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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정부 ‘정전 해소’ 선언…현실은 폭염 속 단전

파키스탄 페샤와르의 한 상점에서 수리공이 가정용 배터리를 수리하고 있다. 정전이 잦은 파키스탄에선 개인용 배터리를 구비하는 가정이 적지 않다.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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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나시르 아이자즈 신드쿠리에 편집장] 파키스탄에 여름이 찾아오면서 전국 곳곳에서 익숙하면서도 답답한 장면이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한 연방의 고위관계자가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마침내 고질적인 정전현상을 끝냈다”고 자축했다. 그러나 선풍기는커녕 냉장고도 멈춘 채 더위를 견디고 있는 수백만 국민들은 그의 발표에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 파키스탄 전역에서는 정부의 공식발표와 전혀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지금도 하루 10시간에서 최대 15시간에 이르는 정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타는듯한 더위 속에서 가정의 일상이 마비되고, 소상공인의 영업이 중단되고 있다. “모든 것이 정상화됐다”는 정부의 수사와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실 사이의 간극이 임계점에 도달한 지 오래다.

전문가와 시민들은 정부의 발표에 대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 여기고 있다. 얼마 전 파키스탄은 전례 없는 유가 인상으로 큰 충격에 빠졌었다. 연료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생필품 가격도 상승하면서 일반 가정의 생계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위기가 끝났다”고 선언함으로써 성난 민심을 달래려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말조차 진실이 아니었다.

대중 기만, 파키스탄 정치권의 루틴

이러한 행태가 그리 새로운 것도 아니다. 현 집권 여당인 PML-N은 지난 선거에서 전력난 해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집권하면 몇 달 안에 정전을 끝내겠다는 장밋빛 약속을 내걸었지만, 집권 이후에는 정전이 계속될 수밖에 없었던 변명을 늘어놨다. 종국에는 성급하게 ‘위기 종식’을 선언한 셈인데, 파키스탄에선 꽤나 익숙한 패턴이다.

파키스탄에선 이러한 문제가 특정 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PPP와 PTI 역시 집권 기간 동안 유사한 방식으로 국가를 통치해 왔다. 이들의 패턴도 나름 구조화 돼있다. 집권 초기에는 전임 정부가 남긴 부채와 무능을 비판하지만, 막상 이들이 정권을 마칠 때 즈음이면 전력 인프라를 비롯한 국가의 중대한 문제들이 여전히 미결 상태로 남아있다. 대중을 기만하는 악습은 파키스탄 정치권의 루틴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구조적 불신이 초래하는 결과는 심각하다. 섭씨 45도의 폭염 속에서 냉방 없이 버텨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넘어서 경제적 피해도 막대하다. 노약자와 어린이의 건강이 위협받으며, 경제인구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의 거짓말이 반복될수록 정부와 국민 간 신뢰는 더욱 깊게 무너진다.

정부가 진정으로 민생의 고통에서 시선을 돌리고 싶다면, 실제로 고통을 줄이면 된다. 정전이 끝났다는 식의 허위 선언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정부가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드러낼 뿐이다.

선풍기가 여전히 멈춰 있고 물가가 계속 오르는 한, 그 어떤 발언으로도 국민을 설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것은 언론의 헤드라인이 아닌 전력망이다.

아시아엔 영어판: Pakistan: Cooling a Nation with False Announcements – THE A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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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르 아이자즈(Nasir Aijaz)

파키스탄, 아시아엔 파키스탄 지사장, PPI(Pakistan Press International)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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