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나무 하나가 나라를 세운다.”
공자는 나라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 세 가지라고 말했다. 먹을 것과 군대, 그리고 백성의 신뢰였다. 그 가운데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군대를 버리고,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먹을 것을 버리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남겨야 할 것은 백성의 신뢰였다.
“예로부터 사람은 모두 죽는다. 그러나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는 설 수 없다.” <논어>에 나오는 이 구절은 2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낡지 않았다.
역사를 돌아보면 국가는 성벽으로 유지되지 않았다. 군대로 유지되지도 않았다. 물론 성벽과 군대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민이 국가의 말을 믿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국가는 오래 살아남는다.
전국시대 진나라의 상앙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새로운 법을 시행하려 했지만 백성들은 믿지 않았다. 나라의 법령이란 원래 윗사람이 마음대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앙은 남문에 통나무 하나를 세워 두고 말했다. “이 통나무를 다른 문까지 옮기는 사람에게 상을 주겠다.” 아무도 믿지 않았다. 상을 더 올려도 마찬가지였다.
마침내 한 사람이 통나무를 옮겼다. 그러자 상앙은 약속한 상금을 그대로 지급했다.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사소한 이야기다. 그러나 상앙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통나무가 아니었다. 국가의 약속이었다. “국가는 말한 대로 한다.” 그 믿음이 생기자 백성들은 비로소 법을 믿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국가는 거대한 약속의 집합체다. 세금은 내일도 국가가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 위에서 걷힌다. 화폐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가치를 믿기 때문에 돈이 된다. 징집도, 교육도, 복지도, 재판도 결국은 국가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신뢰 위에 서 있다.
국민은 완벽한 국가를 기대하지 않는다. 실수하지 않는 정부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은 국가가 실수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지켜본다. 약속을 지키는가. 규칙을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하는가. 오늘 한 말을 내일도 같은 기준으로 말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쌓여 신뢰가 된다.
신뢰는 성명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광고로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반복된 행동이 만들어낸다.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환자는 의사가 설명하는 지식을 모두 알 수는 없다. 수술 과정을 전부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수술대에 오른다. 의사가 자신에게 진실을 말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 믿음이 사라지면 아무리 뛰어난 지식과 술기도 그 의미를 잃는다.
국가도 다르지 않다. 국민은 국가의 모든 정책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가 약속을 지키고 정직하게 행동한다고 믿는다면 어려운 결정도 받아들인다. 반대로 신뢰가 무너지면 가장 훌륭한 정책도 의심받는다.
공자가 마지막까지 남겨야 한다고 말한 것은 그래서 식량도 아니고 군대도 아니었다. 신뢰였다. 역사는 수많은 왕조의 흥망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언제나 같은 질문이 흐르고 있다.
“국민은 아직도 국가의 말을 믿는가?”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나라는 강한 나라일 것이다. 어쩌면 통나무 하나를 옮기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국가가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은 거창한 힘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모습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