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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루치스탄에서 또다시 명예살인…법 위에 군림하는 부족회의 폐해
“나만 쏘세요, 손대지 마세요” 성서 쥔 채 죽음 맞이한 바누의 절규
파키스탄 현지 보도에 따르면, 살해된 여성의 이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쉬탈’(Sheetal)이 아니라 ‘바누’(Banu 또는 Banoo), 남편의 이름 역시 ‘자락’(Zarak)이 아닌 ‘에산’(Ehsan)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부부는 발루치스탄 주 퀘타에서 약 40km 떨어진 외딴 지역에서 살해됐다. 해당 지역은 아직까지도 비공식 부족회의(jirga, 지르가)의 관습과 판결이 국가의 법보다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부부는 자유의지에 따라 만나고 결혼했지만 이는 부족사회의 관습을 어긴 일로 간주됐다. 결국 이들은 부족회의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직후 총살형 당했다. 이는 명백한 초법적 처형으로, 부족 지도자들에 의해 암묵적으로 승인된 것으로 보인다.

사건이 공론화됨에 따라 사르파라즈 부그티 발루치스탄 주 총리가 수사 시지를 내렸고, 피해 여성의 사촌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한 명도 체포됐다. 그는 총살 영상에 등장했던 인물로 확인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당국은 “다른 용의자들과 부족회의 판결을 내린 사람들을 수색 중”이라며 “이번 사건을 반(反)테러법 조항에 따라 수사하고 연루자 모두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죄 없는 젊은 부부가 끔찍하게 살해된 이 사건은 파키스탄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사건을 극악한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부족회의 참가자 전원을 반테러법으로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파키스탄 울레마 위원회(이슬람 종교 자문기관) 또한 이 사건에 대해 “이슬람의 교리와 무슬림이 따라야 할 윤리 규범에 반하는 테러”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다수의 인권운동가들과 국회의원들도 부족회의를 통해 이뤄지는 초법적인 처벌을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많은 부족사회에서는 별다른 제제 없이 부족회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영상이 공개되며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모았지만 명예살인 자체가 드문 일은 아니다. 명예살인의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들로, 이들은 자유의지로 결혼했거나 정해진 남성이 아닌 다른 남성과 교류했다는 이유로 희생당하고 있다. 이처럼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부족회의는 발루치스탄, 신드, 카이베르파크툰크화, 펀자브 주의 일부 지역 등지에서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지역 정치세력의 묵인 아래 존속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사건 가해자의 법적인 처벌 뿐만 아니라 부족회의의 폐혜까지 근절해야 온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권운동가들은 “이들 젊은이들의 생사 여부를 독단적으로 결정한 부족 지도자들이 재판을 받고, 자발적 결혼을 택한 시민들이 헌법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 때 진정한 정의가 실현될 것”이라고 말한다.
바누와 에산은 사랑을 스스로 택했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의 죽음은 부족의 명예가 인간의 존엄과 법 위에 군림하는 파키스탄의 참혹한 현실을 일깨워 준다.

아시아엔 영어판: Pakistan: A Baloch Couple Killed for Love in the Name of ‘Hon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