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 동아시아

    “국토는 나라의 근간이다”…양구 피의능선에서 들린 ‘묵특선우’의 한마디

    양구 피의능선 전투 안내문 <사진 황건> 몇 달 전 양구전쟁기념관을 찾았다. 바로 곁의 도솔산지구 전적비와 양구통일관도 함께 둘러보았다. 아쉽게도 전망대는 보수공사 중이었다. 펀치볼을 직접 내려다보며 능선들을 눈에 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전망이 아니라 전시장이었다. 기념관에서는 이른바 ‘펀치볼(Punchbowl)’을 둘러싼 전투를…

    더 읽기 »
  • 사회

    총알은 못 막아도, 마음은 지킨 영국군 병영 노래

    AI 생성 이미지 한국전쟁 영국군 병영민요, 전쟁 속 인간다움 지켜내다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영국군의 한국전쟁 참전 기록을 둘러보았다. 전시는 예상보다 훨씬 자세했다. 참전 부대의 이동 경로와 전투, 희생자들의 이름까지 터치스크린으로 하나씩 살펴볼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들의 모습이 쉽게 잊히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유튜브에서 영국군 병영민요를 찾아 들었다. 그중…

    더 읽기 »
  • 사회

    정부의 채무 탕감 둘러싼 논란과 2300년 전 풍환의 지혜

    AI 생성 이미지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정부의 채무조정과 채무 탕감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과의 형평성, 그리고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 오래된 논쟁 앞에서 문득 2천3백 년 전 전국시대 설(薛) 땅이 떠올랐다. 자, 이제 풍환과 맹상군을 만나러 갈…

    더 읽기 »
  • 문화

    54년전 배우 윤정희의 위문편지…”그날, 전쟁터에 고향이 왔다”

    배우 윤정희, 영화 <빗속에 떠날 사람>에 출연할 당시 모습. <한국영상자료원> 얼마 전 국군의무학교장이던 정준규 대령이 전역했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문학을 좋아해 오래 전부터 마음을 나누어 온 친구다. 그는 대전보훈병원 피부과로 자리를 옮기며 오래 간직해 온 책 한 권을 내게 건넸다. “이 책은 제가 갖고 있는 것보다 선생님이 보관하시는 것이 더…

    더 읽기 »
  • 문화

    장사영웅루만금(長使英雄淚滿襟)…별보다 먼저 진 십자가의 기수들

    AI 생성 이미지 얼마 전 의사수필가협회에서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한국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한 박경석 장군님의 강연이 있었다. 강연 중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기수가 330명이었는데, 전선에 처음 나간 날 86명이 전사했습니다.” 강연이 끝난 뒤 나와 두 명의 의사는 그 노병의 베트남전 참전을 기리며 ‘맹호들은 간다’를 불렀다. 나는 그 숫자를 제대로 가늠하지…

    더 읽기 »
  • 문화

    에라스무스 ‘우신예찬’과 김지하 ‘오적’, 시대를 넘어 권력을 비춘 풍자의 힘

    AI 생성 이미지 어제(7월 12일)은 에라스무스(Erasmus, 1466?~1536)가 세상을 떠난 지 490년이 되는 날이다. 며칠 전 그의 <우신예찬>을 다시 읽었다. 학생 시절에는 그 기지와 유머에 감탄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 웃음 속에 숨은 깊은 성찰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문득 반세기 전 고등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유신 시대에 시인 김지하의 ‘오적’을 읽으며 받았던…

    더 읽기 »
  • 문화

    에라스무스와 원효가 만난 지점…”논쟁에도 품격이 있다”

    에라스무스와 원효는 서로 만난 적도 없고, 같은 신앙과 철학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다. 한 사람은 르네상스 유럽의 기독교 인문주의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통일신라의 불교사상가였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한 가지에서 깊이 만난다. 상대를 이겨 침묵시키기보다 대화를 통해 더 넓은 진실을 찾으려 했다는 점이다. 490년이 지난 오늘, 나는 다시 에라스무스를 떠올린다. 그리고 문득…

    더 읽기 »
  • 칼럼

    혀끝의 온기…”사람의 말에는 살아온 세월이 담겨 있다”

