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쟁 당시 미 제24보병사단장이었던 윌리엄 F. 딘 소장은 북한군의 포로가 된 미군 최고위 장성이었다. 그러나 그가 포로가 된 것은 비겁함이나 지휘 실패의 결과가 아니었다. 오히려 끝까지 부하들과 함께했던 리더십의 결과였다.
1950년 7월 대전전투에서 딘 소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시내에 남아 방어를 지휘하고 부대의 철수를 감독했다. 북한군이 도시를 포위하자 그는 부대와 떨어졌고, 아군 진영을 찾아 한 달이 넘도록 충청도의 산악지대를 홀로 헤매야 했다.
그 절박한 시간 동안 그는 많은 민간인을 만났다. 어떤 이들은 음식과 물을 건네고 길을 알려주었다. 반면 어떤 이들은 그의 존재를 북한군에 알렸고, 결국 그는 체포되었다. 국내에는 한 주민이 단돈 5달러의 포상금을 받고 그를 넘겼다는 일화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일화는 확실한 사료로 입증된 사실은 아니다.
딘 소장의 경험은 전쟁 속 민간인의 행동이 결코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선택은 영웅심이나 배신이라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현실 속에서 이루어진다.
전쟁 속에서 민간인의 행동을 좌우하는 요인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두려움이다. 적의 점령 아래에서 고립된 병사를 도와주는 일은 자신뿐 아니라 가족의 생명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둘째는 이념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체제를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한다.
셋째는 물질적 유인이다. 식량이 부족하고 생존 자체가 불확실한 전쟁에서는 돈이나 포상, 안전에 대한 약속이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넷째 연민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은 채 낯선 이를 숨겨주고 살려냈다. 그들에게는 적군도 아군도 아닌, 먼저 한 인간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 네 가지 힘, 즉 두려움과 이념, 물질적 유인, 그리고 연민은 같은 마을 안에서도, 심지어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도 공존할 수 있다. 전쟁은 나라와 나라만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양심까지 시험한다.
딘 소장의 이야기는 적진에서 작전하는 모든 병사에게 하나의 교훈을 남긴다.
적진에서 고립되었을 때는 누구도 즉시 믿지 말라. 그러나 모든 사람을 존중하라. 앞의 원칙은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뒤의 원칙은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신뢰는 확인을 거쳐 얻어야 한다. 그러나 존중은 처음부터 가져야 한다. 누구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두려움과 사연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면 전장은 달라진다. 무기는 발전하고 기술은 변하며 군복도 달라진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적진에서는 신중함이 생명을 지키고, 존중이 명예를 지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