바람이나 화랑·미륵의 바람이나 <시경>의 바람이나 모두 한 가지 ‘바람’의 연속된 아키타입일 뿐이다.’
일본역사는 ‘하→상’으로 흐르는 헌신과 충성 구조
중국에서는 바람과 연관된 원시종교사상을 개괄해 ‘풍교’라 지칭하고 바람(기)을 우주의 본체라 인식하며 바람의 흐름에 ‘도(道)’가 있다는 이른바 풍류도를 세웠다. 이 풍류도는 한대(漢代)부터 하나의 고등종교인 도교로 승화되었다.?도교는 중국 모계씨족사회에서 자발적인 여성숭배를 특징으로 하는 원시종교가 진화하는 과정에서?무사(巫史)문화, 귀신숭배, 민속전통, 여러 방기술수(方技術手)를 종합적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도가의 황로지학을 기치와 이론지주로 하고 유불도의 음양, 신선제가학설 중의 수련사상, 쿵푸(工夫)경계, 신앙성분과 윤리관념을 포섭하여 세상을 살면서 사람을 구하고 장생하고 신선이 되며, 따라서 몸과 도의 합진(合眞)을 목적으로 신학화, 방술화한 다차원의 종교이다.
도교는 중국의학, 과학, 예술, 무술, 방중술, 수련, 장생술, 가치관, 인생관, 세계관 등의 발견과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해왔다. 임어당 선생은 그의 <중국인>에서 “중국인은 문화적으로 유교를 숭상하고 본질적으로는 도교를 받들어왔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풍류도가 신도로 변이되고 발전해왔다. 200년 전 사대국학자에 속하는 모토오리노리나가(本居宣長)는 <고사기>와 <일본서기>를 연구하고 나서 “일본역사는 ‘하→상’으로 흐르는 헌신과 충성 및 봉사의 구조로 흘러왔고, 이것이 곧 일본인 신도의 기본정신”이라고 말했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저서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에서 “일본인의 하→상로 흐르는 충성과 헌신과 봉사의 구조는 카미(神)의 길이며 바람의 길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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