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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의 나고야 산책] 도요타의 저력…부러웠고, 그래서 조금 무서웠다

부러웠고, 그래서 조금 무서웠다

도요타 산업기술기념관에 갔다. 자동차관 입구에는 몇 대의 로봇이 서 있었다. 트럼펫과 튜바를 부는 로봇도 있었고, 바이올린을 켜는 로봇도 있었다. 공연 시간에 맞지 않아 실제 연주는 보지 못했다.

내 옆에는 일본인 부부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로봇 앞에서 사진을 찍더니, 엔진의 원리를 설명하는 안내원 앞에서는 나란히 서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문득 생각했다.

저 아이들이 자라서 언젠가 도요타에서 일하게 될 수도 있겠구나.

어릴 때 본 것 하나가 오래 기억에 남아 훗날의 동기가 되기도 한다. 호기심은 경험을 만나고, 경험은 때로 한 사람의 직업이 된다.

전시장 안에는 도요다 기이치로의 석고상이 있었다. 기술자에게 자전거에 모터를 달게 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한 손은 주먹을 쥐고 있었다. 자동차가 아직 만들어지기 전이었다. 자전거에 작은 모터를 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 옆에서 그의 말을 읽었다.

“I started with the desire to manufacture low price and high-quality automobile by training first and foremost skilled craftsmen and working steadily.”

값싸고 질 좋은 자동차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숙련된 기술자를 길러내고 꾸준히 일했다는 뜻이었다.

‘숙련된 사람을 먼저 길러낸다’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기초실험실도 있었다. 재료공학, 금속공학, 기계공학에 관한 실험들이 이루어졌던 곳이다. 현미경으로 금속을 들여다보고, 재료의 성질을 시험하고, 기계의 원리를 확인한다. 자동차를 만들기 전에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기초를 쌓았던 것이다.

나는 그 앞에서 잠시 다른 생각을 했다. 그러니 비행기도 만들 수 있었겠구나. 군함도 만들 수 있었겠구나. 기초과학과 기술은 자동차를 만들 수도 있지만 전쟁의 무기를 만들 수도 있다. 기술 자체가 방향을 정해주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그 힘을 어디에 사용하는가가 문제다.

자동차의 원형(prototype)을 만드는 과정도 눈에 들어왔다. 먼저 나무로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금속으로 옷을 입혀 실제 자동차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무언가를 만들 때 원형은 중요하다. 성형외과 의사인 나에게도 낯선 일이 아니다. 수술 역시 실제 환자에게 들어가기 전에 머릿속에서 먼저 만들어본다. 어디를 자르고, 무엇을 남기고, 어떤 모양으로 다시 만들 것인지. 수술에도 보이지 않는 원형이 있다.

한쪽에는 도요타가 과거에 만들었던 재봉틀도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자동차 생산 공정에서는 한 여성이 Singer 재봉틀로 자동차 시트를 만들고 있었다. 재봉틀을 만들던 기술과 재봉틀을 사용하는 손이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 안에 함께 들어와 있었다. 자동차는 자동차 기술 하나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충돌시험을 하는 두 개의 실험용 인체모형(dummy)도 보았다. 자동차가 충돌했을 때 몸에 어떤 충격이 가해지는지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표로 보여주고 있었다. 자동차는 결국 사람을 태우는 기계다. 그래서 자동차를 만드는 일은 기계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의 몸을 보호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자동차의 소리를 들려주는 오르간도 있었다. 건반을 누르면 자동차에서 나는 여러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를 음역별로 표시해 어느 부위에서 발생하는 것인지 추적할 수 있게 해놓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소리로 찾아가는 것이다. 해부학을 공부하고 환자를 치료해온 나에게는 익숙한 사고방식이었다. 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찾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을 소리를 통해 짐작하는 것이다.

2층에는 도서관이 있었다. 자동차공학과 그 주변 학문에 관한 책들이 서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지식이 필요한지를 말해주는 듯했다.

그리고 전시장에 적혀 있던 또 하나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Machines are always just machines and can only exhibit their true capabilities only when operated by people.”

기계는 언제나 기계일 뿐이며, 사람이 작동시킬 때 비로소 그 진정한 능력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그 말을 다시 생각하니 처음 보았던 로봇과 아이들이 떠올랐다. 기계의 능력도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렇다면 기계를 잘 만드는 것 못지않게 사람을 기르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오늘 로봇 앞에서 사진을 찍던 그 아이들 가운데 누군가는 훗날 이곳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경기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배정된 차량의 일본인 여성 기사에게 오늘 본 전시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요즘 도요타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도 하고 있다고 했다. 한 지역에 실제로 마을을 만들고 사람들을 모집해 살아보게 하는 프로젝트라고 했다.

자동차를 만들던 회사가 이제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를 만들어보고 있는 것이다.

전시관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처음에는 자전거에 모터 하나를 달았다. 기초를 쌓고, 기술자를 길렀다. 자동차를 만들고, 그 안에 사람을 태웠다. 이제는 사람이 살아갈 도시까지 만들어보려 한다. 그리고 그 곁에는 오늘도 어린아이들이 와서 로봇을 바라보고 있다.

조금 부러웠다. 그리고 조금 무서웠다.

자동차 한 대가 아니라,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그 저력이.

부러웠고, 그래서 조금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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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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