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 사람

    만장일치 유죄의 함정…성목요일이 드러낸 ‘재판 아닌 폭력’

    ‘빌라도 법정에 선 예수’ 미하이 문카치 작 성목요일 저녁, 예수는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눈 뒤 겟세마네로 향했다. 그날 밤 그는 체포됐고, 몇 시간 뒤 새벽녘 ‘재판’을 받았으며, 이른 아침 로마 총독 앞에 서서 십자가형이 확정됐다. 단 하룻밤 사이에 체포와 심문, 판결과 집행이 이어진 이 비정상적인 속도는 단순한 종교적 사건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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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빌라도의 ‘예수 재판’이 던지는 질문…“손을 씻겠는가, 아니면 눈을 뜨겠는가?”

    빌라도가 물을 떠서 손을 씻은 것은, 사실 자신의 양심을 씻어내기 위한 의식이었다. 2천 년 전의 이 장면은 오늘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내가 지나온 병원, 군의관들이 있는 현장, 회의실과 브리핑룸에서도 사람들은 가끔 “내가 한 결정이 아니다”, “규정이 그렇다”, “상부의 지침이다”라는 말로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나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내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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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난주간] 부활은 상처에서 시작된다…토마스의 고백 ‘나의 주님’

    카라바조의 대표작 ‘성 토마스의 의심'(The Incredulity of Saint Thomas, 1601~1602). 이 작품은 토마스가 실제로 예수의 옆구리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 확인하는 순간을 극적으로 포착한 그림으로, 빛과 어둠의 대비(키아로스쿠로)와 인물의 사실적인 묘사가 특징. 특히 토마스의 손과 시선, 예수의 상처를 중심으로 구성된 장면은 ‘믿음 이전의 확인’이라는 인간적 태도와, 그 이후 도달하는 신앙의 고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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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상처’를 넘어 ‘아름다움’으로…소설가·영화감독·성형외과의를 잇는 상상의 힘

    <별들의 고향> 개봉 직후 최인호(오른쪽)와 이장호. 두 사람은 서울고교 동기다. <사진=이장호 감독> 상상은 어디에서 오는가.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에서일까, 아니면 천재적 두뇌의 산물일까. 나는 얼마 전 한 강연장에서 이 질문을 다시 붙들게 되었다. 1970~80년대 한국 영화의 격랑 속을 건너온 영화감독 이장호를 만나 “창의성은 어디에서 오느냐”고 물었을 때였다. 그는 즉답을 피했다.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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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황건 칼럼] 부활은 소란이 아니라 질서였다…수술실에서 떠올린 성 주간

    나는 그 옷을 정갈하게 접어 로커 맨 윗칸에 올려둔다. 다른 사람이 오더라도 건드리지 않도록, 그리고 내가 다시 돌아와 그 옷을 입을 수 있도록. 금방까지 내 체온이 남아 있는 옷은 새로 꺼낸 뻣뻣한 수술복보다 훨씬 부드럽다. 그렇게 옷을 곱게 접어 올려놓는 짧은 순간, 나는 종종 그 구절을 떠올린다. “그 머리를 쌌던 수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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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마지막 출격입니다”…전투조종사는 하늘로, 외과의사는 수술실로

    2019년 공군 대령 이배선이 자비 출간한 <출격일지>를 항공도서관 북 큐레이션을 통해 보게 되었다. 그는 1949년 6월 공군사관학교 1기생으로 입교해 교육을 받았고, 임관과 비행과정 수료 후 6·25 전쟁에 참전했다. 책에는 1952년 12월 첫 출격에서부터 1953년 휴전에 이르기까지 모두 92회에 걸친 출격의 기록이 담겨 있었다. 전투 상황과 긴장, 그리고 살아 돌아온 순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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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황건 칼럼] 돌아온다는 약속, 그리고 새로워진 삶…’성주간'(聖週間)에 외과의사가 묵상한 부활

    렘브란트 작 <엠마오에서의 식사>(유화, 1648). 두 제자가 예수님을 알아보는 바로 그 순간을 옮겼다. 사람은 떠난다. 그리고 돌아오기를 약속한다. 그 약속은 역사와 이야기, 그리고 신앙 속에서 반복된다. “나는 돌아오리라 (I shall return).” 맥아더(Douglas MacArthur) 장군이 1942년 필리핀을 떠나며 남긴 이 말은 단순한 군사적 선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패배 속에서 던진 약속이자, 시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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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낙동강전선 ‘서북산’ 지날 때마다 떠오르는 미군 ‘티몬스’ 부자

