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2주년] 시리아 사태, 왜 해결 못하나
5일 시리아 반군이 동북부 라카주(州)의 주도인 라카시(市) 점령 후 아사드가 화학무기 사용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나돌며 시리아 사태는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 설상가상 시리아 반정부 세력의 연합체인 시리아 국민연합(SNC·국민연합)이 북부 점령지역에 ‘이행 정부’를 발족시키기로 해 분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리비아처럼 국제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이지만 리비아와 달리 여러 요소가 국제 사회의 개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글루 시사 베스트블로거인 로자노프씨가 이에 대해 명쾌한 분석을 내놓았다.
수니파, 시아파, 알라위파, 기독교 얽혀 있어
시리아는 수니파 이슬람교도들이 다수이긴 하지만 시아파, 알라위파 등의 비수니계 이슬람교도들의 숫자도 많고 무엇보다 레바논을 제외한다면 아랍권에서?기독교도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시아파는 상당히 비중이 높아 소수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이런 구도에서 보통은 알라위파나 기독교도들이 수니파나 시아파들의 시달림을 받는 그림이 나오는 게 정상이지만 시리아의 지배자 아사드 가문이 알라위파 신도인 이유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아사드는 자신의 종교적 입장이라든지, 지지 기반 마련을 위해 알라위파와 기독교도들을 우대했고, 알라위파와 기독교도들은 당연히 아사드의 강력한 지지기반이 돼 주었다.
사실상 자신의 부족을 제외하면 지지기반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한 카다피(물론 카다피의 부족도 리비아에서 꽤 내로라 하는 부족이니 무시하기는 힘들지만)와 달리 아사드는 알라위파, 기독교도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고, 그 숫자 역시 상당한 편이기에 더욱 굳건하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라크 전쟁 이후 막장화 된 이라크에서 기독교도들이 수니, 시아파의 공격에 시달리다 못해 시리아로 피난 온 것을 본 알라위파와 기독교도들은 더더욱 아사드에 충성을 맹세하며, 아사드를 위해 죽을 각오로 싸울 공산이 크다. 이것만으로도 국제 사회한테는 부담이 된다.
거기다 또 다른 문제는 아사드 정권을 붕괴시킨 뒤다. 그 동안 아사드의 권력 앞에 조용히 있던 수니파나 시아파지만 과연 그들이 알라위파와 기독교도들을 아사드가 없어진 뒤에도 가만 둘까? 아니다. 문제는 알라위파와 기독교도들도 이 사실을 잘 안다는 것.
이라크 전쟁 이후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지켜보던 시리아 기독교도들이 아사드에게 청원해서 자체 민병대를 조직해 놨다는 소문도 있다. 그리고 알라위파도 그동안 쌓아놓은 재화가 있다. 아마 수니파나 시아파의 공격을 그냥 맞고만 있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무기 들고 맞설 확률이 높다. 거기에 오사마 빈 라덴이 죽고 예전 같지는 않다고 해도 알 카에다도 있다.
국제사회 개입시 터키 딜레마??
일단 시리아에 국제 사회가 개입을 한다면 시리아 근처의 군사 강국 터키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요즘 상당히 말이 아닌 서구의 사정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를 일반 시리아인들이나 주변 아랍 국가들이 좋게 생각할 리가 없다.
일단 반미감정은 생략하겠다. 여기서는 반 터키 감정만 언급하자. 어느 정도 알려졌다면 알려졌고, 모른다면 모르지만 아랍인들은 터키인들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에는 투르크인들이 중동으로 밀려온 이후의 여러 역사적 상황의 영향이 크다. 특히 오스만 투르크, 술탄-칼리프를 칭하며 아랍인들을 부려먹던 그 굴욕의 시절을 아랍인들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터키인들을 아랍인들은 같은 종교를 믿는다고 해도 싫어한다. 터키인들도 아랍인들 싫어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 결과는 터키-이스라엘의 우호관계, 그리고 이에 맞서는 그리스가 아랍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터키가 시리아에 개입하면 시리아인들이나 아랍 국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시리아를 기점으로 터키가 오스만 투르크의 영광을 되살린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유럽연합 가입 시도가 번번히 좌절되면서 터키 정부가 점차 유럽 대신 중앙아시아, 그리고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산하려는 조짐을 지난 몇년 간 보여왔기에 아랍인들의 경계심은 상당한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이 상황에서 터키군 전차가 알레포에 진입한다든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면 아랍 국가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불 보듯 뻔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아사드 붕괴 후의 시리아에 수니파들을 아랍 국가들이 지원하며 은근히 터키를 물먹이려고 한다든지 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음에도 상황이 좋지 않은 서구는 터키 힘을 안 빌릴 수도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 중국, 이란의 견제도 커
사실 러시아는 조금 애매한 점도 있다. 분명 시리아 편이기는 하지만 약간 발을 빼려는 듯한 인상도 있다. 다만 현재로써는 그들은 아사드 정권의 지지자다. 중국, 이란도 마찬가지다. 현재 이 세 국가들은 아사드 정권의 지지자고 국제 사회가 시리아 사태에 무력 개입을 하려는 것을 저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 중 러시아와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에게는 거부권이 존재한다.
물론 리비아처럼 카다피 하는 행동에 질려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러시아나 중국이 ‘미국 당신이 알아서 하라’로 전향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두 나라는 아사드 만큼은 지켜내려고 하고 있다. 지금도 무기를 수출한다든지 하는 것 자체가 아사드를 지지하겠다는 뜻으로 봐도 된다. 특히 중국, 이 상황에서 미국이나 서구 사회가 개입한다는 건 여러모로 부담이 너무 크다. 국제연합의 결의가 가장 좋은 개입 수단인데 이걸 못 쓰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개입을 해서 아사드를 다마스쿠스에서 쫓아내도 이란이 문제시될 것이다. 그들은 시아파나 친아사드 성향의 알라위파에게 무기를 뿌린다든지 하는 식으로 뒷공작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뻔하다. 시리아가 소말리아 수준의 지옥이 된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문제다.
사실 미국이 상태가 괜찮으면 그래도 어느 정도 무시하고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 때 워낙 욕을 먹은 것도 있고, 결정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라크를 치는 바람에 이라크가 지옥화되고, 그 틈에 탈레반이 부활해버리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미국은 상당한 국력을 소모해서 무시하고 들어갈 여력이 못 된다.
만약 아사드 정권이 이러다 붕괴된다면 시리아의 상황은 아마 소말리아 뺨치는 인세지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리비아도 부족 사회인 문제 때문에 염려가 많지만 부족들끼리의 갈등은 이권적인 경향이 강하니까 타협의 여지가 있지만 시리아의 내부 문제는 종교다. 종교들 간의 투쟁, 거기다가 쿠르드족도 감안한다면 그 끝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