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통섭공간’ 만들자
이벤트공간 넘어 ‘창조산업’ 핵심기지로
광주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핵심시설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다. 다양한 아시아문화 교류·연구·교육·창조·향유가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미래형 문화공간을 지향한다. △민주평화교류원 △아시아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아시아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 등 5개원으로 구성돼 있다. 2015년 7월 개관하면 각기 독자적 기능을 하면서 상호 연계 운영토록 계획돼 있다.
2004년 시작된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2023년까지 5조3000억 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다. 하지만 그 안에 담을 콘텐츠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부지면적 12만8621㎡ 초대형 시설이 자칫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화전당의 정체성부터 혼란을 겪고 있다. 이질적 목표를 지닌 5개 대형 복합공간이다 보니 시설·기능과 운영콘셉트 사이에서 무게중심이 오락가락한다. 곳곳에 건설된 문화시설들이 건물만 확보하고 콘텐츠에 대한 고민 없이 운영되는 폐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벤트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에 따라 새로 잡은 좌표는 복합공간이 아닌 ‘통섭공간’이다. 문화현장과 인문사회 담론장의 층과 결이 중첩되는 ‘지식기반시대의 스마트 스페이스’를 만들자는 것이다. 단순한 콘텐츠 생산지가 아니라 ‘인터페이스’ 공간으로, 지식산업에서 창조산업으로 옮아가는 핵심기지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문화전당이 단순히 공연·전시·축제 등 문화콘텐츠 결과물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합의가 이뤄진 듯하다. 보여주기식 행사, 단순 이벤트에서 탈피해 삶의 스타일이 축적된 정보와 지식, 문화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데 많은 문화인들이 공감한다. 연구자와 창작자, 향유자 모두에게 인문학적 상상력과 지적 통찰을 제공하는 장소로 문화전당을 혼합(place blending)할 필요가 있다.
인문적 상상력, 지적 통찰의 산실
특히 국내 다른 문화권역(7대 권역)에 비해 일시에 대규모 자본과 연구진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광주라는 문화지대와 연동되지 않는다면 고립된 섬처럼 닫힌 생태계가 될 위험이 크다. 외부와 교환과 소통이 없는 문화생태계는 공적 자금 투입이 끊기는 순간 자생력을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찾은 해결책이 문화전당과 도시의 인터페이스 장치들이다. 기획·창조·교류를 동시에 수행하는 유기적 문화예술 실험실로서 ‘랩(lab)’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식산업 시대 패러다임 변화를 좇을 지식의 융·복합, 단기 아닌 중장기 계획이 중요하다.
그 한 예로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되고 있는 ‘훔볼트 포럼’을 눈여겨볼 만하다. 옛 동독지역에 있던 19세기 훔볼트 관련 유적을 재건한 ‘융복합 형태 지식박물관’인데 전 세계 문화를 대상으로 새로운 지식의 극장, 새로운 문화예술극장을 지향한다.
한국 아시아문화전당도 동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지식 실험실로 주목 받을 수 있다. 이제까지 서구가 생각하지 못한 아시아적 방식과 사고체계를 이루도록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2년도 채 남지 않은 문화전당 개관을 앞두고 법인화 문제 등 산적한 과제를 풀어갈 묘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