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칼럼

[특별기고] 다카이치 시대의 ‘강한 국가’ 노선과 한일관계의 새 과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8일 중의원 선거 이후 자민당 당선자 현황을 보고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아시아엔=이종국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동아시아센터장, 정치학박사] 2월 8일 실시된 일본의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은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다카이치(高市) 총리는 재임 최단기간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단기 결전으로 치른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구축하였다. 반면에 중도개혁연합과 국민민주당 등은 짧은 선거전에서 새로운 당명과 제시한 정책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 패하고, 그동안 당을 이끌던 중진들까지 낙선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선거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가. 먼저 갑작스럽게 치러진 선거로 ‘쟁점없는’ 선거였다. 다카이치 총리의 말대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에게 국가경영을 맞길 것인가”를 묻는 신임투표였다. 그래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총리에게 매우 유리한 선거였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총리에게 강력한 권한을 이임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그러므로 ‘이성적’인 경쟁보다는 ‘감정’이 정치를 좌우하는 선거였다. 문제는 앞으로 자민당이 너무 많은 지지를 얻어 정치력을 어떻게 발휘하여 공약한 정책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그야말로 정권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총리의 리더십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일본의 중의원 선거는 ‘힘이 강조되는 시대’에 강한 국가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강한 지도자의 리더십을 선호하는 흐름 속에서 진행되었다. 국제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팀 다카이치’의 호소력이 자민당의 역사적인 승리의 원인이 되었다. 심지어 자민당 신인들도 다카이치의 인기로 인해 중진의 입헌민주당 창설자들을 집어삼켰다. 특히 홋카이도(北海道)와 토호쿠(東北)지역에서 오자와 이치로(小沢一郎), 아즈미 준(安住淳) 등 야당 거물급들은 다카이치 선풍에 의해 낙선했다.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이번 선거는 모든 정치지형을 바꿔 놓았다. 앞으로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불길한 예감을 주기도 한다.

셋째로 그 어느때 보다도 SNS를 활용하여 선거를 치렀다. 이러한 방법은 젊은 유권자의 공감을 얻어 승리에 기여하였다. 필자의 지인들도 이번 선거에 출마하여 치열한 선거전을 치르면서 SNS를 적극 활용하였다. 그들은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화면을 만들어 발신하고, 총리의 사진과 함께 SNS를 통해 발신하여 또거운 응원을 받으면서 자신의 선거구에서 밀착된 생활정치 실현을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이번 선거에서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67%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자민당의 정당 지지율은 42%로 내각지지율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이번 선거승리는 총리의 인기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자민당은 다카이치를 중심으로 구심력이 높아갈 것이고 야당과의 교섭력에서 유리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아베 정권기에 강하게 나타났던 강력한 ‘우경화’의 움직임이 다시 살아났다. 그동안 기시다, 이시바 정권기에 잠시 등을 돌리고 있던 그들이 이번에 다시 확 다가왔다. 그리고 다카이치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우경화의 재점화와 함께 일본의 정치사회를 완전히 뒤집었다. 최근 ‘힘이 곧 정의’라고 생각하는 세계 풍조처럼 일본도 이번 선거를 계기로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듯하다. 염려되는 대목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정치를 경험한 고이즈미, 아베 두 정권기를 보면 그의 미래정치도 조금은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우선 고이즈미기에 개혁정치를 슬로건으로 정치적 난제를 풀어가는 모습을 학습했다. 동시에 역사와 문화를 중시하면서 내셔널리즘을 지지하여 근린국가들과 갈등을 빚어 비판받는 대상도 되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미국과 함께 강경한 세계전략을 전개하는 모습도 보았을 것이다. 당시 고이즈미 정권의 이념은 경제적 자유주의와 이념적으로는 내셔널리즘이 혼합된 상황이었다.

이어서 아베 정권기를 보면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인생에서 가장 강하게 영향을 받고 실제로 내각에서 활동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먼저 아베 정권은 보수 중심세력들인 우익단체를 기반으로 한 정권이었다. 그래서 다카이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창생 일본을 원동력으로 일본을 구하는 네트워크를 결성하면서 우파 결집이 시도된 경험을 공유하였다. 둘째로 아베정권은 탈 전후 내셔널리즘을 중시하며 식민지 지배와 전쟁을 정당화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연장선 상에서 새로운 국가주의 사상을 주장하였다.

셋째로 일본의 전통과 가족, 국가재건을 주장하는 신보수주의를 기초로 하였다. 일본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전통적인 공동체를 유지하고 재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위에서 설명한 고이즈미와 아베 두 정권은 다카이치 총리에게는 정치교과서와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정권운영에 있어서 그는 이러한 경험을 살려 강한 국가 일본을 만들 것이다. 자민당이 추구하는 강한 보수정치 분위기 속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경제적 자유주의를 선호하면서 역사와 문화에서는 내셔널리즘을 지지하고, 경제와 안전보장에서는 미일동맹 강화를 통한 일본의 세계전략 강화를 선택할 것이다.

이번 중의원 선거가 앞으로 한일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먼저 강력한 지지를 받아 승리한 자민당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자민당 결당 이후 최고의 지지를 얻은 결과 다카이치 총리와 자민당 지도부는 현재와 같은 국제정세 속에서 강한 일본을 만들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우리는 어떤 준비와 대응이 필요할까. 새롭게 구성되는 다카이치 내각과 깊은 관계를 모색하며, 자민당 간부들과의 관계, 총리부와의 관계 등 여러 차원에서 용의주도한 준비를 하여야 한다. 치밀한 외교 노력 없이는 국익을 지켜낼수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은 강한 미일 동맹관계를 중시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일 협력과 한미일 협력관계를 강화하여야 한다. 강력한 자민당이 되었으므로 국가의 생존전략을 강화하는 법안들을 수정하며 현실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국익우선주의를 앞세우며 주변국가들과의 관계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럴 경우 갈등과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채널을 통해 메커니즘을 미리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일 양국은 1월말 셔틀 외교에서 보여준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후속 조치를 진행하면서 3월을 맞이하여야 한다. 또한 과거 일본의 우익적 보수주의 정권은 한국과의 관계에서 가끔 갈등을 유발하기도 하였다는 점을 학습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한일 현안들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수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재정립 하는데 기초가 될 것이다.

이종국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동아시아센터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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