    얼마 전 ‘혀끝의 경계, 언어는 어떻게 칼이 되었나’라는 글을 썼다. 관동대지진 당시 발음 하나로 사람을 가려내고, 그 혀끝의 몇 음절이 생사를 갈랐던 역사를 돌아보며, 언어는 사람을 나누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적었다. 며칠 뒤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보낸 이는 나보다 여섯 살 위이신 전라도 출신의 은퇴한…

    더 읽기 »
  • 문화

    두암교회 피안교를 건너 만난 순교자 23명의 미소

    멀리 순교기념탑이 보인다 <사진 황건> 정읍의 두암교회를 찾아갔다. 꽤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니 노란 금계국이 가득 핀 꽃밭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꽃밭 사이로 돌길 하나가 곧게 뻗어 있었고, 길 끝에는 철제 십자가가 서 있었다. 십자가의 밑동은 둥근 몽돌들이 감싸고 있었다. 그 뒤로 순교기념탑이, 다시 그 뒤로는 순교자들의 합장묘가 자리하고…

    더 읽기 »
  • 사회

    고창 덕암교회 ‘녹슨 종’이 들려준 가장 ‘맑은 소리’

    덕암교회 순교기념비와 녹슨 종 <사진 황건> 집에서 새벽같이 출발했지만 전북 고창의 덕암교회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가 다 되어서였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달리다 큰길에서 좁은 농로로 접어드는 길목에 ‘순교의 터 위에 선 교회, 덕암교회’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 표지판을 지나 밭길을 따라가니 한적한 들판 너머로 작은 첨탑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교회 근처에…

    더 읽기 »
  • 교육

    지장전의 스승…강단을 떠나도 가르침은 끝나지 않았다

    백상호 교수 <사진 황건> 7월 6일 서울 봉은사 지장전에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백상호 교수님의 49재가 봉행되었다. 나도 휴가를 내고 그 자리에 함께했다. 에어컨도 없는 작은 법당이었다. 의자 대신 방석 위에 앉아 한 시간 반 동안 독경을 들었다. 여름 더위에 다리는 저리고 등에 땀이 흘렀지만, 누구도 그 불편함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더 읽기 »
  • 사회

    만경교회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서…’죽창’, 잊지 않는 것이 기억이다

    만경교회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 황건> 김제 만경중학교를 지나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니 작은 교회가 나타났다. 그 옆에는 마치 하얀 미술관을 닮은 건물이 서 있었다. 예전에는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개조한 듯했다. 좁은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자 작은 광장이 펼쳐졌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흰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는 남녀의 석고상이었다. 배경도…

    더 읽기 »
  • 사회

    혀끝의 경계, 언어는 어떻게 칼이 되었나

    시대는 달라져도 우리는 여전히 사람의 말에서 출신을 짐작하고, 억양에서 정체성을 읽으려 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언어 표지가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단서를 넘어 사람을 재단하는 잣대가 되는 순간, 역사는 다시 위험해진다. 문명은 서로 다른 말을 알아듣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야만은 서로 다른 말을 심판하는 순간, 시작된다. 혀는 사람을 나누기 위해 존재하는…

    더 읽기 »
  • 세계

    예일대에 남은 아흔아홉 의사의 농담…역사에는 가정법이 없지만 기억에는 남는다

    한국전쟁을 직접 겪은 99세 박소회 선생이 미국의 예일대 학생들에게 강연 후 찍은 사진 며칠 전 아흔아홉 살의 선배 의사 박소회 선생님에게서 사진 한 장과 짧은 편지가 도착했다. 사진은 예일대학교에서 한국전쟁을 주제로 강연을 마친 뒤 학생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었다. 한국전쟁을 직접 겪은 의사가 미국의 젊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 자리였다. 편지에는…

    더 읽기 »
  • 사회

    아흔다섯 어머니에게 배운 존엄의 의미…”내 머리가 왜 이렇게 짧아졌니?”

    2026년 6월 3일 지방선거 투표소에서 필자 황건 교수의 모친 김경선 여사 며칠 전, 만 아흔다섯 살의 어머니를 휠체어에 모시고 사전투표를 하러 갔다. 어머니는 이제 혼자 걸을 수 없다. 화장실에 가실 때도 보호사의 부축을 받아야 한다. 기억력도 많이 떨어지셨다. 하지만 투표만큼은 꼭 하셔야 한다고 생각하셨는지, 투표소에 들어가실 때만큼은 표정이 무척 진지하셨다.…

    더 읽기 »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