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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살인에 침묵하는 국가…파키스탄의 끝나지 않는 비극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주 퀘타 시에서 여성들이 명예살인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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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나시르 아이자즈 신드쿠리에 편집장] 파키스탄 인권위원회(HRCP)에 따르면 지난해 470여명의 여성이 ‘명예’라는 미명 하에 살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예’라는 단어는 가족 구성원에 의한 살인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피해가 극심했던 파키스탄 남부인 신드 주에서는 단 한 달 사이 10명의 여성이 친족 남성들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는 굴란이라는 젊은 여성의 사례다. 그녀는 아버지와 사촌에게 도끼로 살해당했다. 굴란은 경찰에 보호를 요청했으나, 법정 판결에 따라 다시 부모에게 인계되면서 비극을 맞이했다. 그녀는 지인들에게 “아버지가 나를 죽일 것 같다”라는 한 마디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굴란은 가족들의 손에 의해 최후를 맞이했다.

야만적 관습인 ‘카로카리’(Karo-Kari)는 파키스탄의 냉혹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부족의 관습이 국가의 법률보다 우위에 있는 농촌 지역에서 더욱 그렇다. 용어 자체부터 비인간적이다. ‘카리’(Kari·검은 여자)는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고 의심받거나 남성 권위에 저항한 여성에게 붙는 낙인이다. ‘카로’(Karo·검은 남자)는 부정행위의 상대 남성을 뜻한다. 이러한 낙인이 찍히면 두 사람 모두 죽어 마땅한 대상으로 간주된다.

비극의 폐해는 살인 이후까지 이어진다. 국가가 이를 묵인하면서 관련 사건이 수십 년간 법정에서 표류되거나, 가해자들이 보석으로 풀려나는 경우가 잦다. 공동체로 돌아간 가해자들은 ‘가문의 명예를 지킨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발루치스탄과 카이버파크툰크와 같은 주에서는 부족 권력이 워낙 막강해 사건의 상당수가 공론화조차 되지 않는다고 한다.

더욱 큰 문제는 국가가 단순한 방관자를 넘어서 여성 인권을 탄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이다. 최근 카라치에서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저명한 무용가이자 인권운동가인 시마 키르마니가 체포된 것이다. 그녀는 이러한 살해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를 준비했다는 이유로 붙잡혔다. 국가는 무고한 여성들을 추모하려던 이를 체포하면서 ‘부족의 명예가 시민의 인권보다 더욱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했다.

2016년 제정된 ‘반(反) 명예살인법’은 가족들이 가해자를 용서해 처벌을 회피하던 허점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한 개혁과 증인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 한, 해당 법률은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다.

파키스탄은 우리의 딸들이 아버지와 형제들에게 사냥 당하는 현실을 방치하고 있다. 이들의 보호는 단순한 ‘여성인권 문제’가 아니다. 현대국가로 나아가고자 하는 파키스탄 법치주의의 최종 시험대다.

아시아엔 영어판: Pakistan’s Women Being Killed for So-called Honor – THE A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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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시르 아이자즈(Nasir Aijaz)

파키스탄, 아시아엔 파키스탄 지사장, PPI(Pakistan Press International)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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