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회복과 회귀 어떻게 다른가?…”이전 것은 지나가고 새것이 되다”
욥기 29장
시간은 흘러가버리기도 하지만 과거라는 창고에 고스란히 쌓이기도 합니다. 마음에 안드는 물건은 버리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과거는 마음에 안든다고 버릴 수 없습니다. 무언가를 영원히 변하지 않게 하고 싶다면 과거로 만들면 됩니다. 과거는 변하지도 않고 바꿀 수도 없습니다. 과거가 되어버리면 더 이상 손 쓸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나에게는 어떤 과거가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되돌아볼 수 있는 과거의 영광스러움이 있다는 것, 들추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는 것, 꺼내볼 수 있는 따뜻했던 기억이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자산이고 재산이 아닐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곧 과거가 될 현재를 그렇게 열심히 사나 봅니다.
욥은 정말 잘 살았던 것 같습니다. 지난 날들을 돌아보면 기쁘고 감사한 일밖에 없었습니다.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에 욥은 과거의 시간을 무척이나 그리워합니다.
“내가 그처럼 잘 살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서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 집에서 하나님과 친밀하게 사귀던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욥 29:4, 새번역)
욥은 찬란했던 시간과 영광스러웠던 나날들이 다시금 자신의 삶에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나 그토록 기쁘고 감사했던 과거도 지금의 고난에 별로 소용이 없을 때도 있습니다. 과거는 아무리 더듬어보아도 과거일 뿐입니다. 설령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 있다 한들, 과거와 모습이 비슷한 또 다른 미래일 뿐이지 그것은 과거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정해놓으신 방향을 그 누구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사실은 욥이 원했던 것은 회복이 아니라 회귀였습니다. 회복과 회귀는 다릅니다. 하나님은 회복시켜주시지 회귀시켜주시지 않습니다. 우리가 경험해 본 것이라고는 과거밖에 없기 때문에 하나님이 주실 회복을 영광스러웠던 과거에 비추어 추론할 뿐입니다. 회복은 과거와 견줄 수 없는 것입니다. 전혀 새로운 것입니다. 절대적 새것입니다.
신앙이란 왕년의 영광을 되찾아오는 능력이 아닙니다. 유대인들이 왜 예수님을 믿지 못할까요? 과거 솔로몬 성전의 영광에 아직 묶여 있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새 예루살렘을 바라볼 수 없는 것입니다.
신앙이란 전혀 새로운 것을 소망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과거가 개선되는 것을 너머 미래로부터의 개입을 소망하는 것입니다. 욥은 하나님의 뜻 안에서 과거에 대해 완전히 죽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