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25년] 스마트 삼성 “인재가 미래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인도 점술가에게 태어난 날짜와 시간, 장소를 내민다면 그는 인생에서 벌어질 일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도 점술가들은 생년월일에 따른 12개의 행성이 어디에 자리하고 있느냐가 개인의 삶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불교를 창시한 힌두 왕자 고타마 싯다르타(563-483 B.C.)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했다. 이건희 회장의 삶을 비춰본다면 이 말은 맞는 말이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08년 비자금 사건으로 대표이사직에서 불명예 퇴진할 당시 이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나라를 시끄럽게 해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모든 법적, 도의적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09년 12월29일 한국정부는 이 회장의 사면을 발표했다.
그는 다시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2011년 1550억 달러의 흑자를 올린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메모리칩과 평면 텔레비전을 생산하는 기업이 됐다. 점점 커지는 휴대폰 사업 역시 삼성전자를 최대 흑자로 이끌었다.
2012년 3월 기준, 83억 달러의 순자산을 보유해 포브스지에 게재된 세계 최고 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이건희 회장은 한국 산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에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말처럼 이건희 회장은 아직 가족간 불화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금까지 삼성가 가족 행사로 삼성가 일원들이 함께 진행했던 이병철 회장의 추도식은 25년만에 처음으로 삼성과 CJ측이 시간대를 달리하며 별도로 진행됐다.
점술가들은 이건희 회장이 탄생한 천궁도를 통해 행성의 위치를 도표화하고 그의 삶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으므로 그의 인생과 노고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1990년대 초로 돌아가 보면, 삼성이 저품질 상품을 대량 생산해내며 다른 회사들과 품질경쟁에서 뒤처지던 시절 이건희 회장은 불교 철학에 따라 이렇게 말했다. “부인과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인도에 대규모 투자?…연구개발 직원만 6000명
어느 인터뷰에서 이 회장은 삼성이 한국의 가장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드러내며, “나의 새로운 목표는 삼성이 세계 최고의 회사 중 하나로 남도록 전 세계의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5년 12월 삼성전자가 인도에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 이 말은 인도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오늘날 인도에서 삼성은 가전제품, IT, 통신제품 생산을 이끌고 있다. 삼성 인도지사는 삼성의 서남아시아지역 본부이다. 8000명이 넘는 직원 중 6000명이 R&D(연구개발)에 투입돼 있다. 2010년 삼성 인도지사는 35억 달러의 판매고를 올렸다.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휴대폰 시장인 인도는 삼성의 성장에 중요한 열쇠다. 삼성은 그 다음 기회를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다. GFK 닐슨은 현재 삼성의 도시시장 점유율이 23.4%이며, 연말까지 40%의 소비자들이 삼성제품을 사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마트 삼성’은 스마트폰 부문에서 노키아를 앞질렀다. 전 세계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삼성은 인도에서 이미 핀란드 회사를 저 뒤로 밀어냈다. 2011년 노키아의 스마트폰 시장은 50% 이상 줄어들었다. 삼성이 심비안, 안드로이드, 윈도우폰과 같은 새로운 자사 운영체제인 ‘바다’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이익 환원 노력
인도의 사회경제 상황을 보면, R&D는 차치하더라도, 삼성은 입주한 지역사회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중요한 개념을 심어줬다. 삼성의 CSR 프로그램은 사회와 환경적 요구들에 응답했고 지역사회에 이익을 환원시키려 노력했다.
교육, 문화, 스포츠, 사회복지, 지역사회 발전 분야에서의 ‘삼성 희망 프로젝트’는 이건희 회장 마음 속에 있던 관심에서 나온 것이다.
인도에서 삼성은 컬러 텔레비전(3D, LED, LCD), 휴대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07년 11월에는 두 번째의 최신 생산단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중산층이나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면서 점점 나아지고 있는 인도 경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삼성이 인도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배리 아이헨그린(Barry Eichengreen) 교수를 인용해 “한국 대기업들은 한국 경제에서 기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집단”이라고 보도했다.
필요 이상으로 덩치가 크고 무기력한 관료체제는 인도의 빠른 발전에 독이 되어 왔다. 불과 1960년대만 해도 한국은 1인당 수입이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난한 곳과 비슷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지난해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보도했다. “2011년 말까지 구매력평가(PPP)를 고려한 한국의 GDP는 3만 1750달러로, 3만 1550달러인 유럽연합 평균보다 높아질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원조를 받았다가 주는 나라로 바뀐 유일한 나라이다.”
별들이 뭐라고 예언하든, 인도 점성술사들이 뭐라고 예언하든, “한 명의 천재가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 창의력이 기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앞으로의 시대에서 우리는 최고를 고용해야 한다. 천재 한 명의 경제적 가치는 10억 달러 이상이다”라고 한 예리한 눈을 가진 이건희라는 위대한 경영자 아래, 삼성은 앞으로 더욱 반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