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구의 필리핀바로알기] 일부 교민들, 기득권·취득권 집착해 실패 자초

사전적 의미로 기득권은 법률에 의해 이미 주어진 권리를, 취득권은 소유자로서의 권리(ownership)를 말한다. 한국 교민들 중에는 다른 교민들보다 먼저 와서 자리를 잡은 경우 나중에 들어온 교민들에 대해 ‘기득권’이나 ‘취득권’을 가진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믿고 있는 권리라는 것은 필리핀 법률에 의해 보장된 것이 아니며, 그동안 역동적인 한국인 경쟁자 없이 누렸던 이익과 익숙한 환경을 계속 누리고자 하는 이기적인 욕심일 뿐이다.

그들 중에는 먼저 온 사람들끼리 카르텔(cartel)을 형성하여 자기들만의 이익보호를 위해 몇몇 사업가들이 짜고 가격을 결정하고 거래상대를 제한하거나 시장을 통제함으로써 시장주의(자본주의)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통제되지 않은 경쟁이 사회적인 낭비를 초래할 수 있지만, 모든 경쟁을 억제하려는 시도는 경제의 역동성을 파괴하여 공산주의 사회에서와 같은 엄청난 역기능을 자초할 수 있다. 카르텔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현실적으로 지구촌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이러한 카르텔(담합)이, 필리핀의 교민 사업가들 사이에서는 좀 더 성숙한 형태가 되었으면 한다.

필리핀 정부나 동종 필리핀 업계들로부터 불이익을 받게 될 때 공동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마련한다거나,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여 피해를 예방하는 등의 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협의체를 동종업계의 교민 사업가들이 구성하는 것이다. 협의체 회원사들끼리는 네거티브 경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두어 규정을 위반하는 회원사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제재를 가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 하지만 회원사들끼리의 공정한 경쟁은 간섭받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적당하고 공정한 경쟁은 기업의 가치와 성과를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이며, 기존의 이익보호만을 위한 소심하고 배타적인 담합에만 열중해서는 필리핀 사회에서 화교들과 경쟁하면서 성장해 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협의체의 활동이 긍정적이고 회원사로 가입하는 게 자신의 사업을 위해 득이 많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신규 진입하는 교민 업체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기존 회원사들의 노력으로 몇몇 장점을 소유하고 있는 협의체는 ‘기득권’ 또는 ‘취득권’을 획득했다고 인정되므로, 신규로 회원 등록하는 업체들이 기존의 회원사들보다 많은 회비를 부담하더라도 공정하고 합리적일 것이다. 무임승차를 거부하는 것은 자본주의 정신에 위배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원사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는 교민 사업가나 업체를 해코지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해코지 당하는 업체 측의 보복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신규로 동종업계에 진출하여 공정하게 경쟁하고자 하는 사업가들에게 기존의 업체들이 따가운 눈총을 하는 경우도 많이 보아 왔다. 기존업체들이 어떤 모임(협의체 등)을 만들어 그 안에서 나름대로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들어 두었다면, 그 룰을 깨뜨리는 사람이 ‘商道義(상도의)’를 해쳤다고 해야 할 것이지, 그러한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 신규 사업자에게 기존 업체들만의 룰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며 그런 신규 사업자에게 상도의 운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기존 업체들의 자체 규정이 어떠한 권리(기득권, 취득권)나 권위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권리나 권위는 그것을 인정하는 사람에게만 유효할 뿐이지,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는 무의미한 것이다. 만일 신규 사업자가 기존 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막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면 모임(협의체)안으로 영입하여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 그것이 서구의 가치이고 자본주의 방식이다.

동종 업계의 이익보호와 정보교환을 위해 교민 사업가들끼리 협의체를 구성하려 할 때 참여하려는 사람과 심각한 경쟁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협의체 구성 자체를 무산시키고 훼방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일을 대할 때마다 축구 경기가 떠오른다. 평소에는 각자의 구단에서 상대 구단을 이기기 위해 (때로는 심각하게) 경쟁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 또는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단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 왔음에도 각 구단 간의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여 대표 팀 구성에 협력하지 않거나 팀 구성 자체를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 구단이 있다면 어떠할까?

대표팀을 구성한 이후에도 각 구단에서 활동할 때 경쟁했던 상대편 선수였다는 이유로 득점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에 패스해 주지 않는다거나 공격 또는 수비를 방해해 버리는 선수가 있다면 어떠할까? 성숙이라 함은 그저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게 되면 누구나 무조건 어른스럽게 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나이가 40이 되고 50이 되어도 10대 이하 어린이들 사이에서나 행해지는 시기와 질투 및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大義(대의)를 저버린다면, 그동안 재산을 제법 모아 두었다 하더라도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이 정신적으로는 미숙한 인간이자 소인배라 할 것이다.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가진 청년들로부터 비웃음만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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