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미디어

[그때 그 책] 김명근 ‘이기적 논어읽기’…오랜 친구가 다시 건네는 공자의 말

“상기에게, 도덕과 욕망의 통합이라는 주제가 내 역량에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번은 다뤄보고 싶어 무모하게 시작했는데, 어찌 어찌 마무리를 했다. 즐겁게 읽어 주시길… 2015. 4. 17 명근”

고교 동창 김명근이 쓴 <이기적 논어읽기>를 다시 펼쳤다. 2015년 나온 책이다. 나는 2017년 <아시아엔>에 이 책을 소개하며 그를 ‘43년 지기’라고 썼다. 그때에는 책을 읽고 친구의 생각을 따라갔다면, 이번에는 그가 책에 쓴 자기소개를 읽으며 그 생각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돌아보게 됐다.

명근이는 중학생 때 얇은 문고판으로 프로이트를 처음 만났다고 했다. 어른들의 말을 모두 믿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무척 통쾌했고, 그 경험이 삶에 오래 영향을 미쳤다. 심리학과에 가고 싶었지만 공대로 진학했다. 여러 일을 거쳐 서른 중반에 다시 한의대에 들어갔다.

논어를 만난 계기도 뜻밖이었다. 한의학 원전을 제대로 읽으려면 사서(四書)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공부를 시작했다가 논어에 빠졌다. 그는 요즘처럼 주요 한의학 서적이 국역될 줄 미리 알았다면 논어를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인생은 그런 우연이 겹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오래 남는다.

<이기적 논어읽기>는 그런 길을 걸어온 한의사가 심리학의 눈으로 다시 읽은 논어다. 책에서 ‘이기적’이라는 말은 남을 해치며 자기 이익만 챙기자는 뜻으로 읽히지 않는다. 소유와 경쟁, 비교와 자존 같은 문제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자는 물음에 가깝다. 이 책은 2013년부터 김명근이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대학원에서 진행한 ‘논어를 통한 인간의 이해’ 강의를 다듬어 출간한 것으로 민족의학신문에 소개됐다.

명근이는 지금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한의사다. 자신을 소개하며 장점은 “세상 일에 다양하게 관심이 많음”, 단점은 “세상 일에 잡다하게 관심이 많음”이라고 적었다. 가까운 희망은 자유인이 되는 것, 먼 희망은 묘비명에 “잘 놀다 갑니다”라고 새기는 것이다. 11년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문장들을 다시 읽고 나니 책 제목의 ‘이기적’이라는 말도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남이 정해준 모범답안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자기 삶을 살펴보고 스스로 길을 고르려는 사람의 말처럼 들린다.

책에는 ‘호문쿨루스’라는 말도 등장한다. 그의 설명에는 라틴어로 ‘작은 사람’을 뜻하는 말에서 비롯됐으며, <파우스트>에서는 시험관 속 인조인간으로 등장한다고 적혀 있다.

책을 처음 받은 때로부터 11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공자의 문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 그것을 읽는 우리에게 세월이 쌓였다. 지금 다시 <이기적 논어읽기>를 펼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명근이가 오랜 우회 끝에 만난 논어를 따라, 나 역시 오래 알고 지낸 친구와 내 삶을 한 번 더 들여다본다.

▼ 아시아엔 후원계좌 ▼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아시아엔과 아시아 저널리즘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우리은행 1005-601-878699 (주식회사 아자미디어앤컬처)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필자의 다른 기사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본 광고는 Google 애드센스 광고이며, 본 사이트와는 무관합니다.
Back to top button
AI 에이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