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 사회

    잔 다르크…”역사에 남는 것은 이름이 아니라, 그 이름을 살아낸 삶이다”

    키르기스스탄 이식쿨 호수 인근 공원의 잔다르크 상 재작년 키르기스스탄 이식쿨(Issyk-Kul) 호수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일정 중 찾은 루흐 오르도(Rukh Ordo)는 가톨릭과 정교회,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등 세계 주요 종교를 상징하는 예배당과 건축물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독특한 종교문화공원이었다. 서로 다른 신앙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는 모습은 키르기스스탄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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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불침번을 CCTV로 대체한다?…경계는 장비가 아니라 책임이다

    시대가 변하면 경계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과학화 경계체계와 감시장비는 병사들의 피로를 줄이고 전투력을 높이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장비가 도입되더라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하나 있다. 경계는 장비가 아니라 책임이다.-본문에서 <AI 생성 이미지> 오늘 뉴스를 보니 일부 부대에서 불침번을 CCTV로 대체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다는 보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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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위나라 오기(吳起)…”제 자리를 아는 지혜, 물러설 줄 아는 용기”

    명대(明代) 작자 미상의 오기(吳起) 초상. 실제 생전 모습은 전해지지 않으며, 후대 화가가 『사기』와 『오자』 등의 기록을 바탕으로 그린 상상화다. 대학교 1학년 때 들었던 세계문화사 수업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담당 홍석보 교수는 중국 고대사 전공이었고, 한 학기 내내 사마천의 『사기』를 읽었다.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 읽은 책이라 이후에도 자주 펼쳐 보았다.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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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1961년 베를린장벽 탈출 사건, 신문에서 VR까지… ‘읽는 역사’에서 ‘경험하는 역사’로

    스물한 살의 동독 국경수비병 콘라트 슈만은 철조망을 뛰어넘어 서베를린으로 탈출하는 장면을 사진기자 페터 라이빙이 카메라에 담고 있다. 오른쪽은 필자 <사진 KF XR 갤러리 스탭 촬영> 1989년 겨울,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는 소식은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장벽 위에 올라 망치를 휘두르며 환호하던 사람들의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다. 얼마 뒤 제약회사 화이자는 학회장에서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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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은혜를 기억하는 나라의 품격…충칭 임시정부와 진문공의 교훈

    충칭 대한민국임시정부 회의실 <AI 이미지> 얼마 전 독립기념관을 찾았다. 전시실을 걷다 보니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발자취가 눈에 들어왔다. 상하이에서 시작된 임시정부는 항저우와 전장, 창사와 광저우, 류저우를 거쳐 마침내 충칭에 이르렀다. 전시장에는 마지막 충칭 청사의 회의실까지 재현되어 있었다. 한 나라가 국토를 잃고도 정부를 잃지 않기 위해 얼마나 먼 길을 걸어야 했는지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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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국토는 나라의 근간이다”…양구 피의능선에서 들린 ‘묵특선우’의 한마디

    양구 피의능선 전투 안내문 <사진 황건> 몇 달 전 양구전쟁기념관을 찾았다. 바로 곁의 도솔산지구 전적비와 양구통일관도 함께 둘러보았다. 아쉽게도 전망대는 보수공사 중이었다. 펀치볼을 직접 내려다보며 능선들을 눈에 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전망이 아니라 전시장이었다. 기념관에서는 이른바 ‘펀치볼(Punchbowl)’을 둘러싼 전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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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총알은 못 막아도, 마음은 지킨 영국군 병영 노래

    AI 생성 이미지 한국전쟁 영국군 병영민요, 전쟁 속 인간다움 지켜내다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영국군의 한국전쟁 참전 기록을 둘러보았다. 전시는 예상보다 훨씬 자세했다. 참전 부대의 이동 경로와 전투, 희생자들의 이름까지 터치스크린으로 하나씩 살펴볼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들의 모습이 쉽게 잊히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유튜브에서 영국군 병영민요를 찾아 들었다. 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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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정부의 채무 탕감 둘러싼 논란과 2300년 전 풍환의 지혜

