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 사회

    ‘수백 번 접힌 종이’…아버지의 6.25전사통지서를 평생 품은 딸

    최석순 일병 전사통지서는 정부가 만든 행정문서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한 가족의 유품이 되었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어 몇 번이고 펼쳐 보았을 것이다. 친척이 찾아올 때마다 다시 꺼내 보였을 것이고, 제삿날이면 또다시 펼쳐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손을 타며 종이는 늙어 갔다. 전쟁은 사람만 늙게 하는 것이 아니라 종이도 늙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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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수십 년 뒤에야 보인 풍경…최인훈의 ‘광장’과 거제도의 기억

    최인훈 작 <광장> “기억나는 소설이 있습니까?” 인도, ‘광장’, 그리고 거제도 부산 유엔평화기념관을 둘러보다가 인도 전시관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해설사는 인도의 의료지원과 포로송환 활동을 설명하더니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기억나는 소설이 있습니까?” 뜻밖의 질문이었다. 나는 거의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최인훈의 <광장>입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바로 그 소설의 역사적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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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황건 칼럼] ‘6·25전쟁 반공투사 위령비’와 ‘달팽이’…초여름에 만난 두 개의 시간

    비문을 읽다가 문득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달팽이는 비석 오른쪽에 붙어 천천히 기어가며 몇 글자를 가리고 있었다. 잠시 떼어낼까 생각했지만 그대로 두었다. (중략) 굳이 그것을 떼어내지 않아도 위령비는 여전히 위령비였고, 달팽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이었다. – 본문 중사진 속 달팽이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독자 여러분도 잠시 멈춰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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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아흔한 살 ‘뼛속까지 군인’ 민병돈 전 육사교장이 들려준 리더십

    충북 영동 물한계곡에서 민병돈 장군 <사진 이상기> 왜 그들은 아직도 ‘우리 중대장님’이라 부를까 이달 초 아흔한 살의 예비역 중장, 한 분의 언론인과 함께 2박 3일을 보냈다. 노병은 전쟁과 군대,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그중 유난히 마음에 남는 말이 있었다. 노병은 자신이 소대장 시절 함께 근무했던 병사들은 이제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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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체호프의 ‘내기’를 다시 읽으며, 의사수필가를 생각하다

    체호프가 던진 질문…돈과 지식, 성공과 실패, 그리고 인간이 끝내 붙들어야 할 가치 얼마 전 한국의사수필가협회 총회에 다녀온 뒤 「의사수필가는 누구인가?」라는 글을 썼다. 임원 대화방에 올렸더니 한 내과 선생님이 이런 댓글을 남겼다. “황건 선생님과 같은 총회 자리에 참석했었는데도 저는 그냥 지나쳤던 일들을 황건 선생님은 이렇게 소중한 글로 써주셨네요. 내용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이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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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구름은 흘러가고 강물은 흐른다…노병과 함께 부른 ‘하숙생’

    민병돈 장군(오른쪽)과 황건 필자. 휘문고 22년 후배인 황건 필자가 자신의 저서에 ‘선배님께’라고 적어 민 장군에게 증정했다. <사진 이상기> 지난 6월 6~8일 나는 91세의 예비역 중장(이하 노병), 그리고 나와 동갑인 언론인 한 분과 함께 충북 영동의 한 펜션에서 2박 3일을 보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이었다. 그 펜션은 특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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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편선은 사라졌지만 마약 중독은 떠나지 않았다

    제국의 항로와 군 병원의 택배, 중독은 어떻게 이동해 왔는가 영국 동인도회사의 아편무역부터 현대 병원의 택배 검수까지. 중독은 시대마다 다른 운송수단과 기술을 이용해 인간 사회를 이동해 왔다. 이 이미지는 역사적 무역망과 현대 물류체계를 대비하며 중독 문제의 연속성을 표현했다.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제국의 항로와 군 병원의 택배…중독은 어떻게 문명을 따라 이동하는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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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부대는 언제 무너지는가…특전사령관 출신 노병의 ‘전쟁론’

