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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샌들의 소녀 “가난한 이들의 꿈은 가장 강한 원동력”

파키스탄 고등행정관 보조직을 수행 중인 누르 바노. 그녀의 책상 한 켠에는 가장 힘들었을 때 신었던 샌들이 놓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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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나시르 아이자즈 신드쿠리에 편집장] “가난한 이들의 꿈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원동력이다”

파키스탄 신드 주 타르파르카르 사막지대. 인도 국경과 맞닿은 이 곳은 바람보다 모래가 더 많이 날리는 척박한 땅이다. 열네 살 소녀 누르 바노는 가난에 허우적대고 있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작은 오두막집에서 살던 그녀는 매일 물을 길어오기 위해 3km 길을 걸어야 했다. 아버지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낙타를 몰았고, 어머니는 인근 마을의 가정을 돌아다니며 청소하곤 했다.

어느 날 오후, 누르가 신고 다녔던 단 한 켤레 샌들의 끈이 끊어졌다. 그녀는 뜨겁게 달궈진 사막을 맨발로 걸어 등교해야 했다. 그날 수업 시간, 교사가 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었다.

먼지 묻은 손을 번쩍 든 누르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고위 행정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누군가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학우들은 그녀의 바람을 비웃었다. 심지어 교사조차 한숨을 쉬며 “가난한 집 아이들은 그렇게 큰 꿈을 꾸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누르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중학교 졸업시험에서 지역 1등을 차지했고, 대학 입학 시험에서는 신드 주 전체 2등에 올랐다. 아버지는 생계 수단이던 낙타를 팔았고, 어머니는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귀금속인 은팔찌를 내놓았다.

카라치대학교에 입학한 이후의 삶도 쉽지 않았다. 기숙사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그녀는 낮에는 세 곳에서 과외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책상에 앉곤 했다. 혹한과 혹서가 누르를 괴롭힐 때마다 친구들이 말했다.

“공무원 시험은 부자들만의 게임이야. 국제학교를 나와서 비싼 학원에서 공부해야 합격할 수 있다고”

그럴 때 마다 누르는 말했다.

“가난은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일 뿐, 나라는 사람을 규정지을 수 없어”

누르는 CSS(파키스탄 중앙고등공무원 시험)에 두 번 낙방했다. 첫 번째는 에세이 과목 때문이었고, 두 번째는 시사 문제 때문이었다. 그러자 마을의 수군거림이 조롱으로 바뀌었다. 친척들도 그녀의 어머니에게 “딸 시집이나 보내라”고 비웃었다. 세간의 조롱을 견디다 못한 어머니가 눈물을 흘렸지만, 누르는 자신 있었다.

“우리를 비웃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예요”

마지막 도전이 된 세 번째, 누르는 말그대로 도서관에 틀어박혔다. 하루에 18시간씩 공부했다. 불을 켤 수 없을 때는 가로등 아래에서 노트 필기를 정리했다. 마침내 2025년도 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누르 바노는 파키스탄 전체 7위로 합격했다. 그녀가 파키스탄 행정서비스(PAS)의 구성원으로 이름을 올린 순간이었다.

첫 출근 날, 그녀는 트로피나 기념사진 대신 학창 시절 신었던 낡고 끊어진 샌들을 가져왔다. 자신의 책상 위 유리 케이스 안에 신발을 넣은 뒤 짧은 메모를 남겼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잊지 않기 위해”

현재 고등행정관 보조직을 수행 중인 누르 바노는 국가와 국민의 간극을 허무는 행정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의 첫 번째 행정명령은 타르 사막 지역의 모든 학교에 선풍기와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가난한 집안의 소녀가 그녀를 찾아오면, 누르는 자신의 의자와 차를 내어주며 이렇게 말한다.

“신발이 망가졌다고 해도 결코 걸음을 멈춰선 안 된다”

최근 한 행사에서 누르는 과거 자신을 비웃었던 교사에게 상을 수여했다. 은퇴한 교사는 제자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누르가 그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선생님 말씀이 맞았어요. 가난한 사람들의 꿈은 그저 허황된 것만이 아니었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원동력이었어요”

아시아엔 영어판: A Broken Shoe Is Never a Reason to Stop Walking – THE A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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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르 아이자즈(Nasir Aijaz)

파키스탄, 아시아엔 파키스탄 지사장, PPI(Pakistan Press International)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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