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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에서 ‘세월호’까지…연상의 자유와 단정의 절제 사이
단테 <신곡> 표지 단테를 좋아한다. 학생 시절 처음 읽은 <신곡>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특히 ‘지옥편’은 더욱 그랬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정교한 형벌의 세계가 그 안에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단테에게 매료된 이유는 단순히 문학적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자신을 추방하고 핍박한 사람들을 저마다의 죄에 걸맞은 지옥에 배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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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진짜 사나이’ 전차병의 손…응급실에서 떠올린 한국전쟁의 기억
출처 네이버 블로그 손을 다쳐 내원하는 환자들을 병과별로 보면 포병, 기갑병, 취사병이 흔하다. 취사병은 칼로 재료를 손질하다가 오른손잡이의 경우 왼손 손끝을 함께 베어 절단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포병과 기갑병은 압궤손상에 의한 손가락 개방성 골절이 흔하다. 포병은 30kg이 넘는 포탄에 손가락이 깔리기 쉽고, 기갑병은 각종 장비와 해치 사이에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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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득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까닭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문득 피로감을 느낄 때가 있다. 누군가는 끝없이 사과해야 하고, 누군가는 그 사과의 진정성을 다시 심판한다. 말은 점점 커지고, 감정은 점점 날카로워진다. 침묵조차 입장으로 해석되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중략) 물론 세상에는 비판도 필요하고 책임도 필요하다. 잘못한 일이 있다면 사과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분노가 멈추지 못하고, 심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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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탱크’와 ‘드론’…소비문화 속에 자리잡은 군사기술 용어
현대인의 일상은 전쟁기술에서 유래한 단어들로 가득하다. Jeep, Radar, Laser, Drone, Tank 같은 표현들은 원래 군사적 필요 속에서 등장했지만 이제는 생활과 광고, 스포츠와 IT 산업 속에서 훨씬 더 자주 사용된다. 전쟁은 끝나도 전장의 언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조용히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 새로운 문화적 의미를 획득한다. 어쩌면 우리는 군사기술의 시대에 사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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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황건 칼럼] ‘장경’藏經의 바다, ‘검색’檢索의 바다
바닷가 바위에 앉아 상념에 잠긴 생전의 조오현 큰스님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면, 나는 한 시인의 어록을 떠올린다. 조오현 스님의 시다. 건져도 건져내어도그물은 비어 있고무수한 중생들이빠져 죽은 장경(藏經)의 바다돛 내린 그 뱃머리에졸고 있는 사공아 나를 시인으로 추천해 주셨던 그분의 이 시는 오랫동안 내 안에 남아 있었다. 고려대장경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그것이 단지 지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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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피안’을 향한 동선…사찰 건축에 숨은 깨달음의 서사
<AI 생성 이미지> 사찰에 들어서면 우리는 흔히 건물들을 ‘차례로’ 본다. 그러나 시선을 조금만 바꾸면, 그 배치는 단순한 공간 배열이 아니라 하나의 사유가 펼쳐진 지도임을 알게 된다. 그 시작은 대웅전이다. 이곳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협시한다. 여기서 이미 하나의 완결된 구조가 제시된다. 지혜는 문수로, 실천은 보현으로 형상화되고, 그 둘은 하나의 깨달음으로 균형을 이룬다. 우리는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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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부처님오신날, ‘설법전’과 ‘수술실’의 공력(功力)
오늘 연등 하나를 달며 나는 묻는다. 나는 내 자리에서 어떤 공력을 쌓고 있는가. 내공은 환자를 향한 자비와 책임의 다른 이름일 수 있을까. 형상보다 본질을, 장식보다 마음을 더 가까이하고 있는가. 부처님오신날, 밝힌 등불들이 우리 마음에도 작은 길 하나를 열어 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 길에서 우리가 쌓아 가는 내공이 누군가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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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황건 칼럼] 영안실과 수장고 사이에서…인간의 몸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다
