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상 받은 中 ‘모옌’, 노벨상 수상

좌측부터 이근배, 모옌, 자승, 아누라다 코이랄라, 시리세나 반다 헤티아랏치

지난해?만해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한국을 찾았던 중국 소설가?모옌(莫言·57 본명 관모예 管??)이 201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1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모옌은 중국의 설화와 역사, 현대사를 뒤섞은 작품들로 환상적인 현실주의를 선보여 문학상 수상 작가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모옌은 발표 전부터 유력한 수상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지만 노벨상위원회가 최근 몇 년 간 유럽 출신 작가들을 선호했던 점에 비춰볼 때 모옌의 수상은 다소 뜻밖이라고 AP 통신은 말했다.

지난 2000년 중국 태생의 ?가오싱졘(高行健)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는 프랑스 국적을 취득해 중국 국적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모옌이 처음이다.

중국의 공산주의 체제에 비판적 시각을 보여 중국 내에서 작품이 금지됐던 가오싱졘의 문학상 수상 당시 그의 수상 소식을 애써 외면했던 중국은 이번 모옌의 수상은 따뜻하게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

모옌은 원래 말이 많은 성격이지만 자신의 필명으로 ‘말을 하지 않는다’는 뜻의 모옌을 선택했다. 이는 자신의 많은 말로 인해 구설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1987년 작품 ‘홍까오량 가족’으로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일본군의 침략에 맞선 농부들의 저항과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장이머우( 張藝謀) 감독에 의해 ‘붉은 수수밭’이란 제목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져 이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금곰상을 수상하며 모옌의 명성을 더욱 높였다.

모옌은 800만 스웨덴 크로나(120만 달러)의 상금을 받게 됐다. 모옌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12월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다음은 ‘붉은 수수밭’ 작가 모옌이 2011년 아시아기자협회 회원들에게 친필로 적어 보낸 메시지다.? “전 세계의 소식을 모아 세계인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라는 의미이다.

2011년 만해상 수상자이자 현대 중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붉은 수수밭'의 모옌이 아시아기자협회 회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다음은 2011년 만해대상 문학부문 수상자인?모옌(莫言, Mo Yan)의 당시?수상소감이다.

존경하는 심사위원 여러분, 신사 숙녀 여러분, 만해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어 너무도 감격스럽습니다. 일전에 많은 문학상을 수상하였지만, 저에게 만해 문학상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상입니다.

첫 번째 의미는 바로 불교와 관련된 것입니다. 몇 년 전,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문화포럼’에서 저는 ‘불광보조(佛光普照: 부처님의 지혜광명이 널리 비추다)’라는 제목으로 연설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불교는 아시아 공동의 문화 자원이며, 부처를 섬기는 것은 아시아 국민 모두의 하나된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가 주창하는 평화와 조화 정신은 인류가 수천 년간 추구해 온 이상일 것입니다. 이러한 불교 정신이 스며 있는 저의 소설 ‘인생은 고달파’가 독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역시 부처님의 가호라고 생각합니다.

만해스님은 백담사에서 참선과 고된 수행을 하시며, 동시에 민족 독립의 대업과 중생의 고통을 언제나 염두에 두셨습니다. 이렇듯 ‘지옥미공 서불성불(地獄未空 誓不成佛: 지옥이 비지 않는 한 성불하지 않겠다)’의 위대한 헌신 정신을 실천하신 만해 스님의 이름으로 된 상을 제가 받게 된 것은 모두 부처님의 격려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두 번째 의미는 당연 문학입니다. 만해 스님은 승려이자 시인이었으며, 수행자이자 혁명가, 사상가이자 실천가였습니다. 그는 불교와 문학, 출세(出世)와 입세(入世), 사상과 실천을 하나로 결합해 후대에 귀중한 모범을 보였습니다. 불교가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불제자가 반드시 사회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문학으로 세상 사람들을 교화하고자 한다면, 작가들 역시 적극적인 사회실천을 통해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운명을 같이 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작가의 손에서 창조된 문학작품이야말로 사회를 광명으로 이끄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이렇듯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작품만이 우리 모두의 감정을 더욱 풍부하고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8월

모 옌(莫 言)

2011년 만해문학대상을 받은 모옌의 수상소감 '중국어' 원문.

The AsiaN 편집국 news@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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