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다윗, 적폐 세력을 중용하다
역대상 27장
“베냐민의 지도자는 아브넬의 아들 야아시엘이요”(대상 27:21)
아브넬은 사울의 사람입니다. 다윗의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사울의 충직한 부하로서 다윗을 추격하는 일에 일등 공신이었습니다. 요압의 동생 아사헬을 창으로 찔러 죽이기도 했고, 사울이 죽은 후에는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을 왕으로 추대하며 다윗에게 반기를 들었던 인물입니다. 아브넬의 집안은 다윗이 청산해야 할 적폐 세력 1순위였습니다. 그런 집안의 사람에게 다윗은 베냐민 지파를 맡겼습니다.
내 뜻을 이루려 했다면 내 사람을 세웠을 것입니다. 나라가 내 것이라 여겼다면 내 손아귀에 들어오는 사람들만 골라서 등용했을 것입니다. 다윗이 삼류 정치꾼이었다면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윗에게 이스라엘은 내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였습니다. 다윗이 왕 노릇을 하고는 있지만 그의 마음 속에 진정한 왕은 언제나 하나님이었습니다. 다윗은 이스라엘이 자신이 정치하는 나라이기보다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나라이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확실한 내 편이 아니더라도 그가 하나님 편에 서있다고 생각이 되면 그를 중용했습니다.
하나님이 통치하신다는 증거는 만사형통이나 부귀영화, 경제적 부흥이나 기술의 발전과 동일시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공의와 정의의 나라이고, 용서와 화해의 경험이며, 상생 속에서 영생의 가능성을 맛보는 것입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메시아를 통해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를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그 때에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거하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찐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젖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뗀 어린 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사11:6-8)
지독한 자기 중심성이 강력한 하나님 중심성에 의해 소멸되는 곳이 하나님 나라입니다. 따라서 그곳에서는 자기방어 기제와 공격적 본능이 발동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이런 천국을 선물하고 싶으셔서 십자가를 지신 것입니다.
인간이 자기를 부인하지 않고 천국을 맛볼 길은 없습니다. 나 살자고 남을 죽이면 나도 죽지만, 남 살리자고 내가 죽을 각오를 하면 나도 살 뿐만 아니라 영생을 누린다는 신비가 십자가와 부활 사건 속에 숨어 있습니다.