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자기가 세운 업적이 자신의 눈과 귀를 가리다
역대하 35장
“느고가 요시야에게 사신을 보내어 이르되 유다 왕이여 내가 그대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 내가 오늘 그대를 치려는 것이 아니요 나와 더불어 싸우는 족속을 치려는 것이라 하나님이 나에게 명령하사 속히 하라 하셨은즉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시니 그대는 하나님을 거스르지 말라 그대를 멸하실까 하노라 하나”(대하 35:21)
하나님이 나에게 명령하셨다고 얘기하는 느고의 말이 요시야에게는 어떻게 들렸을까요? 기분이 상당히 언짢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시야가 하나님을 더 잘 알겠습니까? 애굽의 느고 왕이 하나님을 더 잘 알겠습니까? 상식적으로도 요시야가 하나님의 뜻을 더 잘 분별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게 당연합니다.
요시야는 탁월한 영적 리더였습니다. 그는 철저하게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종교개혁을 이루었습니다. 열왕기하에 의하면 그 스케일과 디테일이 전무후무한 개혁이었습니다. 느고는 애굽의 왕입니다. 하나님과는 상관 없이 사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이방인 따위가 하나님의 뜻을 알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요시야로서는 코웃음을 칠 얘기입니다.
“요시야가 몸을 돌이켜 떠나기를 싫어하고 오히려 변장하고 그와 싸우고자 하여 하나님의 입에서 나온 느고의 말을 듣지 아니하고“(대하 35:22)
성경은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을 통해서도 하나님께서는 말씀하시고 역사하실 수 있다고 증언합니다. 역대하는 하나님께서 페르시아 고레스 왕의 마음을 감동시키셨다는 메시지로 마무리가 됩니다.
율법책을 발견하고 종교개혁을 이루고 유월절을 성대하게 치른 요시야조차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은 하나님의 뜻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가 세운 업적이 자신의 눈과 귀를 가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모르는 줄 모르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누구를 통해서든 그 섭리를 이루어 가십니다. 불신자 사장님을 통해서도 하나님께서는 일하시고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정치인들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섭리는 이루어져 갑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역사의 주관자에 대한 신앙 고백입니다.
성경 좀 읽었다고, 교회 좀 다녔다고, 설교 좀 했다고, 기도 좀 더 많이 한다고 하나님의 뜻을 더 잘 알 거라는 생각은 어쩌면 오만이고 오산일 수 있습니다. 더 알아갈수록 다 알 수 없는 하나님의 뜻 앞에서 잠잠할 뿐입니다.
요시야 왕은 하나님의 입에서 나온 느고의 말을 무시했다가 므깃도에서 죽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