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교육칼럼

환자 버리지 않는 의사, 부하 버리지 않는 장교…육·해·공 사관학교가 길러내려는 사람

<AI 생성 이미지>

나의 스승 백상호 교수님은 평생 ‘좋은 의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셨다. 문득 의과대학의 목적이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라면, 사관학교의 목적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좋은 소위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소위란 어떤 사람일까? 육군사관학교의 교훈은 지(智)·인(仁)·용(勇)이다. 지혜롭게 판단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필요한 순간에 용기를 낼 수 있는 장교를 뜻한다. 육군 소위는 임관과 동시에 소대장이 되어 수십 명의 병사를 책임진다. 전투가 벌어지면 병사들은 교범보다 먼저 소대장의 행동을 본다. 그래서 육군은 무엇보다 사람을 이끄는 리더십을 중요하게 여긴다.

지혜 없는 용기는 무모함이 되고, 사랑 없는 용기는 폭력이 될 수 있다. 육군의 교훈은 세 가지 덕목이 함께 갖추어질 때 비로소 좋은 장교가 탄생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해군사관학교는 충무공 이순신의 정신을 교육의 뿌리로 삼고 있다. 생도들은 입학과 함께 충무공의 생애와 리더십을 배우며 명예와 책임의 가치를 익힌다. 바다는 육지와 다르다. 함정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공동체이며, 한 사람의 실수가 함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쉽게 증원하거나 철수할 수도 없다. 그래서 해군 장교에게는 무엇보다 신뢰와 책임감이 요구된다. 함장은 마지막까지 함과 승조원을 책임져야 하며, 해군은 그러한 책임의 무게를 배우는 곳이다.

공군사관학교의 교훈은 “배우고 익혀서 몸과 마음을 조국과 하늘에 바친다”이다. 또한 생도들은 “명예와 신의 속에 산다”는 신조를 가슴에 새긴다. 공군 장교는 첨단 무기체계와 항공작전을 다루어야 한다. 작은 판단 착오 하나가 조종사의 생명은 물론 국가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공군은 전문성과 자기 수양, 그리고 끊임없는 학습을 강조한다. 하늘은 용기만으로 날 수 없고, 정확한 지식과 냉정한 판단이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세 사관학교가 추구하는 인간상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인다. 육군은 용기와 리더십을 강조하고, 해군은 책임과 신뢰를 강조하며, 공군은 전문성과 자기 수양을 강조한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세 학교가 궁극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사람. 부하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 위기의 순간에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자신보다 먼저 국가와 부하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다.

좋은 의사는 환자를 버리지 않는다. 환자가 가장 힘들고 두려운 순간에 곁을 지키며 자신의 책임을 다한다.

그렇다면 좋은 소위는 어떨까? 육군 소위든, 해군 소위든, 공군 소위든 좋은 소위는 부하를 버리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전투에서는 앞장서고, 평소에는 부하를 돌보며, 위기에서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생각해 보면 의사와 장교는 전혀 다른 직업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남을 위해 사용해야 하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타인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다.

백상호 교수님께서는 좋은 의사를 만들고자 하셨다.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역시 저마다의 교훈과 신조를 통해 좋은 소위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표현은 서로 다를지 모르지만, 그들이 가르치고자 하는 핵심은 결국 하나일 것이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맡겨진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지는 장교.” 어쩌면 그것은 군인만의 덕목이 아닐지도 모른다. 좋은 의사, 좋은 교사, 좋은 부모, 좋은 지도자 역시 결국은 자신에게 맡겨진 사람들을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좋은 소위에 대한 질문은 결국 좋은 군인을 넘어,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좋은 소위를 만드는 일은 좋은 군인을 만드는 일을 넘어, 좋은 사람을 길러내는 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겉으로 보면 세 사관학교가 추구하는 인간상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인다. 육군은 용기와 리더십을 강조하고, 해군은 책임과 신뢰를 강조하며, 공군은 전문성과 자기 수양을 강조한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세 학교가 궁극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은 크게 다르지 않다.(중략) 좋은 소위에 대한 질문은 결국 좋은 군인을 넘어,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좋은 소위를 만드는 일은 좋은 군인을 만드는 일을 넘어, 좋은 사람을 길러내는 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본문에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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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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