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의 시선] 송창식·’쿨’ 이재훈·남진·강태기···”그들의 내공은 끊임없는 연습”

화면 속에서 70대 후반의 가수 송창식씨가 늦은 밤 적막한 방안에서 혼자 기타 연습을 하고 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매일 끊임없이 기본을 연습해야 해요. 기타가 이게 처음에는 아주 쉬운 악기 같이 보이는데 해보면 그렇지 않아요. 나이 먹은 지금은 연습을 해도 기술이 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가만히 있으면 실력이 확확 줄어요.”

기본을 연습한다는 말이 내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그는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천재지만 동시에 대단한 노력가인 것 같다. 그가 이런 말을 덧붙였다. “평생 열심히 공부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에 비하면 이런 연습은 아무것도 아니지.”

내가 소년 시절 최고의 인기가수는 남진과 나훈아였다. 중학교 2학년 시절 한여름 친구들과 광나루 모래밭에 텐트를 치고 놀았다. 라디오에서 남진씨의 ‘별아 내 가슴에’란 노래 가사가 소년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었다.

변호사가 되어 40대 중반 무렵 남진씨와 개인적으로 만나 오랜 시간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일본에 공연을 간 적이 있어요. 저녁 공연인데 저는 오전부터 리허설을 해요. 하고 또 하면서 연주하는 악단과 노래가 정확히 맞을 때까지 여섯 시간이고 일곱 시간이고 끊임없이 반복하죠. 어떤 공연이든 무대에 설 때마다 사전에 그렇게 해요.”

그런 철저함이 그를 최고의 가수로 만들어 준 것 같다. 가수 나훈아씨도 한 인터뷰에서 자기가 하는 일은 끊임없는 반복적인 연습이라고 했다.

그룹 ‘쿨’의 이재훈은 이렇게 말했다. “아저씨, 노래 하나를 천번 부를 수 있어요? 아마 지겨워서 백번도 못할 걸요. 그렇지만 나는 천번씩 연습해요. 그리고 댄스만 해도 그래요. 밤을 새서 연습을 하면 하루밤에 운동화 하나가 바닥이 다 닳아 없어져요.”
그는 그렇게 가수가 됐다. 그리고 나오는 CD마다 백만장이 팔리는 모습을 보았다.

‘쿨’이라는 그룹의 가수 이재훈을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있다. 친한 분의 아들이다. 이재훈은 속칭 ‘끼’가 있어 어린 시절에도 롯데월드에서 하는 댄스대회에 출전해서 상을 받았다. 부모들이 걱정을 하며 내게 상의하기도 했다. 그때 소년이었던 이재훈이 내게 했던 이런 말이 지금도 생생하게 마음속에서 메아리친다.

“아저씨, 노래 하나를 천번 부를 수 있어요? 아마 지겨워서 백번도 못할 걸요. 그렇지만 나는 천번씩 연습해요. 그리고 댄스만 해도 그래요. 밤을 새서 연습을 하면 하루밤에 운동화 하나가 바닥이 다 닳아 없어져요.”

그는 그렇게 가수가 됐다. 그리고 나오는 CD마다 백만장이 팔리는 모습을 보았다.

같은 일을 오래 계속하는 것은 단조롭고 재미가 없다. 그걸 극복하는 게 인내가 아닐까. 유명 화가들을 보면 평생이 끊임없는 드로잉 연습이다. 기본기에 충실해야 좋은 그림이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월간조선 편집장이던 조갑제 선생의 권유로 처음으로 수필이라는 걸 써보게 됐었다. 딱딱하고 메마른 법률 문장만 읽고 쓰던 나는 그에게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고 물었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많이 읽으라고 했다. 그리고 원고지로 나의 키만큼 되게 글을 쓰는 연습을 하라고 했다. 그는 단번에 좋은 글을 쓸 욕심을 가지지 말라고 했다. 쓰고 또 쓰다 보면 어느 날 좋은 글이 나온다고 알려 주었다. 글도 끊임없는 연습이 중요한 것 같다.

일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가 후배인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에게 해주었던 문학적 권유가 나의 머리 속에 박혀있다. “천재는 타는 불 같아서 순간 잊혀질 수 있지만 끊임없는 노력 앞에서 사람들은 감동한다”고 했다. 그는 글을 쓰는 것도 소같이 꾸준히 밀고 나가라고했다.

학문의 분야는 어떨까. 나의 처삼촌 되는 분은 고려대 의과대학장을 지냈다. 그가 정년퇴직을 한 후 시골 마을에서 나무를 기르며 살고 있을 때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요즈음 내가 대학 시절 처음에 공부했던 약리학 교과서와 독일어를 공부하고 있어. 학자로서 기본적인 공부는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하고 싶어서 말이야.”

모든 분야가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것 같다. 신앙생활도 끝없는 복습 과정이 아닐까. 하루하루 정진하고 익히는 복습이다. 영적인 체험이 복습 과정에서 얻어지기도 한다.

폐암으로 죽음을 며칠 앞둔 강태기 시인이 내게 했던 이 말을 나는 아직도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엄형, 나는 신약성경과 논어를 머리맡에 두고 평생을 읽어왔어요. 그게 나의 기본이죠.”

그는 죽기 전날까지 병상의 매트리스 밑에 연필과 공책을 놓고 시를 쓰다가 죽었다. 그들의 내공은 끊임없는 연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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