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성형외과, 얼굴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의학

성형외과는 얼굴을 고치는 의학이 아니다. 사람의 정체성과 존엄을 다루는 의학이며, 몸과 마음이 만나는 자리다. 성형외과 의사는 삶의 문 앞에서 사람을 돕는 사람이다. 문을 열 수도 있고, 닫을 수도 있는 사람이다. 그 문 앞에서 사람은 다시 한 번 자기 삶을 선택하게 된다. <이미지 생성 AI>

성형외과는 사람의 모습만 고치는 곳이 아니다. 그 사람의 정체성과 존엄을 함께 다루는 의학이다. 성형외과는 몸과 마음이 만나는 자리다. 이 문장은 성형외과를 가장 쉽고도 정확하게 설명한다.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얼굴로 세상을 만난다. 부모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웃고, 아이는 얼굴을 통해 사랑을 느낀다. 학교에 가면 얼굴로 친구를 사귀고, 어른이 되면 얼굴로 신뢰를 얻는다. 얼굴은 말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전한다. 그래서 얼굴이 다치거나 얼굴 때문에 상처를 받으면 마음도 함께 아프다.

사람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성형외과를 찾지 않는다. 사고를 당했을 때, 병 때문에 얼굴이 바뀌었을 때, 나이가 들며 자신감을 잃었을 때, 외모 때문에 놀림을 받았을 때 성형외과를 찾는다. 이때 사람들은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고, 다시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이 말 속에는 단순히 예뻐지고 싶다는 뜻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답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런 사람들은 모두 인생의 문 앞에 서 있다. 문 안에는 지금의 내가 있고, 문 밖에는 아직 만나지 못한 내가 있다. 아직 바뀌지는 않았지만 이전으로 돌아가기도 힘든 상태다. 이 순간은 불안하지만 동시에 희망도 있다. 성형외과는 바로 이 문 앞에 있다.

성형외과 의사는 두 가지를 동시에 본다. 하나는 몸이다. 뼈와 근육, 피부와 신경을 보고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안전한지를 본다. 다른 하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어떤 상처를 안고 있는지, 왜 이 문 앞에 서 있는지, 수술 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본다. 이 두 가지를 함께 보지 않으면 좋은 성형외과 의사가 될 수 없다.

얼굴은 마음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사람은 거울을 볼 때 얼굴만 보지 않는다.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 같은 생각을 함께 한다. 그래서 얼굴이 바뀌면 마음도 함께 흔들린다. 수술이 잘되면 자신감이 생기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수술은 마음을 더 아프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성형외과 의사는 기술자이기 전에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사람이어야 한다.

성형외과 수술은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이전의 나에서 새로운 나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수술실은 특별한 공간이다. 잠시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면 달라진 얼굴과 마주한다. 그 순간은 짧지만 인생 전체로 보면 매우 큰 순간이다. 그래서 수술은 몸의 변화이면서 동시에 삶의 변화다.

모든 문이 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불안한 마음 때문에, 남과 비교해서, 유행을 따라가려는 이유라면 의사는 그 문을 닫아야 한다. 반대로 사고나 병으로 사람답게 살기 힘든 경우, 외모 때문에 사회에서 밀려난 경우라면 그 문은 열려야 한다. 이 판단은 매우 어렵고, 바로 이 지점에서 성형외과는 윤리의학이 된다.

성형외과 의사 안에는 두 가지 모습이 함께 있다. 과학자이면서 예술가이고, 해부학자이면서 조각가이며, 규칙을 따르는 의사이면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자다. 이 두 모습이 서로 싸우지 않고 함께 가야 한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수술이 아무리 잘돼도 좋은 결과가 되기 어렵다.

성형외과는 기계처럼 고치는 의학이 아니라 관계의 의학이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이야기와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수술 전 상담은 매우 중요하다. 의사는 왜 이 수술을 원하는지, 이 변화가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는다. 이 질문은 수술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사람은 살면서 여러 번 문 앞에 선다. 학교를 옮길 때, 직업을 바꿀 때, 병을 겪을 때, 자신이 싫어질 때 문 앞에 서게 된다. 그 문 앞에는 언제나 두려움과 희망이 함께 있다. 성형외과 의사는 그 문 앞에서 사람을 만나는 사람이다. 과거의 상처를 보고 미래의 가능성을 함께 본다. 그리고 조용히 이 문을 열어도 괜찮을지를 스스로에게, 또 환자에게 묻는다.

성형외과는 얼굴을 고치는 의학이 아니다. 사람의 정체성과 존엄을 다루는 의학이며, 몸과 마음이 만나는 자리다. 성형외과 의사는 삶의 문 앞에서 사람을 돕는 사람이다. 문을 열 수도 있고, 닫을 수도 있는 사람이다. 그 문 앞에서 사람은 다시 한 번 자기 삶을 선택하게 된다.

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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