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구의 필리핀바로알기] 한인단체들 정당성·대표성·정체성 찾아야 제대로 구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자신의 <한국현대사 산책>에서 이렇게 썼다. “해방 후 한 미국인 군정 관리는, ‘한국인들은 식사하려고 두세 명만 모이면 정당을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두 사람이 모이면 3개의 정당을 만든다는 말도 나왔다. 두 사람이 각각 하나의 정당을 만들고, 두 사람이 합쳐 또 하나의 정당을 만드는 식으로 말이다.”

한국 교민들은 둘만 모여도 단체를 만든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 명은 회장, 다른 한 명은 부회장 직함을 파서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명함 한 장의 앞면과 뒷면에 그가 속해 있는 단체와 직함을 빼곡히 나열해 놓은 사람도 보았다. 실(實)은 거의 없고 허(虛)만 가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래 전에 필자가 지인의 소개로 어떤 교민 단체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두어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데, 다들 자기 자랑하거나 운동(골프)얘기 하거나, 여자들에 대한 농담 수준의 얘기들이 주종을 이루고,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주로 요식업체 사장들이었다. 필자의 사업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고 매번 모임에서 생산적인 정보 교환이 거의 없었기에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건강관리 차원에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는데 모임에 나갈 때마다 어쩐지 과식을 하곤 하여 1년여 후 조용히 모임에서 빠져나왔다.

그런데 얼마 후에 필자가 모임의 ‘이사’로 선출되었으니 앞으로 적극 참여해 달라는 게 아닌가. 필자가 그 모임에서 어떤 직책을 받지 못해 나가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던 것일까, 아니면 직책을 가져야 모임에 적극적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하니 우습기 짝이 없었다.

어느 때인가 손님들과 식사 중인데 저 쪽 테이블에 있던 얼굴만 서로 아는 교민이 일부러 찾아와 자기가 최근 어떤 모임(회원 스무명 남짓) 회장이 되었다며 큰 소리로 자랑하는 것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한 적도 있다. 교민 단체 중에는 회원의 범위를 무작위로 넓혀 놓고 단체장이나 직함의 위상을 억지로 높이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정식으로 회비를 내고 있는 사람이나 업체들만이 회원이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비를 내건 말건, 모임에 참여하건 말건 이름을 한 번이라도 올려놓기만 하면 언제까지나 회원이고 그 단체의 장은 그들(회원 아닌 회원까지도) 모두의 대표인 것처럼 행세하고 다니는 것이다. 회원이어야 하는 사람이 회비를 내지 않거나 모임에 참여하지 않으면 무슨 이유가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하여 해결책을 찾을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골치 아픈 일에는 신경 쓰기 싫고, 원했던 ‘직함’을 얻었으니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 먹을지를 고민하는데 더 열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떤 단체이건 회비를 내야만 회원으로 간주되고, 각 단체의 목적에 충실한 모임들을 가졌으면 좋겠다. 굳이 식사를 하지 않고 간단한 과일과 음료수만을 차려서 회의나 모임을 가져도 좋겠다. (회비를 내는) 회원들만이 과반수 이상 참여하여 ‘직책’을 가질 사람들이 (간접이 아닌) 직접 선출되어야 대표성을 가질 것이다.

하고자 하는 의사 표현도 한 바 없고 누가 지지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사’로 선출되는 웃기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져서야 되겠는가. 지인 중에 매주 골프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이 있는데, 운동 후 간단하게 음료수나 맥주 한 잔씩 하고나서 그날의 전체 비용을 1/N로 계산하고 2차나 3차 없이 헤어진다며 그 모임을 아주 흡족해 하곤 한다. 흔한 트로피 같은 것도 만들지 않는다 한다. ‘운동’이라는 목적에 충실한 모임인 것이다.

어떤 단체들은 명성과 (그들만의) 회원 수에 걸맞지 않게 회비를 내는 사람이 너무 적어서 거창한 행사를 해야 할 때마다 모임에 참석하는 업체들에게 찬조금을 모금(구걸)하러 다니곤 한다. ‘직책’을 가지려면 얼마 이상의 찬조금을 내야 한다는 통념이 자리잡고 있어서 그 단체의 장은 돈으로 사는 것이라고 놀리고 비웃어대는 사람들도 있다.

교민들 수가 10만명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15만명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만일 10만명의 교민 전체를 대표하고자 하는 단체(한인회)에 1000명만 회비를 내고 있다면, 그 단체는 1%(1000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단체이자 1%(1000명)만을 대표하는 단체일 뿐이다. 회비를 내는 교민수를 늘리고 대표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모든 교민들에게 자신의 대표를 선택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절대 다수(95% 이상)의 교민들이 누가 대표로 출마했는지도 모르고, 출마한 사람들이 대표가 되면 무슨 일을 하고자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극히 일부분인 5% 이하의 교민들만이 인지한 상태에서) 거의 밀실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선출되는 사람들이 전체 교민을 대표한다고 해봐야 겨우 5% 이내의 교민들로부터만 인정받을 뿐이다. 혹자는 직접 선거를 하게 될 경우의 폐단과 분열을 우려하기도 하는데, 이제는 교민들을 포함한 한국인들의 의식 수준이 그런 비하성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성숙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난 30여년 가까이 행해져 왔던 간접선거 방식으로는 교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데 실패하였으니, 이제는 급진적이든 점진적이든 직접선거를 포함한 대안을 마련하고 시도해 봄 직하다.

한인과 필리핀 사람들의 혼인

한국 교민들이 필리핀의 지배층에 빨리 편입하는 방법은 교민 1세대들이 중산층 정도의 부와 기반을 마련한 후 2세들이 지배층의 자녀들과 결혼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과 필리핀 사람이 짝을 맺는 경우의 장점 또는 단점은 서로 간의 문화 차이를 감안하면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니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지배층 여성이 가장 어울리는 짝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남성과 필리핀 서민층 여성 여성은 가정과 남편에게 헌신적이어서 한국 남성들이 좋아하지만 처가와 친척을 보살피고 경제적 도움을 줘야 한다. 현재의 평균적인 한국인 정서와 맞지 않다.

한국 여성과 필리핀 서민층 남성?시댁과 친척을 보살피고 경제적 도움을 줘야 한다. 남편의 사회활동 능력 및 경제력이 약해서 아내에게 열등의식을 가지고 살 수 있다. 이 역시 현재의 한국인 정서와 맞지 않다.

한국 남성과 필리핀 지배층 여성?한국 남성의 진취성에 처가 쪽의 부와 권력이 제대로 융합하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늘어난다. 아내의 간섭과 질투가 거의 없다.

한국 여성과 필리핀 지배층 남성 남편의 불륜 확률이 높고 한국에서의 아내 신분이 상류층이 아닌 경우에는 시댁과 남편 친척들로부터 멸시를 당할 수 있다. 한국 여성들의 정서와 맞지 않고 원만한 가정생활이 어려울 것 같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