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군사활동 커지는 동해…한일 안보협력은 ‘독도·과거사’ 벽에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활동이 동해와 한반도 주변에서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안보협력이 역사·영토 문제에 가로막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열린 한중일 안보 전문가 좌담에서 참석자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공중·해상 활동이 증가할수록 한국과 일본의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 필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협력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한 참석자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해 주변을 비행할 경우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군사적으로는 양국이 협력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동해와 독도다. 한국은 ‘동해’라고 부르지만 일본은 ‘일본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독도에 대해서도 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한 참석자는 “이런 문제가 군사 상황보다 먼저 정치적으로 부각될 경우 국민감정을 자극하면서 실제 안보협력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활동은 이런 한일 간 갈등과 별개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참석자들은 특히 동해가 중러 해군과 공군의 활동이 빈번한 공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훈련은 한반도뿐 아니라 일본 방위와도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양국의 이해관계가 겹치는 영역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 일본 측 참석자는 평상시 한일 간 정보공유 체계가 충분히 정착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특정 상황에서는 한국이 먼저 정보를 확보할 수 있고, 반대로 일본이 먼저 포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연락·공유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미일 차원의 군사협력은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이 중국·러시아처럼 양자 차원에서 직접 공동비행을 하는 형태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또는 3국 훈련에 한국과 일본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이날 좌담에서는 한일 양국이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일본은 잠수함 탐지와 기뢰 제거 등 해양작전 경험이 많고, 한국 역시 공군과 해군 분야에서 축적한 역량이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군사협력을 추진하기보다는 실무적으로 필요한 분야부터 정보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협력이 지속되려면 양국 모두 국내 여론을 설득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안보 위협에 대한 인식과 역사 문제를 완전히 분리하기는 어렵지만, 군사협력 논의가 독도와 과거사 논쟁으로 번질 경우 실제 위기에 대비할 공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문제의식이었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와 함정이 국경을 넘어 공동으로 움직이는 시대에 한국과 일본이 어디까지 협력할 것인가. 동해의 안보 현실과 독도라는 역사적·정치적 현실 사이에서 한일 양국이 풀어야 할 숙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