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 문화

    “힘은 나아가면서 얻어진다”…멜버른의 다리에서 만난 아이네이아스

    Vires acquirit eundo. 라틴어로 ‘힘은 나아가면서 얻어진다’. 멜버른의 도시 모토라고 한다. <사진 황건> 오늘 아침 호텔에서 회의장으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넜다. 멜버른의 겨울 아침은 아직 차가웠다. 강물 위로 찬바람이 불었고, 사람들은 코트를 여미며 빠른 걸음으로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나도 그들 사이에 섞여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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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죽은 자도 돌아가야 한다…오디세우스와 아이네이아스가 남긴 ‘귀환의 조건’

    오디세우스가 저승에서 엘페노르를 만나는 고대 그리스 도기 그림 산 자의 귀환을 말하기 위해 저승까지 내려갔던 두 영웅에게, 죽은 자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오디세우스가 저승에서 처음 만난 사람 가운데에는 엘페노르가 있었다. 그는 영웅도, 왕도 아니었다. 키르케의 섬에서 술에 취해 지붕에서 떨어져 죽은 젊은 선원이었다. 문제는 그가 죽었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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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디세우스는 집으로, 아이네이아스는 미래로

    헨리 깁스(Henry Gibbs)의 1654년 작품. 불타는 트로이를 빠져나오며 아버지 안키세스를 업고 아들 아스카니우스의 손을 잡은 아이네이아스의 모습이 담겼다. ‘등에는 과거를 업고, 손에는 미래를 잡은’ 한 인간의 선택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버지를 업고, 아들의 손을 잡고얼마 전 아버지를 업고 아들의 손을 잡고 불길을 빠져나가는 투구 쓴 병사의 그림을 본 적이 있다. 아이네이아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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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디세우스의 밧줄…자유를 지키기 위한 구속

    세이렌의 유혹을 피하기 위해 돛대에 자신의 몸을 묶은 오디세우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작 ‘율리시스와 세이렌들'(1891) 영화에서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노래를 듣는 장면을 보았다. 선원들은 귀에 밀랍을 넣었다. 세이렌의 노래를 듣지 않기 위해서였다. 오디세우스는 달랐다. 그는 듣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의 귀를 막지 않았다. 대신 선원들에게 자신을 돛대에 단단히 묶으라고 했다. 세이렌의 노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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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디세이’…”사람을 알아보게 하는 것은 얼굴이 아니라 흉터였다”

    거지로 변장해 고향 이타카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를 늙은 유모 에우리클레이아가 다리의 흉터를 보고 알아보는 장면. 귀스타브 불랑제, <오디세우스와 에우리클레이아>(1849) 어릴 때 매주 토요일이면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그때 보던 프로그램 가운데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디즈니랜드였다. 한 시간짜리 영화가 방영되곤 했다. 그중에 마크 트웨인 원작의 <거지왕자(The Prince and the Pauper)>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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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오디세우스는 왜 세이렌의 노래를 들었는가

    AI 생성 이미지 영화에서 세이렌의 장면을 보았다. 선원들은 귀에 밀랍을 막고 노를 젓는다. 오디세우스만은 돛대에 단단히 묶여 있다. 그런데 한 선원이 귀에서 밀랍을 빼낸다. 그는 세이렌의 노래를 들은 뒤 그들에게 다가가고, 결국 목숨을 잃는다. 이 장면에서 이상한 것은 정작 세이렌이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름다운 노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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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사람을 위한 생각이라면 현실과 생각 사이에 돌다리 하나는 놓아야 하지 않을까”

    모파상의 여인은 평생 집이 없었지만 사랑할 곳은 있었다. 다만 그 사랑에 이르는 길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조오현의 마지막 구절을 다시 읽는다. “그 물론 만나는 거리도 이승 저승쯤은 되어야.” 이승과 저승만큼 먼 거리라면 더더욱 돌다리가 필요하다. 사랑에도 그렇고, 사람을 위한 생각에도 그렇고, 우리가 서로에게 다가가는 일에도 그렇다. 마음에서 끝내지 않으려면, 생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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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최후의 5분’…두 발의 머스킷과 병사가 버티는 시간