    포탄 속을 뚫고 전진하는 용사들 “앞의 적이 무섭다, 뒤의 중대장이 더 무섭다” 현충일 무렵 나는 아흔한 살의 노병과 2박 3일을 함께 보냈다. 그는 6·25전쟁에 참전했고, 월남전에서도 싸웠으며, 훗날 특전사령관도 지냈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병사들은 왜 전진합니까?” 총알이 날아오고 포탄이 터지는 전장에서 사람은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성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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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황건 칼럼] 통나무 하나가 나라를 세운다

    전국시대 진나라의 상앙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새로운 법을 시행하려 했지만 백성들은 믿지 않았다. 나라의 법령이란 원래 윗사람이 마음대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앙은 남문에 통나무 하나를 세워 두고 말했다. “이 통나무를 다른 문까지 옮기는 사람에게 상을 주겠다.” 아무도 믿지 않았다. 상을 더 올려도 마찬가지였다. 마침내 한 사람이 통나무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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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충북 영동 ‘민주지산 위령탑’ 앞에서…절대충성과 절대복종 사이

    민주지산 특전대원 추모탑 <사진 황건> 충북 영동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민주지산 순직장병 위령탑에 들렀다. 위령탑에는 1998년 봄, 폭설과 강풍 속에서 순직한 특전사 장병 여섯 명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그들은 대대 종합전술훈련의 마지막 과정인 천리행군 중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로 저체온증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모두 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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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환자 버리지 않는 의사, 부하 버리지 않는 장교…육·해·공 사관학교가 길러내려는 사람

    <AI 생성 이미지> 나의 스승 백상호 교수님은 평생 ‘좋은 의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셨다. 문득 의과대학의 목적이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라면, 사관학교의 목적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좋은 소위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소위란 어떤 사람일까? 육군사관학교의 교훈은 지(智)·인(仁)·용(勇)이다. 지혜롭게 판단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필요한 순간에 용기를 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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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아직도 물 아래 전우들이 있다”…천안함 한주호 준위와 영화 ‘맨 오브 아너’ 속 빌리 선데이가 남긴 질문

    한준호 준위가 “아직도 물 아래 전우들이 있다”는 생각으로 구조작전에 참여했다고 기억한다. 그 패널 앞에 서 있는 동안 오래전 보았던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영화 <Men of Honor(맨 오브 아너)>였다. 배우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가 연기한 빌리 선데이는 노련한 해군 잠수사 교관이다. 그는 누구보다 위험한 바다를 잘 알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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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사흘간 구순 노병에게 배운 것…”60년전 월남전 전장을 지킨 것은 결국 ‘원칙’이었다”

    중대전투대형 <출처 오해병 블로그> 며칠 전 나는 만 아흔한 살의 노병과, 나와 동갑인 언론인 한 분과 함께 충북 영동의 한 펜션에서 2박 3일을 보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이었다. 나는 식재료를 준비해 가서 여섯 끼의 식사를 만들었고, 우리는 식탁과 산책길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병은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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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과학

    프랭크 스펜서, 한국전쟁에서 세계 혈관외과의 역사를 바꾸다

    AI 생성 이미지 한국전쟁은 국제정치의 격전장이었을 뿐 아니라 외상외과 역사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그 참혹한 전쟁 속에서 한 젊은 미 해군 외과의사, 프랭크 C. 스펜서(Frank C. Spencer)는 기존 의료 교리를 뒤흔드는 결정을 내리며 세계 혈관외과의 흐름을 바꿨다. 1950년대 초 미군의 사지 동맥 손상 치료 원칙은 ‘결찰(ligation)’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경험에 기반해, 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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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현충일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리지 않는 ‘나팔 소리’, 꺼지지 않는 ‘불꽃’

    나는 때때로 수술실과 병동에서 젊은 군인들의 얼굴을 마주한다. 부상으로 인해 변형된 얼굴, 찢어진 피부, 부러진 뼈. 그들의 몸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미 지나간 시간-누군가의 희생으로 지켜진 시간-도 그 위에 겹쳐져 있다. 그 순간, 우리는 알게 된다. 이 나라의 시간은 단일한 흐름이 아니라, 수많은 중단과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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