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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불족적’의 미학과 공(空)의 발걸음
불족적은 부처를 형상화하지 않던 무불상기의 대표적 상징이다. 그러나 ‘형상 없음’은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한 현존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었다. 불족적 앞에 서면 부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도 그의 발걸음과 숨결이 조용히 되살아난다.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드러내는 것, 이것이 내가 느낀 ‘형상 금지의 미학’이었다.-본문에서 1년여 전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스투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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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화장품, 신성에서 유혹까지…인류 문화 속 ‘아름다움의 이중성’
고대 이집트의 최고 미인으로 사랑받는 네페르티티(기원전 1360년 무렵) 여왕이 청동거울을 들여다보며 화장을 하고 있다. 이 글은 2026년 5월호에 실린 황건 교수의 논문을 바탕으로, 화장품의 역사적·종교적 의미와 인간 문화 속에서의 역할을 독자 여러분께서 보다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핵심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 것입니다. 원문은 화장품이 지닌 신성성과 유혹성, 그리고 문화적 긴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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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AI 시대, ‘의사’ 직업의 역할은 뭘까?…”정답 없는 자리에서 결정하는 사람들”
“의사는 창의력이 필요 없는 직업입니다. 앞으로는 수술도 AI와 로봇이 하게 되고, 의사는 환자와 hug하는 역할만 남게 될 것입니다.” 그는 그것을 미래 예측이라고 불렀다. 토의 시간이 되었다. 나는 손을 들었다. 내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의사는 창의력이 필요 없다는 말씀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려 했지만 말의 무게는 가벼울 수 없었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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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괴물과 경이 사이에서…성형외과 의사의 질문
상상이 이성을 벗어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예술이 아니라 괴물로 변한다는 경고. 나는 그 문장 앞에서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문장을 떠올렸다. “이론 없는 사실은 혼란이고, 사실 없는 이론은 환상이다”라는 말. 생각해 보면, 렘브란트와 고야 사이에는 바로 그 긴장이 놓여 있다.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상상만으로도 완전하지 않다. 예술은 그 둘이 만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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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황건 칼럼] 두 길의 그림자…전륜성왕과 부처
<AI 생성 이미지> 5월의 햇빛 아래 서 있으면 문득 한 사람이 두 개의 그림자를 갖고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고타마 왕자에게 내려졌던 두 가지 예언이 그랬다. 그는 전륜성왕이 되거나, 부처가 될 사람이라고. 전륜성왕의 그림자는 넓고 단단하다. 그가 지나가면 작은 나라들이 질서 아래 모이고, 거칠던 길이 반듯하게 다져진다. 백성들의 분쟁도 잦아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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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수의 상처 입은 얼굴, 외과의사의 시선에서 보다
‘자비의 그리스도(Cristo de la Misericordia)’ 얼굴 클로즈업. 이 조각상은 후안 마누엘 미냐로(Juan Manuel Miñarro)가 삼나무(cedar)로 조각한 작품이다. <출처 https://www.miarnicar.org/Atimo_s/articles_images> 이 글은 국제학술지 <The Journal of Craniofacial Surgery>(2026년 5월호)에 게재된 황건 박사의 특별기고를 바탕으로, 가톨릭 신앙과 두개안면외과적 시각이 만나는 지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 외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독자 여러분께 보다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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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비 오는 날, 아내와 처음 찾은 6사단 전적지…‘결사’ 위에 겹쳐진 동행의 시간
용문산전투가평지구 전적비 <사진 황건> 아침부터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쏟아붓는 장대비는 아니었지만, 그칠 듯 말 듯 이어지는 잔비가 하루의 결을 부드럽게 적셨다. 그런 날, 나는 아내와 함께 가평의 한 전적지를 찾았다. 처음으로 함께 가는 전적지였다. 차를 몰고 좁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보니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도록 바닥에 기둥이 박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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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스무 해 동안 잣나무를 붙든 친구…오현 스님 “그놈 미친놈이구나, 얼른 놓아버려야지”
