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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누구도 쉽게 믿지 말라, 그러나 모두를 존중하라”…딘 소장이 남긴 전장의 교훈
6.25 당시 워커 사령관(가운데)이 무초 미국대사(왼쪽)와 딘 소장과 함께 대화하고 있다. 사진은 2012년 6.25 62주년을 맞아 LA에서 열린 ‘한국전쟁 사진전’에 출품된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 제24보병사단장이었던 윌리엄 F. 딘 소장은 북한군의 포로가 된 미군 최고위 장성이었다. 그러나 그가 포로가 된 것은 비겁함이나 지휘 실패의 결과가 아니었다. 오히려 끝까지 부하들과 함께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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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연천 유엔군 화장장…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정류장
연천 유엔군 화장장 시설 <사진 황건> 오늘 혼자 연천에 갔다. 찾아간 곳은 유엔군 화장장 시설이었다. 이름부터 조금 낯설었다. 전쟁기념관도 아니고, 현충원도 아니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크게 새겨놓은 추모비도 없었다. 산자락 아래에 논이 보이고, 숲은 여름빛으로 짙었다. 이렇게 평온한 곳에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는 쉽게 믿기 어려웠다. 조금 걸어 들어가자 건물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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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추모] 백상호 교수의 유산…”의학교육의 목적은 좋은 의사를 만드는 것”
백상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명예교수는 한국 의학교육의 현대화와 국가시험 개혁, 교수개발에 큰 족적을 남긴 의학교육자다. 이 글은 백 교수의 제자이자 오랜 동료로 지낸 필자가 스승과 함께한 거의 50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쓴 추모문으로, 2026년 영문 학술지에 ‘Personal View’ 형식으로 게재됐다. “의학교육의 목적은 좋은 의사를 만드는 것”이라는 백 교수의 신념이 강의실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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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시드니 군함에서 떠올린 우리 해군…바다는 넓고, 그들의 공간은 좁다
시드니 항구의 Australian National Maritime Museum에 있는 구축함 HMAS Vampire <사진 황건> 나는 늘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일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육지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도 조금은 넓어지지 않을까. 특히 해양대학을 나와 상선을 타던 친구를 볼 때면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지난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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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에든버러 백파이프와 용산에서 만난 전쟁의 기억…”그들은 늙지 않는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거리에서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연주자. 에든버러에서 한 곡의 백파이프 연주를 들었다. 웅장한 행진곡을 기대했지만, 들려온 것은 전혀 다른 음악이었다. 그 소리는 앞으로 나아가라고 독려하는 음악이 아니었다. 떠난 사람을 뒤돌아보며 부르는 애도의 노래였다. 곡 이름은 Lord Lovat’s Lament였다. 스코틀랜드 고원의 바람을 닮은 백파이프 소리는 길게 울렸다가 천천히 사라졌다. 마치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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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상처’와 ‘낙인’ 사이…안전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공개해야 하나
진정한 안전은 실패에서 배우되, 사람을 숫자 하나로 판단하지 않는 사회에서 시작된다. <AI 생성 이미지> 한 사람이 평생 짊어져야 할 상처가 있다. 어린 나이에 받은 수술. 믿었던 의료진에게 맡긴 몸.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장애. 그 경험은 한 사람의 삶을 바꾼다. 그러한 경험을 한 사람이 이후 환자 안전과 제도 개선을 이야기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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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자와 유니콘 사이에서…권력은 누구의 것인가
멜버른의 오래된 건물 위에 있는 사자와 유니콘 멜버른의 오래된 건물 위에서 사자와 유니콘을 보았다. 두 동물은 왕실 문장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서 있었다. 처음에는 영국풍의 오래된 장식쯤으로 생각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문장 아래 프랑스어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Dieu et mon droit. ‘하느님과 나의 권리.’ 멜버른 Government House 옛 정문에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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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래된 친구와 걷는 길, 먼저 떠난 사람들을 만나다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니 오래된 친구가 마중 나와 있었다. 나보다 한 살 아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냈으니 세월을 헤아리기조차 쉽지 않다. 해양대학교를 졸업한 뒤 시드니에 정착한 친구는 내가 오면 꼭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다며 Coogee Beach로 향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나는 마음이 복잡할 때 이곳을 걷곤 해.”“하이데커의 숲이군.”내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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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고맙습니다, 그녀들에게”…한국전쟁 부상병 곁을 지킨 호주 간호사들
