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이 칼럼] 청년들에게 “더 노력하라”고 말하기 전에

“조금만 더 노력해라.“
“포기하지 말고 버텨라.“
그러다가 아시아 여러 나라의 청년 실업과 주거난에 관한 소식을 언론에서 접하면서, 나라와 언어는 다르지만, 그 안에서 마주친 청년들의 표정과 한숨은 어딘가 서로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한 나라만의 특수한 사정이었다면 그 나라 청년들의 개인적인 문제라고 넘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경을 넘어 이렇게 비슷한 풍경이 반복된다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건네 온 그 말이 더는 예전만큼 유효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에 이르자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너무 쉽게 “노력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청년실업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학력은 그 어느 세대보다 높아졌다. 그런데도 그 노력을 받아줄 합당한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배움의 양은 늘었는데, 그것을 받아줄 자리는 늘지 않은 것이다. 일본은 공식 실업률만 보면 낮은 편이지만, 정작 안정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청년들의 비중이 문제로 지적된다고 한다. 한국 역시 20대와 30대 가구만 유일하게 소득이 줄어드는 동안 주거비는 두 자릿수로 치솟았고, 이런 모습이 일본이 겪었던 이른바 ‘취업 빙하기 세대’와 닮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나라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아시아 곳곳의 이 풍경은 결코 어느 한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밑바닥에 흐르는 감정은 놀랍도록 닮아 있는 것 같다. 열심히 살아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불안, 최선을 다해도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는 체념이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고, 여기에 최근의 지정학적 불안정과 물가 상승이 겹치면서 청년층과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을 가장 먼저, 가장 깊이 갉아먹고 있다고 분석한다. 즉 지금 아시아 청년들이 마주한 어려움은 개인의 게으름이나 나약함의 문제가 아니라, 국경을 넘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구조적 변화의 결과에 가깝다는 것이다.
물론 노력은 중요하다. 성실함과 책임감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소중한 가치였다. 그러나 노력의 중요성을 말하기 전에 먼저 인정해야 할 사실이 있다. 지금 청년들이 힘든 이유는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청년들은 충분히, 어쩌면 우리 세대보다 더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노력과 보상의 연결고리가 과거보다 훨씬 약해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아시아의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나는 그에 앞서 우리 스스로에게 먼저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에게 희생과 인내를 요구하기 전에, 우리는 더 공정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돌아봐야 할 것 같다. 노력한 사람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성세대는 얼마나 고민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청년 문제는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아시아 전체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인 것이다.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포기하고,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는 사회는 결국 그 사회 전체의 활력을 잃게 된다. 실제로 저출생과 고령화는 이미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동시에 심화되고 있다. 청년이 희망을 잃으면 사회는 성장 동력을 잃고, 청년이 꿈을 포기하면 국가와 지역 전체의 미래도 함께 작아진다.
그래서 기성세대의 역할은 청년들에게 무조건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역할인 것이다. 더 많은 기회를 만들고, 더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며,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것이 국경과 언어를 넘어,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남겨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는 더 꼭 말하고 싶다. 세상이 불공정하다고 해서 자신의 가능성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아시아 사회 전반에는 냉소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노력해도 소용없고, 도전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체념이 국경을 넘어 젊은 세대의 공통 언어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은 때로 냉혹하고, 실패는 생각보다 자주 찾아온다. 하지만 인생을 돌아보면 결국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은 성공보다 실패였고, 순탄한 길보다 어려움을 견뎌낸 경험이었다.
나는 오랜 공직 생활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젊은 나이에 큰 성취를 이룬 사람도 있었고, 중년 이후에 자신의 길을 찾은 사람도 있었다. 처음에는 실패했지만 끝내 성공한 사람도 있었고, 남들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더 멀리 간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었다. 넘어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시아의 청년들에게 남을 이기라고 말하는 대신 어제의 자신을 이기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누군가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아니다. 더 많은 돈을 벌거나 더 빠르게 성공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다시 일어서는 것, 좌절과 냉소에 굴복하지 않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속도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지금 아시아의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성공담보다는 다음의 두 문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당신이 힘든 것은 당신만의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당신의 미래까지 포기할 이유도 없다.“ 는 문장은 현실을 직시하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국경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아시아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용기일지 모른다.
그래서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노력하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그들이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일 것이다. 그리고 청년들은 아직 세상이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자신의 가능성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은 남과의 경쟁이 아니다. 어제의 자신을 넘어서는 일이다.
아시아의 미래는 가장 뛰어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아시아 각 나라의 청년들이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