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 광부의 땅에서 울린 ‘1980사북’…독일서 첫 해외 상영

이번 상영회는 튀빙겐대학교 한국학과(학과장 이유재)와 정선지역사회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관객은 튀빙겐대 한국학과 학생들, 독일 현지 시민들, 재독 한인들이었다. 상영이 시작되기 전부터 관객들은 “사북이 무엇이냐” “한국에서 이런 사건이 왜 잘 알려지지 않았느냐” “지금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같은 질문을 던졌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질문은 멈추지 않았다.

영화 ‘1980사북’은 국가가 평범한 사람들을 어떻게 사회적 약자이자 폭력의 피해자로 전락시키고, 그 고통을 대물림하게 만드는가를 보여준다. 사북은 단지 탄광 지역의 사건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생존과 존엄, 국가권력의 폭력, 그리고 그 이후의 침묵과 방치가 응축된 한국 현대사의 한 단면이다. 그 사건이 “끝난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로 남아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객과의 대화에는 이유재 튀빙겐대 교수가 함께했다. 이 교수는 “사북 광부들이 겪었던 역경이 같은 시기 독일 루르(Ruhr) 지역에서 활동했던 파독 광부들의 인권 투쟁과 같은 역사적 맥락 안에 있다”며 “국가폭력의 실상과 풀뿌리 연대의 역사를 조명하는 논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사북과 독일 탄광지역의 기억이 한 자리에서 만난 순간이었다.
이번 해외 상영은 지난해 10월 박봉남 감독의 영화 ‘1980사북’이 정식 개봉한 이후 국내에서 이어지고 있는 시민상영 흐름을 독일로 확장한 시도이기도 하다. 비상계엄 시기 국가폭력의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한국 정부의 공식 사과 이행을 촉구하는 국제 연대의 의미도 담았다.
나는 현장에서 한 가지를 분명히 말했다.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를 천명한 이재명 정부가 사북 사건에 대한 공식 사과를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과는 선언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삶 속에 남은 고통을 국가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이어져야 한다.
한편 국내에서도 상영회는 계속된다. 2월 8일에는 광산진폐권익연대 삼척지회 주관으로 도계에서 상영회가 열렸으며, 성희직 시인의 시 낭송과 박봉남 감독, 김태수 한국석탄산업유산 유네스코 등재추진위원회 공동대표의 대담이 진행됐다. 이어 설을 전후로 세종(12일), 원주(22일), 서울(23일), 부산(25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시민상영위원회 후원 상영회가 이어질 전망이다.
독일에서 ‘1980사북’을 상영한 것은 과거를 재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국가폭력은 과거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된다. 사북의 진실을 국제사회와 함께 공유하는 일은, 한국 사회가 책임과 사과의 언어로 다시 서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