화두도 마찬가지다. 화두는 문장이 아니라 문을 여는 손잡이인데, 사람은 손잡이만 꼭 쥐고 문 앞에 서 있다. 내 친구의 스무 해가 꼭 그러했다.의사인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환자의 기능을 붙들고, 검사 수치를 붙들고, 영상 결과를 붙든다. 때로는 치료보다 먼저 놓아야 할 것이 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두려움, 예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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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스승 백상호 교수님께 바치는 생전 헌사
“교수님은 평생 ‘좋은 의사’를 만드는 일에 헌신하셨다. 좋은 의사란 타고난 성품, 가정교육, 기초교육, 전문교육, 올바른 직업관,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삶이 서로 맞물려 완성되는 존재라고 보셨다.” 나의 박사 지도교수이신 백상호 교수님은 1934년생으로, 지금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 대장암 말기로 식사를 하지 못하시고 비경구 영양에 의존하고 계신다. 머지않아 이별의 시간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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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평시에 실전을 사는 사람들…총성 없는 전장, 수술실의 전우들
Hic et Nunc, Intra Nos’ 나는 군 병원 수술실 10번방을 자주 쓴다. 예정 수술이 있는 날도 있지만, 응급수술이 잡히면 가장 먼저 긴장이 감도는 곳도 그 방이다. 문이 닫히면 바깥의 시간은 잠시 멈추고, 안에서는 오직 환자의 맥박과 혈압, 출혈량과 산소포화도만이 시간을 말해준다. 그 방에는 늘 함께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민간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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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창녕 전쟁기념관에서 만난 한국전쟁 참전 美 해병 러스터…팔을 잃고도 산을 오른 사람
한국전쟁에서 오른팔을 잃은 러스터 해병대원이 미국으로 귀국한 뒤, 한국의 지인에게 보낸 편지 말미에 직접 그려 덧붙인 엠블럼. <사진 황건> 한 팔의 사나이는 아직도 산을 오르고 있었다. 창녕 박진전쟁기념관에서 만난 미 해병 러스터씨 이야기다. 지난주 경남 창녕에 있는 박진전쟁기념관을 찾았다. 낙동강 방어선의 치열했던 전투를 기억하는 작은 공간이었다. 전쟁기념관은 대개 숫자와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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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ar Horse에서 레클리스 카페까지…전쟁을 짊어진 동물들
레클리스 군마와 마병 연천의 카페로 살아난 ‘레클리스’와 영화 War Horse 속 ‘조이’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에는 ‘레클리스 카페’가 있다. 군사분계선과 멀지 않은 접경 지역, 오늘의 평온한 들판과 도로 사이에 자리한 카페 이름이 뜻밖에도 한 마리 말의 이름이라니, 처음 들으면 조금 의아하다. 그러나 그 이름의 사연을 알고 나면, 커피잔 하나 앞에 두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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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4·27 한국전쟁 순직 종군기자 추념의 날…총성 너머 기록된 ‘기억의 지도’
경기도 파주시 통일공원 소재 종군기자 추념비. 종군기자추념의 날은 대한민국의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공식 국가기념일은 아니다. 한국전쟁 중 순직한 종군기자들을 기리는 추념식을 뜻하며, 매년 4월 27일 전후에 경기도 파주 통일공원 내 한국전 순직 종군기자 추념비 앞에서 열려 왔다. 추념비 자체가 1977년 4월 27일 준공되어 그 날짜를 기준으로 행사가 이어져 온 것이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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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전쟁의 칼날 위를 걷다…의학 교리를 뒤집은 한 외과의사의 용기
한국전쟁은 수많은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그 속에서 태어난 혁신도 있었다. 프랭크 C. 스펜서는 전장에서 의학 교리를 뒤집었고, 현대 혈관외과의 문을 열었다. 그는 칼날 위를 걸었지만, 그 길 끝에는 수많은 생존자의 미래가 있었다.-본문에서. 이 기사는 황건 교수가 <Journal of Trauma and Injury>에 발표한 논문 ‘Walking on the blade: Frank C. Spe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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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전 참전 ‘찰리’를 기다리는 아내의 바느질-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며칠 전 해운대에서 열리는 학회에 가는 길에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았다. 의예과 학생이던 1977년에 한 번 와본 뒤 처음이었다. 세월만큼이나 공원의 모습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협소한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없어 멀리 세우고 걸어가야 했다. 터널을 지나 입구에 이르니, 베레모와 선글라스를 쓴 잘생긴 의장병이 방문객을 맞고 있었다. 젊은 병사의 단정한 자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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