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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부처님오신날 앞두고 생각하는 ‘노동’…”맡겨진 일을 묵묵히 감당하려는 태도”
파브르의 마지막 말과 백장선사의 밥그릇 부처님오신날을 앞두면 오래전 읽었던 선문답이나 고승들의 일화가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은 백장선사의 한마디다. “一日不作 一日不食(일일부작 일일부식).”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그 말은 단순한 근면의 구호가 아니었다. 늙은 선사의 일을 말리기 위해 제자들이 농기구를 숨기자, 그는 그날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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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완성된 불상 곁의 병든 몸…석굴암 ‘유마거사’가 남긴 질문
유마거사 본존불 뒤의 또 다른 얼굴, 유마거사 경주의 석굴암은 오래전부터 “완성된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이야기되어 왔다. 둥근 석굴의 중심에 앉은 본존불은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듯 고요하다. 균형 잡힌 얼굴, 절제된 표정, 그리고 흔들림 없는 자세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 상태를 응축해 놓은 듯하다. 그러나 그 완결된 중심에서 시선을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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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평택 서해수호관 ‘천안함’의 철판을 만지며
대한민국 해군 초계함 천안함 피격 사건은 2010년 3월 26일 밤 백령도 인근 서해상에서 발생, 해군 장병 46명이 전사했다. 이후 구조 작업 중 한주호 준위가 순직했고, 사건 조사 결과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한 피격으로 결론 내려졌다. <편집자>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 <사진 황건> 5월 15일 평택의 서해수호관(West Sea Protection Hall)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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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순천에서 만난 소년병들…우리는 때때로, 너무 어린 의인들에게 빚을 지고 살아간다
순천매산중학 학도병 혈서지원 기념사진 전남 순천의 호남호국기념관을 찾았다. 호남권 유일의 호국기념관이라고 했다. 독립기념관 산하 시설이라는데,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묘하게 마음을 오래 붙드는 공간이었다. 전시관 입구에는 호남 출신 전사자들의 편지와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누군가는 가족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고, 누군가는 훈련소에서 서툰 글씨로 살아 돌아오겠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 약속들 중 많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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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불타는 몸 앞에서…외과의사가 본 ‘몸을 바친다’는 것
문학과 이념은 때때로 몸을 상징으로 만든다. 그러나 수술실에서 만나는 몸은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고통받는 살아 있는 조직이며, 끝내 생존하려 애쓰는 한 인간 자신이다. 어쩌면 외과의사가 배워야 하는 가장 어려운 윤리는 바로 그것인지도 모른다. 몸을 단지 메시지의 도구로 보지 않는 일. 그리고 어떤 신념 앞에서도, 인간의 육체 자체에 대한 존중을 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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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자유를 지켜낸 ‘전쟁’인가, 상처로 남은 ‘기억’인가…인천상륙작전 전시문구 앞에서
승리와 피해 사이에서 며칠 전 나는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을 방문하였다. 인천에 오래 근무하면서도 정작 이곳을 제대로 둘러본 기억은 없었다. 기념관은 영상관과 전시관으로 나뉘어 있었다. 전시관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지만, 영상관은 20인 이상 단체 예약이 있어야만 15분짜리 영상을 상영한다고 했다. 혼자 방문한 나는 결국 영상을 보지 못한 채 로비에 놓인 사진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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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부처의 ‘사리’와 유럽의 ‘성물’-불교와 기독교, 두 문명을 움직인 신성한 조각들
부처의 사리 (Buddhist Sarira Relics) 정교한 황금 다보탑 형태의 사리함 속에 모셔진 영롱한 사리들. 불교에서 사리는 수행의 결정체이자 부처의 가르침이 살아있음을 상징한다. 투명한 유리함 너머로 보이는 오색빛 사리들은 마치 깨달음의 불꽃이 응축된 듯 평온하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오른쪽 유럽의 성물 (European Christian Relics)은 화려한 보석과 섬세한 세공으로 장식된 십자가형 성물함(Reliquar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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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불족적’의 미학과 공(空)의 발걸음
