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혁의 인도기행] ① 3박4일 화려한 결혼식 내내 ‘흥분과 탄성’

*아시아엔(The AsiaN)에 ‘황성혁의 조선삼국지’를 연재하고 있는?’황 앤 컴퍼니’ 황성혁 대표이사가 인도기행문을 보내왔습니다. 1998년 11월 열흘간 인도의 Khajuraho, Agra, Sarnath, Vanarasi, Bodhi Gaya, Niranjara, Rajigil, Nalanda, Patna 등지를 방문하고 일기 형식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14년의 시차가 있긴 하지만, 새천년을 불과 1년2개월 앞둔 시점의 인도의 풍습과 인물들을?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60세?국제적 선박 딜러의 진솔하고 예리한 글과?사진은?독자 여러분을 20세기 말 인도의 현장으로 안내할 것입니다. <편집자>

1998. 11.4. (수) New Delhi

홍콩을 거쳐 뉴델리에 도착한 것은 저녁 11시였다. 뉴델리에 도착하는 순간까지가 나의 일정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라비 메로트라(Ravi Mehrotra)씨가 잡아놓은 일정에 따르게 되어 있었다.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로 래디슨(Radison)호텔에 직행. 다음날의 긴 일정을 위해 목욕 후 바로 잠이 들었다.

1998. 11.5. (목) Khajuraho

6시30분 조반을 들고 여행 준비를 하였다. 9시 로비로 내려오니 메로트라씨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는 손님 몇 명이 호텔 로비에서 서성이며 뉴델리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10시30분발 CD407기를 타고 11시45분 카주라호(Khajuraho)에 도착했다. 조그만 지방 공항의 앞마당에는 붉은색 짧은 옷을 입은 나이 어린 고적대와 노란 옷을 입고 터번을 쓴 나이든 악대들이 요란스레 환영 풍물놀이를 벌이고 있었다. 벌써 인도 특유의 결혼식은 시작되고 있었다. 메로트라씨, 고엘(Goyel)씨 등이 공항에서 손님들을 맞았다.

라비 메로트라씨가 다가와 아들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먼 길을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나는 이 중요한 가족행사와? 인도 고유의 전통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그의 호의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인도국영해운(Shipping Corp of India)의 중역으로서 이란과의 합작회사인 이라노 힌두(Irano Hindu)사가 있는 테헤란(Tehran)에 파견되어 사장을 오래 맡았었다. 퇴임한 뒤 런던에서 포어사이트 시핑(Foresight Shipping)을 설립하여 큰 성공을 거둔 세계 해운 업계의 거물이었다. 그는 결혼식을 위해 카주라호의 최고급 호텔 4개를 통째로 빌려 약 50여명의 외국 손님과 200여명의 국내 친구들을 초대하였다고 했다.

호텔 방에 들어가 짐을 풀고 간단한 점심을 든 뒤 호텔의 넓은 정원으로 나왔다. 오후에는 공식행사가 없었다. 많은 손님들이 햇볕이 가득히 내린 잔디밭에 나와 북쪽 인도의 따뜻한 가을을 즐기고 있었다. 인도에서는 5월부터 9월 말까지 몬순이 계속 된다. 물동이로 부어 내리듯 비가 끊임 없이 쏟아진다. 마침내 비가 그치면 다음 몬순까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건기가 시작된다. 건기의 시작이 새해의 시작이며 디발리(Divali)라 부른다. 디발리는 10월 중순쯤이다. 맑고 건조한 공기가 넓디넓은 잔디밭 가득 펼쳐져 있었다. 야외 결혼식장으로 더 할 수 없이 알맞은 장소였다.


정원은 자유스러운 휴식을 위한 공간이었지만?여러 형태의 가게를 열어놓은 재래시장 같은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한 구석에서는 좌판을 놓고 값싼 유리팔찌나 장신구들을 팔고 있었다.?정원의 모서리에 지어놓은 정자에서는 손님들의 손에 검은 잉크로 그림을 그려주고 있었다. 많은 여인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저기 간이 음식점도 자리잡고 있다. 사람들은 넓은 정원을 돌아다니며 인사도 하고 음료도 마시고 나무그늘에 모여 3박4일 동안 벌어질 인도 전통혼례에 대한 기대를 나누는 듯했다.

아리안계의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약간 검은색이 도는 얼굴의 아버지와, 아버지보다 키도 크고 얼굴이 하얀 유럽인의 얼굴에 가까운 오늘의 주인공 사우라브 메로트라(Saurab Mehrotra)는 따로 정원을 돌며 손님들과 인사를 나눴다. 아들은 ‘자유로운 남자’로서 평화로운 마지막 날을?매력적인 미소를 뿌리며 특히 여자 손님들 사이를 누비며 다녔다. 그는 영화배우처럼 여자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내 아내 화(和)도 그와 사진을 찍었다.

땅거미가 지면서 결혼식의 첫 행사가 시작되었다. 힌두신에게 드리는 고신제 같은 행사였다. 호텔의 가장 큰 홀에서 양가의 부인들이 무대에 나와 한참 동안 수다를 떨며 인사를 나눴다. 신랑이 인사를 드리고 나니 미간에 붉은 꽃점을 붙인 힌두교 교직자가 등장해 신랑에게 앉으라고 한 후?축도를 하였다. 길게 느껴졌다. 가족들은 무대에 모여 서로 붉은 꽃잎들을 상대방 이마에 붙여주고?신의 축복을 나누었다. 그 사이 2시간이 지나갔다. 신부는 보이지 않았다. 도착할 때 공항에서 보았던 악대들이 곳곳에 자리를 펴고 앉아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었다. 저녁 식사는 10시가 넘어 시작되었으나 그동안?준비된 과자와 사탕을 맛보아?식욕은 별로 나지 않았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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