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5분’…두 발의 머스킷과 병사가 버티는 시간

영화 The Patriot을 다시 보았다. 마지막 전투 장면에서 미 독립군과 영국군의 전열 보병들은 서로 마주 선 채 머스킷을 발사한다. 긴장된 대치 속에서 벤저민 마틴은 병사들에게 적이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너무 일찍 쏘면 두 번째 사격을 할 기회를 잃기 때문이다.
18세기 머스킷은 현대 소총과 달랐다. 한 발을 발사한 뒤 다시 쏘기 위해서는 총구에 화약과 탄환을 넣은 뒤 꼬질대로 총열 깊숙이 밀어 넣어야 했다. 숙련된 병사라도 재장전에는 시간이 필요했다. 따라서 전투의 승패는 때로 첫 번째 사격보다 두 번째 사격을 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었다.
벤저민 마틴이 병사들에게 요구한 것은 무모한 희생이 아니었다. “한 발 더 쏠 때까지 버텨 달라.” 그것은 곧 “내가 너희에게 죽음을 명령한다”가 아니라 “조금만 더 나를 믿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적이 눈앞까지 다가오는 공포 속에서도 대열을 유지하고, 동료와 함께 서 있어야 한다는 신뢰의 요청이었다.
이 장면을 보며 최근 전방 GP(guard post) 경계근무에 관한 논란이 떠올랐다. 최전방에서 병사가 소총과 기관총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가는 단순한 장비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유사시의 즉각대응 능력과 평시의 안전 사이에서 군이 끊임없이 고민해온 문제이다.
그러나 그 논쟁의 가장 깊은 곳에는 하나의 질문이 있다. “병사는 무엇을 믿고 최후의 순간까지 버티는가?”
한국군 군가 <최후의 5분>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담고 있다.
“숨 막히는 고통도 뼈를 깎는 아픔도
승리의 순간까지 버티고 버텨라.”
이 노래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승리’가 아니라 ‘버텨라’이다. 전쟁의 결정적 순간은 항상 화려한 공격이 아니다. 때로는 무너지고 싶은 순간에도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우리가 밀려나면 모두가 쓰러져.” 이 한 구절은 전쟁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병사가 마지막까지 서 있는 이유는 추상적인 명령만이 아니다. 바로 옆의 전우가 있기 때문이다.
전쟁사를 보면 이 정신은 시대를 넘어 반복된다. 고대 그리스의 창병은 적이 가까이 올 때까지 창을 내리지 않고 버텼다. 머스킷 시대의 병사는 적이 눈앞에 올 때까지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현대의 병사는 철책 앞에서 단 몇 초 안에 대응할 준비를 한다.
무기는 변했지만 인간의 경험은 변하지 않았다. 전투의 마지막 순간에 필요한 것은 가장 강한 무기만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무기, 자신의 지휘관, 그리고 옆에 서 있는 전우를 믿는 것이다. 그래서 <최후의 5분>은 단순한 군가가 아니다. 그것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어떻게 인간으로 남는지를 묻는 노래다. 두 발의 머스킷. 최후의 5분. 그리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병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