    AI 생성 이미지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정부의 채무조정과 채무 탕감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과의 형평성, 그리고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 오래된 논쟁 앞에서 문득 2천3백 년 전 전국시대 설(薛) 땅이 떠올랐다. 자, 이제 풍환과 맹상군을 만나러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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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54년전 배우 윤정희의 위문편지…”그날, 전쟁터에 고향이 왔다”

    배우 윤정희, 영화 <빗속에 떠날 사람>에 출연할 당시 모습. <한국영상자료원> 얼마 전 국군의무학교장이던 정준규 대령이 전역했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문학을 좋아해 오래 전부터 마음을 나누어 온 친구다. 그는 대전보훈병원 피부과로 자리를 옮기며 오래 간직해 온 책 한 권을 내게 건넸다. “이 책은 제가 갖고 있는 것보다 선생님이 보관하시는 것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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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장사영웅루만금(長使英雄淚滿襟)…별보다 먼저 진 십자가의 기수들

    AI 생성 이미지 얼마 전 의사수필가협회에서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한국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한 박경석 장군님의 강연이 있었다. 강연 중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기수가 330명이었는데, 전선에 처음 나간 날 86명이 전사했습니다.” 강연이 끝난 뒤 나와 두 명의 의사는 그 노병의 베트남전 참전을 기리며 ‘맹호들은 간다’를 불렀다. 나는 그 숫자를 제대로 가늠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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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에라스무스 ‘우신예찬’과 김지하 ‘오적’, 시대를 넘어 권력을 비춘 풍자의 힘

    AI 생성 이미지 어제(7월 12일)은 에라스무스(Erasmus, 1466?~1536)가 세상을 떠난 지 490년이 되는 날이다. 며칠 전 그의 <우신예찬>을 다시 읽었다. 학생 시절에는 그 기지와 유머에 감탄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 웃음 속에 숨은 깊은 성찰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문득 반세기 전 고등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유신 시대에 시인 김지하의 ‘오적’을 읽으며 받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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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에라스무스와 원효가 만난 지점…”논쟁에도 품격이 있다”

    에라스무스와 원효는 서로 만난 적도 없고, 같은 신앙과 철학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다. 한 사람은 르네상스 유럽의 기독교 인문주의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통일신라의 불교사상가였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한 가지에서 깊이 만난다. 상대를 이겨 침묵시키기보다 대화를 통해 더 넓은 진실을 찾으려 했다는 점이다. 490년이 지난 오늘, 나는 다시 에라스무스를 떠올린다. 그리고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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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혀끝의 온기…”사람의 말에는 살아온 세월이 담겨 있다”

    얼마 전 ‘혀끝의 경계, 언어는 어떻게 칼이 되었나’라는 글을 썼다. 관동대지진 당시 발음 하나로 사람을 가려내고, 그 혀끝의 몇 음절이 생사를 갈랐던 역사를 돌아보며, 언어는 사람을 나누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적었다. 며칠 뒤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보낸 이는 나보다 여섯 살 위이신 전라도 출신의 은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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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두암교회 피안교를 건너 만난 순교자 23명의 미소

    멀리 순교기념탑이 보인다 <사진 황건> 정읍의 두암교회를 찾아갔다. 꽤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니 노란 금계국이 가득 핀 꽃밭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꽃밭 사이로 돌길 하나가 곧게 뻗어 있었고, 길 끝에는 철제 십자가가 서 있었다. 십자가의 밑동은 둥근 몽돌들이 감싸고 있었다. 그 뒤로 순교기념탑이, 다시 그 뒤로는 순교자들의 합장묘가 자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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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고창 덕암교회 ‘녹슨 종’이 들려준 가장 ‘맑은 소리’

    덕암교회 순교기념비와 녹슨 종 <사진 황건> 집에서 새벽같이 출발했지만 전북 고창의 덕암교회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가 다 되어서였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달리다 큰길에서 좁은 농로로 접어드는 길목에 ‘순교의 터 위에 선 교회, 덕암교회’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 표지판을 지나 밭길을 따라가니 한적한 들판 너머로 작은 첨탑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교회 근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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