<Australia Remembers 6: Wartime Nurses-Care and Compassion> 표지 오늘 시드니의 호주뉴질랜드추모관(ANZAC Memorial)을 찾았다. 생각보다 규모는 크지 않았다. 전시의 중심은 제1차 세계대전이었고, 한국전쟁을 따로 다룬 공간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사진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1941년 뉴캐슬 시내를 행진하는 구급간호봉사대(VADs march through Newcastle city, 1941).’ 1941년 뉴캐슬 시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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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나의 세이렌, 워터하우스 그림 속에서 만난 내 안의 목소리
멜버른 국립빅토리아미술관의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작품 <사진 황건> 어제 멜버른의 국립빅토리아미술관(NGV)에 갔다. 여러 작품 사이를 걷다가 한 그림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의 1891년에 그려진 작품이다. 사람들은 잠시 그림을 바라보다가 지나갔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지나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한참 동안 그림을 바라보았다. 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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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국전 전사·실종 호주군 340명의 이름…그리고 한 젊은 병사의 눈망울
참으로 긴 하루였다. 어제 멜버른에서 열린 학회에서 내 발표가 끝난 뒤, 한국전쟁에 참전한 호주군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기차를 타고, 트램을 타고, 버스를 타고, 때로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에서 내려 다시 길을 물었다. 그렇게 찾아간 첫 번째 장소가 Footscray의 한국전쟁기념비였다. 넓은 풀밭 위에 두 줄의 긴 기념벽이 길처럼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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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디세우스가 들은 사이렌, 그 목소리는 내 안에 있었다
AI 생성 이미지 영화 ‘오디세이’를 보고 나서 RISS를 검색하다가 프란츠 카프카의 짧은 글 하나를 만났다. 제목은 ‘사이렌의 침묵’이었다. 사이렌이라면 당연히 노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디세우스가 귀를 기울이고, 선원들은 귀를 막고, 그 치명적인 노래를 피해 지나가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카프카는 이야기를 거꾸로 뒤집어 놓았다. 사이렌들이 노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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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힘은 나아가면서 얻어진다”…멜버른의 다리에서 만난 아이네이아스
Vires acquirit eundo. 라틴어로 ‘힘은 나아가면서 얻어진다’. 멜버른의 도시 모토라고 한다. <사진 황건> 오늘 아침 호텔에서 회의장으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넜다. 멜버른의 겨울 아침은 아직 차가웠다. 강물 위로 찬바람이 불었고, 사람들은 코트를 여미며 빠른 걸음으로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나도 그들 사이에 섞여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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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죽은 자도 돌아가야 한다…오디세우스와 아이네이아스가 남긴 ‘귀환의 조건’
오디세우스가 저승에서 엘페노르를 만나는 고대 그리스 도기 그림 산 자의 귀환을 말하기 위해 저승까지 내려갔던 두 영웅에게, 죽은 자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오디세우스가 저승에서 처음 만난 사람 가운데에는 엘페노르가 있었다. 그는 영웅도, 왕도 아니었다. 키르케의 섬에서 술에 취해 지붕에서 떨어져 죽은 젊은 선원이었다. 문제는 그가 죽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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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디세우스는 집으로, 아이네이아스는 미래로
헨리 깁스(Henry Gibbs)의 1654년 작품. 불타는 트로이를 빠져나오며 아버지 안키세스를 업고 아들 아스카니우스의 손을 잡은 아이네이아스의 모습이 담겼다. ‘등에는 과거를 업고, 손에는 미래를 잡은’ 한 인간의 선택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버지를 업고, 아들의 손을 잡고얼마 전 아버지를 업고 아들의 손을 잡고 불길을 빠져나가는 투구 쓴 병사의 그림을 본 적이 있다. 아이네이아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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