불족적은 부처를 형상화하지 않던 무불상기의 대표적 상징이다. 그러나 ‘형상 없음’은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한 현존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었다. 불족적 앞에 서면 부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도 그의 발걸음과 숨결이 조용히 되살아난다.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드러내는 것, 이것이 내가 느낀 ‘형상 금지의 미학’이었다.-본문에서 1년여 전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스투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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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화장품, 신성에서 유혹까지…인류 문화 속 ‘아름다움의 이중성’
고대 이집트의 최고 미인으로 사랑받는 네페르티티(기원전 1360년 무렵) 여왕이 청동거울을 들여다보며 화장을 하고 있다. 이 글은 2026년 5월호에 실린 황건 교수의 논문을 바탕으로, 화장품의 역사적·종교적 의미와 인간 문화 속에서의 역할을 독자 여러분께서 보다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핵심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 것입니다. 원문은 화장품이 지닌 신성성과 유혹성, 그리고 문화적 긴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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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AI 시대, ‘의사’ 직업의 역할은 뭘까?…”정답 없는 자리에서 결정하는 사람들”
“의사는 창의력이 필요 없는 직업입니다. 앞으로는 수술도 AI와 로봇이 하게 되고, 의사는 환자와 hug하는 역할만 남게 될 것입니다.” 그는 그것을 미래 예측이라고 불렀다. 토의 시간이 되었다. 나는 손을 들었다. 내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의사는 창의력이 필요 없다는 말씀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려 했지만 말의 무게는 가벼울 수 없었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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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렘브란트에서 고야까지, 괴물과 경이 사이에서…성형외과 의사의 질문
상상이 이성을 벗어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예술이 아니라 괴물로 변한다는 경고. 나는 그 문장 앞에서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문장을 떠올렸다. “이론 없는 사실은 혼란이고, 사실 없는 이론은 환상이다”라는 말. 생각해 보면, 렘브란트와 고야 사이에는 바로 그 긴장이 놓여 있다.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상상만으로도 완전하지 않다. 예술은 그 둘이 만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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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황건 칼럼] 두 길의 그림자…전륜성왕과 부처
<AI 생성 이미지> 5월의 햇빛 아래 서 있으면 문득 한 사람이 두 개의 그림자를 갖고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고타마 왕자에게 내려졌던 두 가지 예언이 그랬다. 그는 전륜성왕이 되거나, 부처가 될 사람이라고. 전륜성왕의 그림자는 넓고 단단하다. 그가 지나가면 작은 나라들이 질서 아래 모이고, 거칠던 길이 반듯하게 다져진다. 백성들의 분쟁도 잦아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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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수의 상처 입은 얼굴, 외과의사의 시선에서 보다
‘자비의 그리스도(Cristo de la Misericordia)’ 얼굴 클로즈업. 이 조각상은 후안 마누엘 미냐로(Juan Manuel Miñarro)가 삼나무(cedar)로 조각한 작품이다. <출처 https://www.miarnicar.org/Atimo_s/articles_images> 이 글은 국제학술지 <The Journal of Craniofacial Surgery>(2026년 5월호)에 게재된 황건 박사의 특별기고를 바탕으로, 가톨릭 신앙과 두개안면외과적 시각이 만나는 지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 외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독자 여러분께 보다 깊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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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비 오는 날, 아내와 처음 찾은 6사단 전적지…‘결사’ 위에 겹쳐진 동행의 시간
용문산전투가평지구 전적비 <사진 황건> 아침부터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쏟아붓는 장대비는 아니었지만, 그칠 듯 말 듯 이어지는 잔비가 하루의 결을 부드럽게 적셨다. 그런 날, 나는 아내와 함께 가평의 한 전적지를 찾았다. 처음으로 함께 가는 전적지였다. 차를 몰고 좁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보니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도록 바닥에 기둥이 박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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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스무 해 동안 잣나무를 붙든 친구…오현 스님 “그놈 미친놈이구나, 얼른 놓아버려야지”
화두도 마찬가지다. 화두는 문장이 아니라 문을 여는 손잡이인데, 사람은 손잡이만 꼭 쥐고 문 앞에 서 있다. 내 친구의 스무 해가 꼭 그러했다.의사인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환자의 기능을 붙들고, 검사 수치를 붙들고, 영상 결과를 붙든다. 때로는 치료보다 먼저 놓아야 할 것이 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두려움, 예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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