    영화 The Patriot 포스터 영화 The Patriot을 다시 보았다.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미 독립군과 영국군의 전열 보병들은 서로 마주 선 채 머스킷을 발사한다. 긴장된 대치 속에서 벤저민 마틴은 병사들에게 적이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너무 일찍 쏘면 두 번째 사격을 할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18세기 머스킷은 현대 소총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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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시

    [오늘의 시] ‘그를 보내며’…오디세우스를 보내는 칼립소의 이야기

    그림 허혜원 작가 파도가 보냈어요 바람 불던 밤나무조각 잡은 채로 숨만 붙어서내가 걷던 바위틈에 밀려왔지요 따스한 이곳에서 같이 살아요맑은 물 좋은 음식 부드러운 흙나와 함께 지내면 늙지 않아요 행복한 칠 년 간이 눈 깜빡 할 새바다만 바라보는 그대 뒷모습당신 마음 알게 되니 어찌하려나 도끼로 나무 잘라 배 만드셔요눈물로 빚은 술도 함께 실어서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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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영화 ‘오디세우스’를 보고…영웅보다 먼저 이름 없는 자의 목소리를 듣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왼쪽부터), 배우 맷 데이먼, 샤를리즈 테론, 엠마 토마스 프로듀서가 8월 4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영화 ‘오디세이’ 레드카펫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디세우스가 저승으로 내려간 것은 죽음을 알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살아 돌아가기 위해 죽은 자들에게 앞으로의 길을 물으러 갔다. 키르케의 조언에 따라 그는 세상의 끝에 가까운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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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5일 ‘오딧세이’ 개봉…”오디세우스는 돌아왔고, 텔레마코스는 떠났다”

    호메로스와 단테, 조이스를 지나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와 단테의 오디세우스는 같은 사람일까?” 오랫동안 마음 속에 남아 있던 질문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시대의 인간이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귀환의 영웅이고, 다른 쪽에서는 돌아오지 못한 인간이다. 아마 문학이 흥미로운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 같은 인간도 다른 얼굴을 갖는다.돌아오는 인간…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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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

    죽음을 노래하며 달리는 병사들…“We go together”

    유튜브에서 우연히 한 군가를 들었다. 경쾌한 리듬, 힘찬 목소리, 규칙적인 발걸음. 마치 승리를 노래하는 행진곡처럼 들렸다. 그러나 가사를 듣는 순간 조금 놀랐다. “If I die in a combat zone…”(만약 내가 전투 지역에서 죽는다면) 죽음을 이야기하는 노래였다. 왜 병사들은 죽음을 노래하면서 이렇게 힘차게 달리는 것일까. 전쟁은 언제나 죽음을 동반한다. 군인은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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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스타일

    제갈량의 동남풍에서 현대전의 생물테러까지…바람을 계산하는 인간의 전쟁

    AI 생성 이미지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신비한 동남풍이 아니라, 바람까지 계산하는 인간의 전쟁이다.”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라면 적벽대전의 동남풍을 기억할 것이다. 제갈량은 칠성단에 올라 기도를 드렸고, 마침내 동남풍이 불어 황개의 화공은 조조의 대군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이것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이야기다. 진수의 『삼국지』에는 제갈량이 바람을 불러왔다는 기록은 없다. 다만 화공이 성공했고,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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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교동도 유격용사 전적지…”적어도 대한민국은 나를 기억해 줄 것이다”

    교동도 유격군 덕분에 지금 이 땅에 풍요와 자유가 넘치건만…<사진 황건>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한 사람 더 늘어났다”미리 휴가를 낸 어제는 올 들어 가장 더운 날이었다. 국내외 전적지를 함께 답사한 지인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교동도에는 황해도 연백평야에서 살다가 분단 이후 내려온 사람들이 많이 산다. 그 가운데 적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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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개의 눈에 비친 성배…쓰러진 주인 지키는 마지막 충성

    에드윈 헨리 랜드시어 (Sir Edwin Henry Landseer)의 ‘충직한 사냥개'(The Faithful Hound). 1830년경 작품. 전장에서 쓰러진 기사와 그의 옆에 넘어져 있는 말, 그리고 주인의 곁을 떠나지 않고 밤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충직한 개(하운드)의 모습을 그린 작품. 에드윈 헨리 랜드시어(Edwin Henry Landseer)의 <충견(The Faithful Hound)>(1830)은 언뜻 보면 충성심을 그린 한 폭의 그림이다. 외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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