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 ‘위기의 일상화’…中군용기 반복 접근에 대만 조종사 피로 누적

중국 군용기의 대만 주변 활동이 일상화되면서 대만 공군 조종사들의 피로와 대응 부담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열린 한중일 안보 전문가 좌담에서는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을 놓고 “위기의 일상화”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중국 군용기의 반복적인 접근이 오히려 시민과 군 당국의 경계심을 무디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참석자는 최근 만난 대만 군 관계자들의 말을 전하며 “대만 공군이 거의 매일 긴급 출격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조종사들의 피로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 주변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대만 전투기는 출격해 대응해야 하고, 복귀한 뒤에도 다시 출동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교육과 훈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투기와 조종사의 운용시간이 반복적인 대응 출격에 소모되면 장기적으로 전력 유지에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자체가 중국이 노리는 효과 중 하나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상대방을 지속적으로 긴장시키고 피로를 누적시키면서도 실제 무력충돌 직전까지는 가지 않는 방식이다. “위기의 일상화”라는 것이다. 매일같이 군용기가 나타나고 긴급출격이 반복되면 처음에는 큰 위협으로 받아들여지던 상황이 시간이 지나면서 일상적인 사건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작 어느 순간 실제 군사행동이 벌어질 경우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이날 좌담에서는 일본 오키나와의 경험도 함께 언급됐다. 일본 측 참석자는 오키나와 근무 당시 중국 군용기의 활동이 크게 늘어나면서 긴급발진이 빈번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항공기의 활동 범위도 점차 오키나와와 미야코 해협을 넘어 태평양 방향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대만과 일본의 상황은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다. 중국 군용기의 활동이 과거보다 더 자주, 더 멀리 이뤄지면서 이를 감시하고 대응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만해협의 긴장이 단순히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주목했다. 대만해협은 한국과 일본의 주요 에너지와 무역 수송로와 연결돼 있고, 유사시 동북아 전체의 경제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좌담 참석자들은 중국의 군사활동을 매번 개별적인 사건으로만 보지 말고, 장기적인 패턴과 의도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용기 한두 대의 출현보다 더 위험한 것은 매일 반복되는 긴장이 ‘평범한 일’처럼 받아들여지는 순간일 수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