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처럼 세상이 어지러울 때면, 나는 자연스레 60여 년 전의 대한민국을 떠올린다. 고속도로도 제철소도 없던 그때와 지금은 조건이 전혀 다르지만, 나아갈지 주저앉을지 갈리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점만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기 때문이다. 흔히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는 그 시절의 고도성장은 국민의 피땀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그 피땀이 헛되지 않고 구체적인 산업의 결실로 맺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시대를 읽어내고 국운을 건 선택을 내렸던 국가 경영의 ‘전략적 결단’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차도 없는데 왜 길을 뚫느냐”는 비난 속에서도 경부고속도로를 놓았고, 자본도 기술도 없던 상태에서 포항제철을 세웠으며, 중화학공업이라는 담대한 미래를 선택했다. 시장의 흐름에만 맡겼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판의 전환을, 국가적 비전과 집념으로 밀어붙여 완성한 것이다. 그 결단이 있었기에 국민의 역량도 비로소 하나로 결집될 수 있었다.
오늘 우리는 다시 그 갈림길 앞에 서 있다. 다만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맨손이 아니라 세계가 부러워할 자산을 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압도적 제조 역량과 신뢰로 다져진 K-방산, 초격차를 유지하는 반도체와 전력 인프라, 그리고 산업 전반에 스며들고 있는 AI 기술력이 그것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명목 GDP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17.1% 늘며 30년 만의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 자산들은 어느 날 우연히 얻어진 것이 아니다. 수십 년간 쌓아온 제조업의 뿌리 위에,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 온 기업가 정신과 기술자들의 집념이 더해진 결과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각자 흩어져 있는 이 자산들을 하나로 꿰어내어 국가적 시너지를 만들어낼 ‘제2의 전략적 결단’이다. 과거 포항제철과 고속도로가 기적을 여는 열쇠였다면, 이제는 반도체, 전력, 방산, AI가 융합된 첨단 국가 인프라가 그 엔진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규제를 걷어내고, 부처 간 장벽을 허물어 국익을 최우선에 두는 컨트롤 타워를 세워야 한다. 어느 한 부처, 어느 한 기업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저절로 반복되지 않는다. 다만 준비된 자에 의해 새롭게 쓰일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눈앞의 정쟁과 불확실성을 넘어 미래를 선점하는 새로운 결단력이다.
우리가 가진 저력과 자산을 믿고 다시 한번 마음을 모은다면, 대한민국은 거친 풍랑을 뚫고 더 높고 푸른 바다로 담대히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