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람

“아직도 물 아래 전우들이 있다”…천안함 한주호 준위와 영화 ‘맨 오브 아더’ 속 빌리 선데이가 남긴 질문

한준호 준위가 “아직도 물 아래 전우들이 있다”는 생각으로 구조작전에 참여했다고 기억한다. 그 패널 앞에 서 있는 동안 오래전 보았던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영화 <Men of Honor(맨 오브 아너)>였다. 배우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가 연기한 빌리 선데이는 노련한 해군 잠수사 교관이다. 그는 누구보다 위험한 바다를 잘 알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먼저 바다로 들어가는 사람이다. 영<AI 생성 이미지>

얼마 전 평택의 서해수호관을 방문하였다. 천안함기념관에는 전사한 장병들의 이름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들 앞에 서자 십수 년 전 나라 전체가 슬픔에 잠겼던 봄날이 떠올랐다. 그러나 내 발길을 오래 붙잡은 것은 전사한 장병들의 사진뿐만이 아니었다.

한 패널 앞에서 한동안 걸음을 멈추었다. 천안함 구조작전에 투입되었다가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이야기였다. 그는 적의 총탄에 맞아 전사한 군인이 아니었다. 구조작전을 수행하던 잠수사였다. 이미 수많은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었고, 굳이 위험한 바다로 들어가지 않아도 될 위치에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당시 그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아직도 물 아래 전우들이 있다”는 생각으로 구조작전에 참여했다고 기억한다.

그 패널 앞에 서 있는 동안 오래전 보았던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영화 <Men of Honor(맨 오브 아너)>였다. 배우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가 연기한 빌리 선데이는 노련한 해군 잠수사 교관이다. 그는 누구보다 위험한 바다를 잘 알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먼저 바다로 들어가는 사람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그는 더 이상 현역 잠수사로 활동할 수 없게 되지만, 교관이 되어 후배들을 가르친다.

현실의 한주호 준위와 영화 속 빌리 선데이는 서로 다른 인물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같은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 위험에 처했을 때, 나는 기꺼이 그곳으로 갈 것인가?”

우리는 흔히 전쟁터를 가장 위험한 장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군가를 구하는 일 역시 때로는 전투만큼 위험하다. 화재 현장으로 뛰어드는 소방관이 그렇다. 감염병 유행 시기에 환자들 곁을 지키는 의료진이 그렇다. 무너진 건물 속으로 들어가는 구조대원이 그렇다. 그리고 차가운 바다 속으로 내려가는 잠수사도 그렇다. 그들은 적을 공격하기 위해 위험한 현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들어간다.

군의관인 나 역시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군의관은 총을 들고 적과 싸우지 않는다. 대신 부상자를 치료하고 후송하며, 때로는 감염병과 싸우고, 때로는 화학전이나 생물학전에 대비한다. 군의관의 임무는 적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그러나 생명을 살리는 일이 언제나 안전한 것은 아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전쟁터에서 총탄에 쓰러진 의사도 있었고, 감염병 환자를 치료하다 목숨을 잃은 의사도 있었다. 누군가를 살리려는 행동 자체가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서해수호관을 나오면서 나는 한주호 준위의 패널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그는 나에게 영웅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다기보다, 한 가지 질문을 남겨 주었다. “아직도 물 아래 전우들이 있다.” 그 말은 단지 잠수사만의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그리고 그곳이 위험한 곳이라면, 우리 모두는 언젠가 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 나 역시 언젠가 그 질문 앞에 다시 서게 될 것이다. “나는 아직도 기꺼이 그곳으로 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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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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