    나는 오래 전 3년간 경상남도 고성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 한 봉우리가 있다. 서울 집에서 근무지로 가려면 마산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간 뒤, ‘신마산 댓거리’에서 ‘고성·충무·장승포’행 시외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그 길은 지금도 내게 하나의 풍경으로 남아 있다. 험한 고개를 넘어 직행 시외버스가 멈추는 곳이 ‘진동’인데, 이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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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시아

    서해수호의날…천안함 46용사 기념탑과 2.9의거 기념탑

    옮겨진 기념탑, 남겨진 질문 기념탑을 찾으러 갔다가, 나는 오히려 기억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나는 천안삼거리공원을 먼저 찾았다. 분명 그곳에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원을 몇 바퀴 돌아도, 내가 찾는 천안 2·9 의거 기념탑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서서 생각했다. 기념탑이 사라질 리는 없을 텐데, 그렇다면 내가 기억을 잘못 찾아온 것일까. 검색을 해보니, 기념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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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전차에 맞선 한 인간…천안 마틴공원에서

    마틴길에는 철제로 만든 평면 흉상이 서 있었다. 그 아래에는 “We go together.”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한미연합훈련에서 익숙하게 들었던 그 구호가 그날은 전혀 다른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앞으로의 동행을 다짐하는 말이 아니라, 이미 함께 갔던 이들을 뒤늦게 따라 읽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사진 황건> 주차장이 없는 공원이었다. 철망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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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우리의 ‘비아 돌로로사’…절두산에서 어머니의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문득 생각했다. 손목 골절로 고생한 막내, 부정맥 시술 이후 걸음이 불편한 둘째, 그리고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나. 서로의 짐을 나누어 지고 있는 우리 세 사람의 마음은 같을 것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만 서른여덟에 홀로 되어 세 아들을 키워내신 어머니의 삶, 지금은 알츠하이머로 아들들의 얼굴만 간신히 알아보시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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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사순절 다시 읽는 카잔차키스의 ‘예수의 마지막 유혹’…십자가 고난을 의학으로 해석하다

    이 글은 Journal of Trauma and Injury에 게재된 황건·박찬용 교수의 논문 「The Last Temptation of Christ as terminal hallucination」의 내용을 바탕으로, 사순절을 맞아 예수의 십자가 고난 장면을 의학적 관점에서 다시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 것입니다. 원 논문은 카잔차키스의 소설과 스코세이지 영화 속 ‘마지막 유혹’을 저혈량 쇼크와 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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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오산 초전기념관에서 마주한 ‘스미스 특수임무부대’ 젊은 병사들의 희생

    나는 참전자 540명의 얼굴이 새겨진 동판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3월 초 어느 일요일 오전이었지만 오산에 위치한 ‘유엔군 초전기념관’ 안은 놀랄 만큼 조용했다. 그 사이로 아이들의 손을 잡은 몇몇 부모가 천천히 지나갔다. 아이들은 이 젊은 얼굴들이 누구인지 아직 잘 모르는 듯 보였다.나는 한동안 그 동판 앞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나는 학생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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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아시아

    수교도 없던 대한민국 위해 싸운 터키 1005명의 희생이 오늘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얼마 전 전쟁기념관 3층 유엔참전실에서 한 통의 육필 편지를 읽었다. 설명에 따르면, “6·25전쟁 중 한국에 파병된 터키군 제3여단 소속 부사관 오스만 야사르 에켄(Osman Yaşar Eken)에게 그의 아버지가 보낸 답장”이었다. “네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알라께서 너를 보호하시길 빈다. 너는 우리 가문의 자랑이다. 조국을 위해 싸우는 것은 큰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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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늙음’을 지우려는 시대…문학과 의학이 경고하는 ‘노인혐오 사회’

    이미지 AI 이 글은 국군수도병원 성형외과 황건 전문의가 발표한 논문 「The Last Revolt Through the Lens of Anti-Aging and Plastic Surgery」의 내용을 바탕으로,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혐오와 노인학대 문제의 구조적 배경을 독자 여러분께서 보다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재구성한 것입니다. 원 논문은 노화 공포와 안티에이징 문화가 인간의 가치 인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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