AI 생성 이미지 비 오는 길 끝에 집으로 돌아왔다. 젖은 신발을 벗고 조용히 의자에 앉으니, 마치 긴 순례를 마치고 작은 기도실 앞에 돌아온 사람 같다. 지난 5월 21일 아침 아침 나는 서울대병원 영안실에서 스승을 배웅하였다. 장지에 매장하는 대신, 당신이 근무하였던 해부실습실 냉동고로 향하는 마지막 길이었다. 나는 추도사를 읽는 대신 ‘스승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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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부처님오신날 앞두고 생각하는 ‘노동’…”맡겨진 일을 묵묵히 감당하려는 태도”
파브르의 마지막 말과 백장선사의 밥그릇 부처님오신날을 앞두면 오래전 읽었던 선문답이나 고승들의 일화가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그중에서도 내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은 백장선사의 한마디다. “一日不作 一日不食(일일부작 일일부식).”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그 말은 단순한 근면의 구호가 아니었다. 늙은 선사의 일을 말리기 위해 제자들이 농기구를 숨기자, 그는 그날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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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완성된 불상 곁의 병든 몸…석굴암 ‘유마거사’가 남긴 질문
유마거사 본존불 뒤의 또 다른 얼굴, 유마거사 경주의 석굴암은 오래전부터 “완성된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이야기되어 왔다. 둥근 석굴의 중심에 앉은 본존불은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듯 고요하다. 균형 잡힌 얼굴, 절제된 표정, 그리고 흔들림 없는 자세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 상태를 응축해 놓은 듯하다. 그러나 그 완결된 중심에서 시선을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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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평택 서해수호관 ‘천안함’의 철판을 만지며
대한민국 해군 초계함 천안함 피격 사건은 2010년 3월 26일 밤 백령도 인근 서해상에서 발생, 해군 장병 46명이 전사했다. 이후 구조 작업 중 한주호 준위가 순직했고, 사건 조사 결과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한 피격으로 결론 내려졌다. <편집자>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 <사진 황건> 5월 15일 평택의 서해수호관(West Sea Protection Hall)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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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순천에서 만난 소년병들…우리는 때때로, 너무 어린 의인들에게 빚을 지고 살아간다
순천매산중학 학도병 혈서지원 기념사진 전남 순천의 호남호국기념관을 찾았다. 호남권 유일의 호국기념관이라고 했다. 독립기념관 산하 시설이라는데,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묘하게 마음을 오래 붙드는 공간이었다. 전시관 입구에는 호남 출신 전사자들의 편지와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누군가는 가족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고, 누군가는 훈련소에서 서툰 글씨로 살아 돌아오겠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 약속들 중 많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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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불타는 몸 앞에서…외과의사가 본 ‘몸을 바친다’는 것
문학과 이념은 때때로 몸을 상징으로 만든다. 그러나 수술실에서 만나는 몸은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고통받는 살아 있는 조직이며, 끝내 생존하려 애쓰는 한 인간 자신이다. 어쩌면 외과의사가 배워야 하는 가장 어려운 윤리는 바로 그것인지도 모른다. 몸을 단지 메시지의 도구로 보지 않는 일. 그리고 어떤 신념 앞에서도, 인간의 육체 자체에 대한 존중을 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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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자유를 지켜낸 ‘전쟁’인가, 상처로 남은 ‘기억’인가…인천상륙작전 전시문구 앞에서
승리와 피해 사이에서 며칠 전 나는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을 방문하였다. 인천에 오래 근무하면서도 정작 이곳을 제대로 둘러본 기억은 없었다. 기념관은 영상관과 전시관으로 나뉘어 있었다. 전시관은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지만, 영상관은 20인 이상 단체 예약이 있어야만 15분짜리 영상을 상영한다고 했다. 혼자 방문한 나는 결국 영상을 보지 못한 채 로비에 놓인 사진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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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부처의 ‘사리’와 유럽의 ‘성물’-불교와 기독교, 두 문명을 움직인 신성한 조각들
부처의 사리 (Buddhist Sarira Relics) 정교한 황금 다보탑 형태의 사리함 속에 모셔진 영롱한 사리들. 불교에서 사리는 수행의 결정체이자 부처의 가르침이 살아있음을 상징한다. 투명한 유리함 너머로 보이는 오색빛 사리들은 마치 깨달음의 불꽃이 응축된 듯 평온하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오른쪽 유럽의 성물 (European Christian Relics)은 화려한 보석과 섬세한 세공으로 장식된 십자가형 성물함(Reliquar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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