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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 너머의 또다른 전쟁 “문제는 내러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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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하비브 토우미 아시아엔 영어판 편집장, 바레인] 중동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사일과 드론이 상공에서 모습을 감췄고, 군사 작전도 중단됐다. 하지만 또다른 전쟁이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바로 내러티브(서사)의 전쟁이다.

오늘날 전쟁의 모든 당사국들은 내러티브를 주도하며 명분을 확보하려 한다. 이에 따라 각국은 자국민, 그리고 국제사회를 향해 ‘우리의 역량을 바탕으로 상대를 굴복시키고 결정적인 승리를 거뒀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내놓곤 한다. 현대전에서 승리는 단순 수치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이다. 실제 전쟁의 결과와 무관하게 내러티브를 장악한 쪽이 승자로 여겨지는 이유다.

특히 최근의 전쟁에서 볼 수 있듯, 전례 없는 정보전이 이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켰다. 수많은 정보들 속에 허위적이고 악의적인 정보들이 침투하고 있고, 이를 퍼뜨리는 수단도 극도로 고도화되고 있다. 익명의 계정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작된 영상들을 확산시킨다. 전장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이들이 아니라면 진실을 판별하기 불가능할 정도다. 이들이 퍼뜨리는 허위 정보들은 놀라운 속도로 대중의 인식을 형성한다. 허구에 기반한 내러티브가 창조되는 과정이다.

중동 전쟁 당시 전 세계는 국경을 넘나드는 무기들을 지켜봤다.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지금, 우리는 끝없이 펼쳐지는 내러티브의 전쟁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거짓이다. 체계적 논리나 사실을 무마하고 감정을 동요시키기 위해 조작된 허구에 불과하다.

전쟁의 희생자들 대부분은 무고한 민간인이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선 또다른 유형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기만과 왜곡에 압도당한 대중이다.

인공지능(AI)은 인류에게 형용하기 어려운 가능성을 안겨주지만, 이에 견줄만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딥페이크, 조작된 음성과 영상, 합성 이미지 등이 온라인을 매개로 활개치고 있다. 진실보다 더 빨리, 더 멀리 퍼지기만 한다면, 굳이 설득력을 갖출 필요조차 없다.

심히 우려스러운 질문이 떠오른다. 미사일과 드론이 멈췄지만 인류의 고통은 계속될 것인가?

과거의 전쟁이 도시와 기반시설을 파괴했다면, 내러티브 전쟁은 그보다 더 본질적인 것을 위협한다. 바로 신뢰다. 사실에 대한 신뢰, 제도에 대한 신뢰, 언론에 대한 신뢰, 인간의 판단력에 대한 신뢰가 위협받고 있다.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양극화가 고착될 것이며 냉소주의가 깊어질 것이다. 종국에는 무엇이 옳은지조차 따지기엔 너무 지쳐버린 사회가 될 것이다.

양극화가 짙어질수록,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끼리 모이는 폐쇄공간으로 숨어든다. 서로 다른 두 집단은 같은 사안에 대한 옳고 그름조차 따지지 않은 채 서로 다른 현실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 자체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인간은 고통스러운 진실을 마주하기보다는 듣기 좋은 말로 위로 받고 싶은 본성을 갖고 있다. 언론을 조작해 자신의 내러티브를 관철하려는 이들은 인간의 이러한 약점을 파고든다.

인류는 전장 너머의 전쟁을 끝내야만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무너진 도시와 인프라는 언제든 다시 세울 수 있다. 그러나 한번 무너진 신뢰는 다시 세우기 어렵다. 무수한 거짓들 속에서도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켜내고 진실을 되찾아야 한다. 어쩌면 가장 위험한 전장일지도 모른다.

아시아엔 영어판: It Is the Narrative, Stupid! The Battle Beyond the Battlefield – THE AsiaN
아시아엔 신드어판: جنگ جي ميدان کان ھٽي ڪري هڪ ٻي جنگ – THE AsiaN_Sind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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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브 토우미

바레인뉴스에이전시 선임기자, 아시아엔 영문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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